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30 04:00 | 수정 : 2020.01.30 07:52
[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한상범 하우재건축사사무소 소장 “빡빡하게 채우지 말고 공용 공간 많이 넣어야”
“서울 강남 한복판처럼 입지가 완벽하지 않다면 남들과 똑같이 짓는 이른바 ‘성냥갑 빌딩’은 임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옆 건물과 조금이라도 다른 설계, 세입자들이 원하는 설계가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내 건물만이 가진 핵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30여년 동안 건축 설계 경력을 쌓아온 한상범 하우재건축사사무소 소장. 그는 서울시 성동구 건축도시공동위원회 위원,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한 소장은 2018년 하우재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한 대표는 오는 2월 4일부터 개강하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11기 과정에서 ‘건축물의 가치를 높여주는 설계 노하우’(▶수강 신청하기)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그에게서 건물 가치를 올리는 설계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Q. 건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설계 트렌드가 있다면.
“주차장을 2~3층에 설치하는 건축 설계가 인기다. 그동안 주차 공간을 지상 1층에 두고 필로티 구조로 짓는 건물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설계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손해다. 1층 상가가 ‘건물의 얼굴’인만큼 임대료도 가장 높은데, 이 황금 공간을 주차장으로 써버리면 월세 수입이 줄어드는 탓이다. 1층이 주차된 차로 가득 차 있으면 건물 가시성(可視性)이나 매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주차장을 1층이 아닌 윗층으로 올리는 설계다. 이렇게 하면 법정 주차대수를 확보하면서 1층 점포 월세까지 받을 수 있어 건물주에게는 이득이다. 건물을 짓는 위치가 지하철역에서 가깝거나 지반이 약해 땅을 깊게 팔 수 없는 경우에도 이런 설계가 도움이 된다.
실제로 최근 4년 동안 성동구 건축심의위원을 하면서 살펴보니, 주차장을 지하나 1층 대신 2~3층에 배치하는 건물이 상당히 많았다. 현재 성동구에는 규모가 큰 지식산업센터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 이 중에는 주차장을 없앤 지하에 창고를 설치해 세입자들에게 임대료를 받거나 분양할 때 ‘짐을 보관할 수 있어 편리한 건물’이라며 차별성을 내세우는 곳이 많다. 세입자들 역시 이런 지식산업센터를 선호한다."
Q. 꼬마빌딩 내부 설계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상가나 주택만으로 건물을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세입자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용 공간을 함께 배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때 건물 가운데를 군데군데 비워 외부와 이어지도록 설계하면 건물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세입자들이 바람을 쐬거나 휴식을 취하려고 건물 1층까지 내려가는 번거로운 일을 막을 수 있고 외관상 눈에 잘 띄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임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송정역 근처에 지은 ‘e-sky(이-스카이)’ 빌딩이 좋은 예다. 건물 전면부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공용 공간이다. 테라스처럼 쓸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 2010년 완공 당시 강서구 일대에 높은 빌딩이 많지 않았는데, 멀리 공항을 바라볼 수 있어 지역 랜드마크 건물 대접을 받기도 했다. 이 공간을 끼고 있는 점포에 샤브샤브 식당이 입점했는데 실제로 주변 점포보다 장사가 훨씬 잘 됐다.”
Q. 예비 건축주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설계비는 전체 건축비의 5% 안팎을 차지한다. 비중이 크지 않지만 설계는 건물 전체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건축주는 시공에만 몰입하고 설계에 비중을 두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대충 설계한 건물을 지었다가는 완공 후 생각보다 높은 공실률에 당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이 지으려고 하는 건물을 염두에 두고 건축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검토해 보기를 권한다. 건축주가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보고 공부하면서 건축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성공하는 건축을 위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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