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2.28 05:06
[땅집고]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한산했다. 손님들로 붐빌 점심 시간인데도 마스크를 낀 관광객과 근처 직장인만 이따끔씩 보일 뿐 대부분 매장 안은 텅텅 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주변 직장인까지 외출을 극도로 삼가는 탓이다. 화장품 가게 직원인 30대 여성은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매장을 찾는 손님이 반토막 났다”고 울상을 지었다.
국내 최고 상권인 서울 명동이 쌍폭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격감한 가운데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토지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건물주의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게 된 것. 공시지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낮았지만 보유세는 지난해 못지 않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입자들은 보유세 인상이 결국 자신들에게 전가되지 않을까 불안한 표정이다. 요식업을 하는 50대 박모씨는 “건물주는 세금이 늘어난만큼 월세를 올릴텐데 코로나로 장사도 안 돼 걱정이 크다”고 했다.
국내 최고 상권인 서울 명동이 쌍폭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격감한 가운데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토지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건물주의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게 된 것. 공시지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낮았지만 보유세는 지난해 못지 않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입자들은 보유세 인상이 결국 자신들에게 전가되지 않을까 불안한 표정이다. 요식업을 하는 50대 박모씨는 “건물주는 세금이 늘어난만큼 월세를 올릴텐데 코로나로 장사도 안 돼 걱정이 크다”고 했다.
■공시지가 8.7% 올랐는데 보유세 ‘50%’ 급등
2020년 표준지 공시지가 기준으로 땅값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곳은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건물이다. 1㎡ 기준으로 지난해 1억 8300만원에서 올해 1억9900만원으로 8.7% 올랐다. 2위인 명동2가 우리은행 부지는 1㎡당 1억 7750만원에서 1억 9200만원으로 8.2% 올랐고, 충무로2가 유니클로 부지도 6.6% 상승했다. 상위 10곳이 모두 중구 명동과 충무로에 몰려있다. 이 땅들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평균 6.06%다. 지난해 공시지가가 전년에 비해 두 배가량 폭등한 것과 비교해 올해 상승률은 낮았다.
그러나 보유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상한선까지 대폭 오른다는 것. 땅집고가 우병탁 세무사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네이처리퍼블릭의 보유세는 1억2209만원에서 1억8207만원으로 세부담 상한(5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명동2가 우리은행 건물도 공시가는 8.17% 올랐지만, 보유세는 3억1151만원에서 올해 4억5655만원으로 50% 오른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상위 10곳의 필지 가운데 8곳의 보유세가 50%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우병탁 세무사는 "지난해 공시지가 급상승으로 세부담 상한(전년도 세액의 150%)에 걸려 미반영됐던 보유세가 올해로 이연되는 곳도 있다"며 “명동의 경우, 내년에는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보유세는 상한선까지 또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명동 일대 나머지 땅도 대부분 보유세 부담이 상한선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악재에 매출은 감소…임대료 부담 증가 우려
명동 상권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거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탓에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9%로 2016년 2분기 11.2% 이후 가장 높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경기 회복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맞으면서 불투명해졌다.
현재 명동 중심 상권(매장 면적 50㎡)의 한 달 임대료는 약 1억원이다. 명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드 사태 후 재계약 사례를 보면 이전보다 30% 이상 월세를 낮췄다”며 “올해도 임대료를 10~20% 더 낮게 책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세입자들은 최근 공시지가와 보유세 급증이 임대료를 다시 끌어올리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라는 목표에만 집착해 경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당시 실거래가와 공시지가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연이은 공시지가 급등으로 과세 부담이 커질 경우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인상하고, 이로 인해 기존 임차인이 이탈하면 상권도 몰락한다. 명동도 이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명동 주요 상권 공시지가는 강남과 잠실, 홍대 등 서울 주요 상권과 비교해 여전히 3~4배가량 비싸다. 강남구 삼성동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는 올해 공시지가가 1㎡당 6500만원이며, 송파구 신천동 롯데타워는 1㎡당 4700만원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상업용 공시지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해도 지속해서 오른 만큼, 보유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