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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강남 집값 내렸다는데…이 통계는 또 다르네

    입력 : 2020.02.12 07:26

    [땅집고] “강남4구 아파트 값이 0.04% 내려 2주 연속 하락했다.”(한국감정원)
    “강남구는 지난주보다 0.10% 올랐고,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0.12%, 0.17% 상승했다.”(KB국민은행)

    [땅집고]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주간 강남4구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이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택가격 조사의 양대 기관이 서로 다른 집값 통계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가뜩이나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에 더 큰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은 지난 6일 ‘주간(週間) 아파트값 통계’ 자료를 통해 “강남 4구 집값이 일제히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같은 날 발표한 ‘주간 시세동향’ 자료에서 “강남4구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혀 상반된 통계를 냈다.

    두 통계 모두 시장에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는 국내 유일 국가공인 집값 통계다. 하지만 국민은행 시세 조사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옛 주택은행 시절부터 수 십 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데다 주택담보대출 계산의 근거 자료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정부, 감정원 통계 근거로 “강남4구 집값 잡혔다”

    “서울 아파트 가격, 특히 강남4구 가격 하락이 통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매가격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안정 추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는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통계였다. 강남 4구 아파트 가격이 전주(1월27일 기준)에 비해 0.01% 내려 지난해 6월 이후 처음 하락세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강남 4구 아파트값은 최근 조사(2월 3일 기준)에서도 0.04% 내려 2주 연속 내렸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강남4구 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감정원 통계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는 감정원이 정부 입맛에 맞는 황당 통계를 내놓은 전력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감정원은 집값이 한창 오르던 지난해 10월 말, 서울 아파트가격동향지수가 108.8로 전년 말 108.9에 비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감정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30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이 10% 정도 올랐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조차 “시세와 동떨어진 감정원의 엉터리 통계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감정원과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을 놓고도 큰 차이를 보였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뜻한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최초로 9억원을 돌파해 9억1216만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정원이 발표한 가격은 8억3920만원에 그쳤다. 믿을 만한 통계 수치를 내놓아야 하는 두 기관의 금액 차가 무려 7000만원 이상 난 것이다.

    [땅집고]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시세 조사 표본 규모, 조사대상, 조사 방법. /땅집고

    ■ 감정원은 직원이 조사…표본 아파트는 KB가 2배 많아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의 시세 조사 방식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조사원이 실거래가와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呼價)를 적절히 조합하는 방식이다. 실거래가만 조사하면 1~2건의 거래 사례가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치고, 거래가 없을 때는 시세 변화를 파악할 수 없는 탓이다. 반면 호가에만 의존하면 실제 거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가 발생한다.

    그러나 실거래가와 호가를 취합하는 방식에서 두 기관의 차이가 있다. 우선 표본주택 수가 다르다. 감정원과 KB의 표본주택 수는 각각 2만7000가구와 3만4000가구로 KB가 더 많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KB(약 3만 가구)가 두 배 정도 더 많다. 반면 조사 범위(시·군·구)는 감정원이 넓다.

    조사 방식도 조금 다르다. 감정원은 “표본주택 대상으로 월 1회 조사 전문가가 실거래가를 우선 파악하고 실거래가가 없으면 유사거래를 통해 확인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조사 전문가는 ‘감정원 직원’이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중개업소를 통해 실거래가와 호가를 온라인으로 취합하고 추가 전화·팩스 조사를 실시해 보완한다”고 밝혔다.

    [땅집고] 2019년 12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조선DB

    ■ “정부 입김 작용 우려…입맛에 맞는 통계는 안돼”

    전문가들 사이에도 어느 쪽의 조사 결과가 더 정확한지 논란이 있다. 다만 그동안 경험으로 보면 국민은행 시세가 상대적으로 시장 상황을 더 신속히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 한 시장 전문가는 “대체로 아파트값이 변동하는 시기에는 KB 국민은행의 주간 통계가 더 빠르게 현실을 반영한다”며 “전문가 대부분은 국민은행 자료를 더 신뢰하고 많이 인용한다”고 했다.

    감정원 통계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 효과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집값 안정책을 내놓을 때는 ‘집값이 불안정하다’고 하고,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고 할 때는 ‘집값이 내렸다’고 주장한다. 모두 한국감정원 통계가 이용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어떻게 조사하든 주관이 개입하긴 마찬가지인데 특히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많은 통계 중 정부 입맛에 맞는 것만 추려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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