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2.23 05:46
오는 4월 15일 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각 당의 공약은 선거의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 땅집고는 총선 부동산 공약을 점검했다.
문재인 정권 3년 동안 강남 집값이 폭등했고, 현재 서민·중산층이 거주하는 서울 외곽과 경기도 도시까지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처지가 옹색하다. 민주당은 집값 급등은 여전히 “박근혜 정부 때 빚내서 집사라고 부추겼기 때문”, “투기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여당 핵심 지지층을 이 주장에 동의한다. 야당인 미래통합당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집값 급등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청년·신혼부부를 위해 주택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11일 출범한 까닭에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부동산 공약은 없다. 미래통합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자유한국당’ 공약이 계승될 가능성이 높고 보고, 자유한국당의 공약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그외 정당들은 반값, 반의 반값 등 시세보다 저렴한 집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현실성은 없지만, 매번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약이다.
■ ‘주토피아’ vs ‘반문’ 여야, 상반된 부동산 공약 내놔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해 왔던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신도시 공급확대가 주된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주(住)토피아’라는 것을 모토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주토피아가 영화 속에서 누구나 살고싶은 도시,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주거공간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수도권 3기 신도시 교통 중심지에 청년 벤처타운·신혼부부 특화타운이 연계된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를 조성해 청년·신혼 주택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밖에 지역 거점 구도심·혁신지구 등에4만 가구, 서울 용산 등 코레일 부지 및 국공유지에 청년·신혼주택을 1 만 가구 공급할 계획이다. 10만 가구의 모든 재원은 주택기금, 한국토지주택공사(LH)등에서 자체 조달하는 공공주택의 형태를 띠게 된다. 그밖에도 청년·신혼부부들이 집을 살 때 금융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3년 동안 이런 정책을 계속 이어왔고, 그 사이 수도권 전 지역의 집값은 급등했다.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기존에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모두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세금 정책을 정부 출범 이전으로 되돌려 국민의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덜고, 내집 마련의 꿈을 되살리겠다”고 했다. 주요 내용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일시적 2주택 가구 대상) ▲고가주택 기준 공시지가 9→12억원 이상으로 조정 ▲종부세 부담 완화 등이다.
■ 3년 전에 추진한다면서 또?…과연 청년들이 좋아할까
정부는 2017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를 통해 청년·신혼부부,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해 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청년을 위해서는 셰어형·창업지원형 등 맞춤형 청년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할 것이며,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해 신혼희망타운 7만 가구를 포함한 공공분양 주택을 1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총선에 내세운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와 거의 흡사하다.
또한 젊은 청년층에만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30~40대 맞벌이 부부나 노인 등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이 빠진 점도 지지자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으로 거론된다. 청년 입장에서도 기존 정책들이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따랐다.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측은 공식 자료집을 통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지난 1~2년 간 청년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임대료가 너무 비싼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은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게 된다”며 “민간시장에서 주거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보다 섬세한 대안이 필요한데, 전반적으로 숫자만 나열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결여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약 발표 초기에는 기존 보수정당이 내걸었던 부동산 대책들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유한국당의 경우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반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구체성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12일 후속 공약 발표를 통해 종부세, 양도세 부담 완화 방안과 공시지가 법률화, 자녀·경로우대자·이사·장례·결혼, 불우이웃 기부 등에 대한 세액공제 방안 등을 포함한 보다 세부적인 공약들을 발표했다.
■‘아니면 말고?’ 반갑·반의반값 주택 또 등장
민주평화당은 ‘반값’ 아파트를, 정의당은 ‘반의 반값’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평화당은 ‘1억에 20평 아파트, 10년 간 1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은 민간에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특별법을 되살린다는 것이다. 연 10만 가구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부지는 여의도 면적 수준인 100만평 정도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국민연금의 공공토지 투자와 도시재생뉴딜예산 약 50조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의당 역시 토지 임대부 분양 정책 등을 활용해 값싼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 세입자 9년 안심 거주 보장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두 정당의 공약에 관심을 갖는 유권자는 거의 없어 보인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원 마련에 대한 심각한 고려 없이 매번 선거 때마다 나오는 정책”이라며 “토지임대주 주택도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 신선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