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25 04:45
[권강수의 상권탐방] 영화 속 범죄 무대에서 핫플레이스로 뜬 망원동 상권

[땅집고] 서울 마포구 망원동은 “4885, 너지?”라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 ‘추격자’가 2008년 흥행하며 뜨기 시작했다. 물론 영화 속 망원동은 지금같이 힙(hip)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 배경이었기에 낡고 어두운 모습으로 비쳐졌고 망원동 주민 항의도 거셌다. 그러다가 3년 전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 ‘육중완’씨가 사는 곳으로 소개된 것이 망원동 상권 발달의 촉매제가 됐다. 이후 망원동 골목은 이태원의 명소 경리단길 이름을 붙여 ‘망리단길’로 불리게 됐다.
망리단길은 저층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밀집했던 곳이어서 단독주택을 개조하거나 상가주택 1층을 활용한 점포가 대부분이다. 특이한 점은 망원시장 방향으로 뻗어나온 이면도로 일대가 메인 상권이라는 것. 일반적으로 지하철역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색적이다. 원래 망원동 상권은 지하철 6호선 망원역 1번, 2번 출구에서 망원우체국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이 메인이었다. 망원동 대로변 상권에는 깨끗한 신축 건물이 많아 잘 정돈된 느낌이다.


■메인 거리보다 골목길이 더 인기 높아
망원시장은 재래시장으로는 드물게 돔 형태이며 배송도 해준다. 기존 전통시장과 달리 소량으로 팔기도 하고, 싼값에 곧바로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한 음식을 팔아 큰 인기다.
망리단길은 망원시장을 지나 포은로길 중심으로 골목 일대에 펼쳐져 있다. 다세대주택과 트렌디한 분위기의 가게, 간판도 없는 소규모 가게가 들어서 독특한 분위기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포은로길은 원래 주택가였으나 인근 홍대, 연남동, 합정동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이 치솟는 임대료 탓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곳으로 옮겨오며 상권이 형성됐다. 이전에는 50~80대 주민이 많아 유흥주점과 오래된 술집이 주를 이뤘다. 지금은 젊은 창업자들이 모이면서 카페, 음식점, 프랜차이즈 음료점 등이 생겨나면서 20~30대와 커플 고객이 증가했다.
망리단길은 좁은 골목길에 특색 있는 맛집이 많아 늘 인파로 북적인다. 젊은층 입맛과 눈길을 사로잡은 발리인망원, 태양식당, 베를린키친, 빙하의별 등 소규모 매장으로 외국 가정식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다. 액세서리 가게, 소품숍, 꽃집, 석고 방향제숍 등 공방과 작업실도 몰려있다. 비엔나커피에 생크림을 올린 아인슈페너가 유명세를 타며 망원동 명소로 자리잡은 ‘커피가게동경’과 죠리퐁 스무디로 인기를 얻고 있는 ‘호시절’ 등 독특한 메뉴를 지닌 디저트 가게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주택가 곳곳에 숨은 맛집이 많아 SNS(소셜미디어)로 미리 검색하지 않으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 젊은 층 입소문 덕에 유명해져
망리단길 상권은 SNS와 블로그, 방송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젊은층 입소문 덕에 유명해졌다. 보물찾기하듯 골목골목 숨어있는 작은 가게를 찾아내는 게 매력 포인트다. 중심가를 벗어난 골목 상권 특성상 대형 상권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소규모 점포가 적합하다.
요즘 20~30대 젊은 소비층에게는 기성 상권보다 새롭고 개성이 강한 장소가 인기다. 망리단길처럼 골목이 작고 교통이 불편한 곳도 성업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망리단길은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망원한강공원이 있어 데이트코스로도 인기다. 이렇듯 커플 고객을 겨냥하는 것도 좋다. 망리단길 창업 시에는 눈길을 끄는 인테리어와 메뉴로 소비자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SNS와 블로그에 입소문이 잘 나도록 홍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특별한 콘셉트가 없는 아이템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가는 실패 위험이 높다.
최근 홍대 주변에서 점포를 이전해 망리단길 골목 입구에 터를 잡은 ‘미스터와우’ 수제버거 점포의 경우 “수제버거는 비싸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와우버거 2500원, 헤쉬버거 2500원, 베스트 메뉴인 비프소고기버거 4500원 등이다. 가끔 점포 앞에 음료와 고기를 무료로 맛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확 뜨는 상권? 순식간에 질 수도 있다!
망원동처럼 매매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상권은 창업이나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 상권이 급속히 성장한 만큼 쇠퇴도 빠르게 진행될 우려가 있다. 유행에 민감한 20~30대가 주 소비층이라는 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20~30대 소비 수요가 높다는 것은 결국 40대 소비층이 비교적 약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등 배후수요가 안정적인 오피스상권과는 떨어져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를 상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망리단길 주변은 전형적인 주택가 상권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낮 시간대 매출은 크게 저조한 반면 저녁 매출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소비층이 빈약해 장사가 되는 곳만 잘 되고, 고전하는 곳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소비층을 두껍게 하는 전략을 구상해 향후 상권 발전과 안정화를 도모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셈이다.

망리단길 A급 점포 시세는 33㎡당 보증금 2000만~3000만 원에 월세 90만~120만 원 선이다. 입지가 조금 떨어지는 B급 점포 시세는 33㎡당 보증금 1000~1500만 원에서 월세 70만~80만 원, 권리금 3000만 원 선이다. 망원동 시세는 포은로길을 중심으로 서교동 쪽으로 갈수록 임대료가 높아지고 망원2동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망원동의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망원동 일대 바닥권리금은 1년 전만 해도 1000~2000만 원 선에서 형성됐지만, 최근 4000만 원까지 뛰었다”며 “이마저도 매물 자체가 없어 거래가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