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주거, 직장, 오락을 한곳에서?…이젠 '힙스터비아'가 뜬다

  • 함현일 美시비타스그룹 애널리스트

    입력 : 2020.02.13 07:29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힙한 밀레니얼 세대가 사는 곳 ‘힙스터비아’

    요즘 방송에서 ‘힙하다’란 말을 종종 듣는다. 포털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말이다.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이런 힙한 것을 즐기는 사람을 ‘힙스터’라고 부른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도 ‘힙’(hip) 이란 단어가 2020년 트렌드로 떠올랐다. 바로 힙을 즐기는 힙스터들이 모여 사는 ‘힙스터비아’(Hipsturbia)다.

    [땅집고] 미국 내 대표적인 힙스터비아 중 하나로 꼽히는 뉴저지주 호보켄. /위키피디아

    ■밀레니얼들이 ‘살고, 일하고, 노는 곳’

    아직 우리 귀에 생경한 힙스터비아란 단어의 정확한 뜻부터 살펴보자. 힙스터들이 가장 많은 나이대는 25~39세, 즉 밀레니얼이다. 밀레니얼이 살고, 일하고, 놀 수 있는 활기찬 외곽 커뮤니티를 힙스터비아라고 한다.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아파트와 직장, 식당과 쇼핑상가 등이 밀집한 것이 특징이다.

    2013년 뉴욕타임스가 관련 기사를 쓰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용어다. 젊은이들이 뉴욕 맨해튼은 아니지만 웨스트체스터 같이 다운타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인접 외곽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이제 이 트렌드가 뉴욕을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힙스터비아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는 지난해 9월 ULI(Urban Land Institute)와 PwC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0년 이머징 부동산 트렌드 리포트’다. 이 리포트는 2020년 키워드 중 하나로 힙스터비아를 꼽았다. 힙스터비아가 되기 위한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주거’(Iive), ‘직장’(work), ‘오락’(play)이다. 이 모두를 충족하는 곳만이 힙스터가 살만한 곳이다.

    내가 이 조건을 처음 접한 것은 바로 직장에서 가까운 댈러스 업타운에서다. 업타운은 아예 간판에 “live, work, play 할 수 있는 곳”이라고 광고한다. 이는 이미 20 여 년 전부터 개발회사들이 죽어가는 도심을 재생시키기 위해 사용하던 공식이다. 이제 이 공식이 밀레니얼 유치를 위해 신규 개발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땅집고] 연도별 미국 내 25~34세 밀레니얼 인구 및 가구 추이. /ULI

    ■ 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밀레니얼

    대도시 도심으로 몰렸던 젊은이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2019년 발표한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의 25~39세 밀레니얼 인구는 2만7000명 감소했다. 2017년(5만4000명)보다 감소 폭이 줄긴 했지만, 4년 연속 순감소를 기록했다. 뉴욕만 놓고 보면 지난해 3만8000명의 밀레니얼이 빠져나갔다. 2017~2018년 외곽도시 성장이 도심보다 2배 이상 빨랐다.

    이런 현상은 밀레니얼이 나이를 먹어가며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통 결혼하고 나이 들면 도시 외곽으로 많이 이주한다. 가족에게 더 안락한 삶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밀레니얼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 외곽으로 나오더라도 도시에서 즐기던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주거비는 도심보다 저렴하지만 직장이 가깝고 식당, 쇼핑, 오락을 도보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곳에 둥지를 튼다. 이를 빠르게 눈치챈 개발회사와 시(市)의 도시계획 담당자들이 도심 외곽지역 개발에 ‘Live, Work, Play’의 오래된 성공 공식을 적용하고 있다.

    ■ 대학가 주변도 힙스터비아로 변신

    보통 힙스터비아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댈러스 등 대도시의 앵커커뮤니티 주변에 조성된다. 대표적인 힙스터비아로는 뉴욕주의 용커스와 뉴러셀, 뉴저지주의 호보켄과 메이플 우드, 서밋, 일리노이주의 에번스턴, 캘리포니아주의 산타클라라가 꼽힌다. 최근에는 대학 도시도 졸업생들이 대학 주변에 남길 원하면서 힙스터비아로 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이 인접한 산타클라라, 노스웨스턴 대학이 위치한 에반스톤, 애리조나 스테이트 등이 공존하는 개발이 활발하다.

    힙스터비아의 다른 특징은 ‘공유’다. 단독주택이나 임대아파트, 자동차 등을 공유하는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주거비와 자동차 할부금을 아껴 차라리 학자금 대출을 갚는 것이 현명하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 방식이 반영된 결과다.

    [땅집고] 서울 연남동의 한 셰어하우스. /바우하우스

    ■일자리 성장도 뒷받침

    사실 힙스터비아의 성장을 가장 크게 떠받치고 있는 것은 미국 경기다. 외곽 도시의 일자리 성장이 밀레니얼 세대의 이주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약 7만 개의 일자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에서도 원하는 일자리를 잡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꼭 밀레니얼 세대만이 힙스터비아를 선호하는 건 아니다. 텅 빈 둥지에 남겨진 새(Empty nester), 즉 장성한 자녀가 집을 떠난 뒤 텅 빈 집에 남은 부모도 이런 커뮤니티로 유입되고 있다. 집 크기를 줄이고 도심으로 이주하는 대신 이동이 편리하고 원래 집에 가까운 힙스터비아에 자리 잡는 부모가 늘고 있다.

    우리 집 근처에도 힙스터비아가 있다. 최근 3년 사이에 개발한 지역으로 하나의 블록에 오피스, 식당, 쇼핑가, 호텔, 아파트 등이 함께 있다. 근방에 커피를 들고 걷기 좋은 거의 유일한 장소다. 밀레니얼이 아닌 나도, 아이들이 크면 언젠가 살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곳이다. 힙스터비아의 성장, 2020년 만의 시한부 트렌드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