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20 05:15
“대책 이전에도 20억원 넘는 고가 주택은 대출 없이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정작 대출이 필요한 아파트는 중산층 맞벌이들이 주로 사는 아파트죠.”(서초구 반포동 A 중개업소 관계자)
15억원을 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12·16대책 발표 열흘 후인 작년 12월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변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 164㎡(이하 전용면적)가 43억8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한달 전보다 8000만원이 올랐다. 이 주택형으론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 몇 년 간 거래가 거의 없었다가 작년 11월부터는 두 달 연속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가격 상승폭도 컸다. 올 들어 이 주택형 호가는 48억원에 달한다.
15억원을 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12·16대책 발표 열흘 후인 작년 12월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변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 164㎡(이하 전용면적)가 43억8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한달 전보다 8000만원이 올랐다. 이 주택형으론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 몇 년 간 거래가 거의 없었다가 작년 11월부터는 두 달 연속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가격 상승폭도 컸다. 올 들어 이 주택형 호가는 48억원에 달한다.
12·16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전면금지하고 고가 주택의 종부세 부담을 크게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규제의 타깃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들에 대한 수요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모습이다. 20억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들은 대책 이후에도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끼고 구입하는 9억~15억원대의 아파트들은 거래 위축이 뚜렷하다.
■ 연일 신고가 경신…결국 강남 초고가만 살아남았다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들은 정부의 의도와 달리 대책 이후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 작년 2월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126㎡ 는 작년 12월 23일 33억5000만원(16층)에 팔려나가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25억2000만원(20층)에서 무려 8억3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 아크로리버’ 149㎡ 역시 작년 12월24일 17억3000만원(21층)에 매매됐다. 지난 10월보다 1억3500만원 올랐다. 2016년 8월 입주한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강남 더샵포레스트’ 114㎡는 작년 1월 19억원에 팔린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가 지난해 12월29일 23억7000만원에 팔려 무려 4억7000만원 상승했다.
대책 이후 강남권에서도 입지 차이에 따라 분위기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로 20억원이 넘는 초고가는 오르지만 15억~20억원대의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졌다. 대책 발표 전인 작년 12월13일 21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잠실동 ‘잠실엘스’ 84㎡대 아파트는 발표 직후 84.97㎡가 17억8000만원(5층)에 거래돼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정부의 대출·세금 규제 현금 부자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초고가 아파트를 구입하는 자산가들은 지금 같은 경제 상황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자산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투자가 강남 아파트 투자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막대한 세금을 감수하고서도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 역시 “정부가 각종 규제를 쏟아냈지만,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들이 부동산을 투자처로 삼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 대출 낀 “9억~15억원 아파트, 상대적 타격 커”
반면, 강북의 대표적인 중산층 주거지인 마포구 일대는 12·16 대책 이후 거래가 사실상 멈췄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84㎡는 작년 11월 16억3000만원(25층)에 팔렸지만 이후 거래가 없다. 인근 T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에 대출 규제 때문에 사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집주인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호가도 오르지 않고 대책 발표 전과 상황이 그대로”라고 했다. 용강동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84㎡ 역시 11월 17억3000만원(13층)에 팔리며 마포구에서 같은 크기 아파트 중 작년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12월부턴 거래가 끊겼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규제가 장기적으로는 강남 등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현금 부자가 많은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취약하고 수요자들의 대출비중이 높은 마포, 송파 등의 지역들에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9억~15억 이하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성동구(56.1%), 이어 광진구(52.9%), 중구(46.1%), 마포구(45.4%) 등의 순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9·13 대책의 고강도 규제로 일시적으로 집값이 정체 상태를 보였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강한 규제로 일시적으로 수요를 잠재웠지만 공급 부족과 같은 상승 요인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작년 하반기 이후처럼 집값이 다시 상승한다면 결국 대출 규제로 주택 매입 기회를 박탈당한 중산층만 소외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대출 규제를 신경쓰지 않는 진짜 현금 부자들은 매물이 늘고 호가가 떨어지는 지금을 집을 매입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본다”며 “시세 차익이 보장된 청약 시장에 수요가 몰리면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발빠르게 움직인 현금 부자들이 이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