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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상권 다 폭망했는데…방학에도 불황 잊은 이곳

  •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

    입력 : 2020.02.06 05:19 | 수정 : 2020.02.07 11:29

    [권강수의 상권탐방] 낡았지만 활성화 최고 수준인 회기역 상권

    [땅집고] 회기역 일대에 들어선 파전골목. /상가의신

    지하철 1호선 회기역(경희대) 상권은 여느 대학 상권과 비교하면 규모, 집객시설, 교통 여건이 다소 떨어진다. 회기역에서 경희대 앞까지 이어지는 좁은 도로와 노후 상업시설을 보면 ‘과연 이곳이 대학가 중심 상권이 맞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회기역 상권은 뜻밖에도 서울 대학상권 중 활성화가 잘된 편이다. 2016년엔 경춘선 청량리역 연장운행으로 회기역에서도 가평·춘천 방면 경춘선 이용이 가능해졌다. 이제 회기역은 수도권 1호선·경춘선·경의중앙선 등 트리플 환승 역세권이 된 것이다.

    경희대 앞은 낮에 경희대와 경희의료원, 한국외국어대와 서울시립대 학생이 몰려 활기를 띈다. 저녁엔 인근 산림청,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국방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서까지 인구 유입이 이뤄진다. 회기역 상권은 주 소비 계층인 대학생이 방학하면 활력을 잃어버리는 대학 상권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인근에 마땅한 상권이 없어 지역 주민도 많이 찾는 중심 상권으로 자리잡았다.

    [땅집고] 회기역에서 경희대 정문으로 향하는 사거리 횡단보도. /상가의신

    ■ 회기역~경희대 정문에 이르는 상권 업종 분포

    회기역 1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01번을 타고 2개의 정거장을 가거나, 회기로를 따라 10분가량 걸어가면 경희대 상권에 진입한다. 파전 골목을 지나 '회기로' 왼쪽엔 회기 힐스테이트·신현대아파트 등 주택가가, 오른쪽엔 옷가게·통신사 대리점 등 소형 점포들이 경희대길까지 길게 늘어섰다.

    회기로에서 경희대 방면으로 향하는 이면도로에는 판매점과 음식점이 공존한다. 상권 규모가 크지 않은 탓도 있지만, 다른 대학 상권보다 저렴한 임대료 등 여러 여건이 좋아 임차인이나 업종 변경이 잘 이뤄지지 않는 까닭도 있다. 저층 상가들이 대부분인 이곳엔 요식업이 전체 상권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도소매업과 서비스업도 골고루 분포한다. 요식업은 한식과 분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이 들어와 있다. 먹을거리뿐 아니라 의류와 귀금속, 이·미용실 등 대부분 업소의 단가가 저렴하다.

    경희대 정문으로 향하는 길은 회기역 주변과 달리 상권이 잘 정리된 느낌이다. 대로변에는 20대를 겨냥한 스타벅스·커피빈·배스킨라빈스·투썸플레이스·파리바게뜨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커피 등 음료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을 생각한다면 적은 평수라도 창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피자·치킨집 등은 내방객을 고려해 규모 있게 창업하는 쪽이 좋아 보인다. 또한 미용실 등은 대학가 앞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땅집고] 항아리처럼 생겨 외부로 손님이 유출되지 않는 회기역 상권. /상가의신

    ■ 항아리에 물 고이듯…탄탄한 소비층이 특징

    경희대 정문 앞 중심 상권은 지도에서 보면 항아리를 닮아 ‘항아리상권’이라고 불린다. 이는 특정 지역에 상권이 쏠리는 것을 의미한다. 상권이 크게 팽창하지는 않지만 소비층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창업자들이 항아리 상권을 선택하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일반상권에 입점한 점포는 영업이 부진하면 아무리 혼자 노력해도 회생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항아리상권은 항아리에 물이 고이듯, 사람들이 외부로 이탈하지 않고 인근 주거 지역 주민 등 풍부한 고정 배후 수요가 뒷받침돼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회기역 상권은 겉보기에 좁은 도로에 노후 건물이 늘어서 화려하진 않지만 수요층이 풍부해 상권의 내실은 좋다는 평가다. 여느 대학상권처럼 상품의 단가 자체는 낮지만 수요층이 탄탄하고 적정 수준으로 형성된 점포 시세와 임대료도 매력적이다. 지하철 1호선, 경춘선, 경의·중앙선 3개 노선 트리플역세권이어서 유동인구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서울 평균보다 50% 이상 높은 인구밀집도를 보인다.

    [땅집고] 경희대 정문에서 회기역으로 향하는 대로변. /상가의신

    ■ 퓨전·외국음식 전문점, 1000원 매장 등이 창업 유리

    경희대와 경희의료원 일대 상권은 요식업 비중이 매우 높다. 조사결과 회기역 전체 상권 내에 60% 이상이 요식업종이며, 그 중 한식당과 분식집 비율이 50%가 넘는다. 다른 아이템을 찾아 창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요식업으로 창업을 원한다면 퓨전·외국음식 전문점 창업을 권한다.

    유동인구가 6만명 넘는 상권치고 휴대전화 전문매장, 신발 전문점, 스포츠 매장 등은 많지 않아 고려해 볼만하다. 가격 부담이 없는 생필품 전문매장인 1000원 매장과 샌드위치 전문매장 등도 유망 업종으로 꼽힌다. 20대 유동인구가 많은 경희대 부근에는 개성 있는 보세의류, 소규모 창업이 가능한 액세서리 매장 등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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