입력 : 2020.02.28 05:07
[입주단지 집중분석] 마포구 대장주 노리는 ‘신촌그랑자이’

[땅집고] 지난 23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6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흰색·회색·검은색 등 3가지 색깔 위주로 외벽을 단장한 대단지 아파트가 보였다. 마포구 대흥동 대흥2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신촌그랑자이’다. 2016년 12월 분양해 이달 2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단지 곳곳엔 대형 이삿짐 트럭이 들락거렸다. 중앙 광장에는 입주민 대상으로 입주 청소, 커튼·인터넷 설치, 정수기 대여 등을 홍보하는 천막이 줄지어 있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입주 지정기간인 4월 말까지 매일 25~40가구씩 이사 계획이 잡혀있다”고 했다.



신촌그랑자이는 지하 3층~지상 23층 19개동 1248가구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이 아파트가 마포구 뿐 아니라 강북 전체로도 몸값 높은 속칭 ‘대장주’가 될 것이라고 점친다. 실제 최근 한 달 동안 매물로 나온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 평균 시세는 18억4429만원. 기존 강북 대장주로 꼽히는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15억8208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2억6000만원 이상 높다. 땅집고는 신촌그랑자이의 장단점과 향후 전망을 분석했다.
■ 이대역 붙어 있고 광화문 가까워…학군은 취약해

신촌그랑자이는 2호선 이대역과 거의 붙어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이대역에서 시청역까지 세 정거장(약 6분) 거리여서 이른바 직주근접(職住近接)이 가능하다. 다만 1단지와 2단지의 여건은 다르다. 대로변에 있는 1단지 109동에서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2분 걸린다. 나머지 101~111동 역시 걸어서 10분쯤이면 닿는다.
반면 2단지(201~204동, 테라스 1~3동)는 역까지 걸어서 15분 이상 걸린다. 역세권 아파트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멀다. 역에서 먼 대신 동·남쪽이 노고산으로 둘러싸여 주거 환경은 더 쾌적한 편이다.

교육 여건은 대학교를 제외하면 썩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단지에서 걸어서 10분 내외로 통학 가능한 학교는 창천초등학교, 창천중학교, 숭문중학교, 숭문고등학교 등이 있다. 다만 이 학교들은 학부모 선호도가 높지는 않다. 강남이나 목동과 비교할 때 취약한 학군은 강북 대장주 아파트들이 갖고 있는 공통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이런 이유 때문에 출퇴근이 편리하고 주거환경도 괜찮은 마포에 살다가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목동이나 강남으로 이사하는 학부모가 많다.
2~3년 전부터 지하철 6호선 대흥역~공덕역 일대에 학원가가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기존 유명 학원가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 세대분리형으로 임대수입 가능…단지 주변 환경은 낙후해

신촌그랑자이 주력 주택형은 중소형이다. 59㎡가 419가구, 84㎡가 583가구로 두 주택형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96㎡와 펜트하우스인 112㎡가 있다.

눈여겨 볼 주택형은 세대분리형으로 설계한 84C㎡(46가구)다. 1개 주택을 투룸과 원룸으로 쪼개고, 현관 출입구를 두 개로 만들어 원룸은 세를 놓을 수 있다. 대흥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촌그랑자이의 세대분리형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 정도”라며 “주변 오피스텔 월세보다 20만~30만원 정도 비싸지만 보안이 좋고 세입자도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좋아한다”고 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주택을 나누는 벽이 가벽(假壁)이어서 추후 철거하기도 쉽다”고 했다.
커뮤니티 시설인 ‘자이안 센터(XiAN Center)’는 1단지와 2단지에 각각 설치됐다. 이 중 실내골프장, 실내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등을 포함하는 1단지 커뮤니티 시설이 훨씬 크다. 2단지에는 카페테리아·유아공부방·독서실 등 간단한 시설만 배치했다.

단지 내 시설은 좋지만 주변 환경이 낙후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어떤 주택형이든 별다른 ‘뷰’를 누릴 수 없다는 것. 단지 동·서·남쪽으로 낡은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다. 현재 염리2구역(마포자이3차·2018년 9월 입주)과 염리3구역(마포프레스티지자이·2021년 3월 입주)을 제외하면 인근 재개발 구역은 대부분 구역 해제된 채로 남아있다. 결국 ‘신촌그랑자이’ 입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뷰는 ‘빌라촌뷰’가 전부다.
■ 입주 전부터 ‘마래푸’ 집값 넘어…거품 논란도
‘신촌그랑자이’ 분양권 전매제한은 2018년 6월 풀렸다. 국토교통부에 가장 최근 등록된 분양권 거래는 지난달 59.96㎡ 13억9500만원(5층)이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 최고 15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2016년 공급 당시 분양가(6억4000만원) 대비 집값이 2배 이상 뛰었다. 84㎡는 지난달 11월(16억5000만원·10층) 거래가 가장 최근이자 최고가 거래다. 현재 최고 호가는 19억원이다. 마찬가지로 분양가(8억2100만원)의 두 배를 웃돈다.

‘신촌그랑자이’ 집값은 강북 대장주로 꼽히는 ‘마래푸’와 비교된다. 두 단지 모두 역세권 대단지에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여서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현재 마래푸 최고가는 84㎡가 16억5000만원(2020년 1월), 59㎡가 13억5000만원(2019년 12월)이다. 신촌그랑자이와 비교하면 최고가 기준으로 84㎡는 같지만, 59㎡는 4500만원 낮다. 실거래가만 보면 신촌그랑자이가 입주하기도 전에 마래푸를 제친 격이다.
다만 아무리 신축 프리미엄이 있다고 해도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84㎡ 호가가 19억원으로 전용면적 3.3㎡(1평)당 1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고급 주상복합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84.11㎡(20억1000만원),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84.99㎡(20억1000만원)과 비슷한 것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연구소장은 “신촌그랑자이에는 정부가 내놓은 양도세 비과세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실거주하는 집주인 비율이 많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오른 집값은 단순한 거품이라고 판단하기보다는 해당 주택의 실제 가치라고 봐야 맞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학군이나 뷰 등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지만 서울에서 초역세권에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희소성 있다”면서 “광화문 직주근접 아파트로 수요가 꾸준해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