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22 05:38
땅집고는 상업용 부동산(상가·빌딩) 전문 앱인 ‘상가의 신’ 권강수 대표가 집필하는 ‘상권 탐방’ 시리즈를 통해 불황의 시대 자영업자와 상가 투자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소개합니다.
[권강수의 상권탐방] 침체에 빠진 잠실새내역, 유동인구·배후수요 탄탄해 곧 회복될 것
[권강수의 상권탐방] 침체에 빠진 잠실새내역, 유동인구·배후수요 탄탄해 곧 회복될 것
잠실새내역(구 신천역) 상권은 1980년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이 개통되며 생겼다. 이후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를 치르며 상권의 기반을 다졌다. 잠실새내 상권은 종합운동장과 잠실주공·아시아선수촌·우성 등 대단지 아파트, 삼전동까지 이어진 주거지를 기반으로 배후 수요가 탄탄하다. 비슷한 시기 잠실역 중심으로 롯데호텔,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등이 들어서며 상권 범위가 더 확장했다. 신천역은 2016년 12월 신천의 순 우리말인 ‘새내’를 사용한 ‘잠실새내역’으로 역 이름을 변경했다.
잠실새내역 상권은 1990년대 압구정, 신촌, 방이동과 함께 서울의 중심 상권으로 부상했다. 10·20대가 중심이 된 잠실의 대표적 판매·유흥상권으로 발돋움했다. 삼성역·잠실역 업무지구 직장인까지 유입되며 더욱 활발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기세등등하던 잠실새내역 상권이 2000년대 초 잠실 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대단지 아파트 배후 수요를 잃어 6만여 명이 빠져나갔고, 공사 현장의 난잡함으로 오피스 상권 기능도 상실한 것이다.
상권 부활은 6년 뒤인 2006년 재건축 아파트가 입주하면서부터였다. 새로운 입주민이 대거 유입되며 잠실새내역 상권은 불황을 끝내고 활발했던 옛 모습을 되찾는듯했다. 그러나 2016년 롯데월드몰 준공 이후 매출이 20~30% 하락했다며 또 다시 고충을 드러내는 상인들도 있다.
■올림픽 대로변·먹을거리·새마을 전통시장의 세 가지 구획
잠실새내역 상권은 잠실새내역 4번 출구부터 종합운동장역까지 일(一)자로 곧게 뻗은 모양이다. 올림픽대로변 상권, 먹을거리 상권, 새마을전통시장 상권 등 크게 3가지 구획이다. 먼저 올림픽대로변은 종합운동장사거리부터 자동차업, 금융·보험업, 대형 패스트푸드점 등 근린생활시설이 밀집한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이다.
중심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먹을거리 상권은 안쪽으로 폭넓은 골목길이 조성돼 있다. 여느 먹자골목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시원시원한 모양새다. 또 다른 특징은 사무용 건물과 상가 건물이 보기 좋게 섞여 있다는 점. 먹거리 상권은 잠실새내역 3번과 4번 출구, 종합운동장역 9번 출구 사이 백제고분로를 따라 조성돼 있다.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 커피숍, 고깃집, 스크린 야구, 복요리 전문점, 치킨 맥주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 천주교 잠실성당 기점으로 종합운동장 방향으로는 젊은이를 위한 퓨전·음식 가맹점, 잠실새내역 쪽으로는 직장인 대상 주점, 횟집 점포가 있다. 잠실새내역 먹을거리 상권의 추천 업종으로는 입지가 좋은 곳엔 와플·아이스크림 등 간식 매장, 입지가 떨어진다면 곱창·양꼬치 가게 등이 매출 올리기에 유리해 보인다.
잠실 트리지움 아파트 서문에서 길을 건너면 잠실본동 새마을 전통시장을 포함한 상권이다. 불과 100여 m 북쪽이 먹을거리 상권인데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지은 지 30년이 넘는 단독주택 사이로 농축산물, 반찬 가게 등이 있다. 식당가도 빈대떡, 국밥 등 장년층이 좋아할 메뉴들이 즐비하다. 새마을 전통시장 상권에서 판매 중인 옷가지·과일 등 모든 상품이 매우 저렴하다.
■ 롯데월드·잠실야구장 찾는 인파도 흡수
잠실새내역의 유동인구는 하루 5만 5000명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입지를 고려했을 때 집계된 유동 인구와 상권 이용 인구는 다소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잠실역 인근은 생각보다 먹을거리가 많지 않아 롯데월드를 찾은 이들은 잠실새내역에 찾아와 맛집을 방문한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월드에서 나온 후 석촌호수 길을 돌아서면 잠실새내 상권까지 금방이다. 잠실운동장이 위치한 종합운동장역 유동인구도 잠실새내역 상권의 주 소비층이다. 종합운동장역 유동인구는 하루 2만 8000명 가량으로 종합운동장역의 숫자로 봤을 때 비록 많지 않은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해당 인구가 고스란히 잠실새내역 상권의 소비인구로 전환되므로 상권 활성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더욱이 종합운동장 내에 잠실야구장은 LG·두산, 두 팀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데, 리그 중인 3~10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야구장 주변은 새벽까지 인파로 북적인다.
■ 특색없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어
잠실새내역 상권은 탄탄한 배후 수요와 유동인구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으나, 최근 상황은 좋지 못하다. 다른 유명 상권에 비해 뚜렷한 특색이 없어 외부인 재방문 비율이 낮은 탓이다. 취업난 등으로 주 소비층인 청년의 소비 패턴이 변했지만 이에 적절히 대응한 점포가 별로 없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견제해야 하며 또 다가올 잠실 일대의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삼성동 일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건설 여파까지 대비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가 내림세다. 목이 좋은 1층 점포는 가격 하락이 없는 편이지만 B급 점포 위주로는 하락 곡선을 보인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경기 침체와 주변 상권 이동 현상으로 점포 거래가 많이 줄고 권리금도 하락한 것이 사실”이라며 “신규 창업할 때 롯데월드몰 개장 여파를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 하락세에도 대단지 배후 수요 갖춘 잠실새내 상권
한때 제2의 압구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했던 잠실새내역 상권은 현재 약간의 하락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입지로 그 내림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상권 자체가 넓어 트렌드가 생기기 시작하면 빠르게 변화할 힘이 있다. 여기에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역은 갖지 못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비롯되는 든든하고 꾸준한 소비력이 뒷받침돼 발전 여지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