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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소개팅 성지였는데…이젠 사당역에도 밀리나

  •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

    입력 : 2020.01.08 04:23

    땅집고는 상업용 부동산(상가·빌딩) 전문 앱인 ‘상가의 신’ 권강수 대표가 집필하는 ‘상권 탐방’ 시리즈를 통해 불황의 시대 자영업자와 상가 투자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소개합니다.

    [권강수의 상권탐방] 1990년대 카페거리로 날렸던 서울 방배동 상권

    [땅집고] 서초구 방배동 상권에 속한 이면도로에 늘어선 점포들. /상가의신

    방배동은 서울 서초구 서쪽 끝자락에 속한 동이다. 관악구와 서초구 경계에 위치한 우면산을 등졌대서 방배(方背)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동네 북쪽 한강을 등진 모서리라는 이야기도 있고, 임금이 되지 못한 효령대군이 궁을 등지고 살았던 곳이라 하여 방배동이라는 말도 있다. 부촌(富村)으로 소문난 ‘서래마을’을 포함하는 방배동은 연예인과 기업인, 정계(政界) 인사가 많이 거주한다. 고급 빌라촌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많은 동네로 소문이 나 미디어의 관심 세례를 받았다. 실제로 서래마을과 인근 방배동 카페·레스토랑은 소개팅 장소로 인기가 많다.

    근처에는 우면산, 서리풀공원, 매봉재산, 방배체육공원 등 굵직한 자연공간이 있다. 이 일대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과 7호선 내방역, 4호선 사당역이 가깝다. 경부고속도로와 서울 주요 간선도로 접근성이 좋은데다 강남이지만 너무 시끄럽지 않은 동네여서 장년층에게도 인기다.

    방배동 상권은 역세권 유동인구보다 주로 배후 소비 세력에 의존한다. 그런데 슈퍼마켓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려면 방배역에서 1.7km 떨어진 홈플러스 남현점이나 3.1km 떨어진 킴스클럽 강남점까지 가야하는 점이 의외다.

    [땅집고] 방배역 3번 출구 일대 먹자상권. /상가의신

    ■먹자상권, 주거지가 공존하는 방배역 상권

    방배동 상권은 크게 방배역 상권, 방배동 카페골목, 인근 서래마을 등 셋으로 나뉜다. 먼저 방배역 3번 출구 이면도로 안 방배아크로타워를 중심으로 펼쳐진 먹자상권. 규모가 작은 편이며 점포의 수도 적다. 주로 교육시설과 학원, 병원, 금융기관, 사무실 등이 많다. 확실한 소비 세력이 뒷받침해준다. 방배역 먹자상권 대로변은 병원, 호프집, 식당, 프렌차이즈 카페 등이 자리해 있다. 이면도로로 들어가면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업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인근 거주민과 백석대생 등이 주 소비층이다. 인근 오피스를 배후로 30~50대 직장인 소비가 높다.

    타 상권과 비교했을 때 평일 낮 시간대는 비교적 한산하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되면 상권을 지탱하는 큰 축인 직장인과 대학생 유동인구가 많아진다. 물론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시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활기를 찾는다. 그렇기에 늦은 시간까지 소비되는 업종보다는 점심장사, 초저녁 장사를 위주로 한 업종이 경쟁력 있다. 방배역 먹자상권에서 만난 한 상인은 “현재 장사가 신통치 않다”며 “다양한 버스노선이 지나면서 교통여건이 좋은 인근 사당역으로 유동인구가 많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길 건너 방배역 4번 출구 대로변은 3번 출구 느낌과 비슷해 겉보기엔 한산하다. 하지만 그 안쪽으로는 고급빌라와 아파트 등 강남의 중상류층이 밀집해 있어 탄탄한 소비력을 보여준다. 맞은편의 1번, 2번 출구는 학교가 위치한 상권으로 아파트, 원룸 등 주거지가 형성돼 있고 카페, 학원 등의 업종이 많다. 방배역을 기준으로 대로변 상권은 활성화가 잘 되어있는 반면, 아파트 단지 주변은 전형적인 주거형 상권의 모습이다.

    [땅집고] 한때 소개팅의 성지로 불렸던 방배동 카페골목. /상가의신

    ■1990년대 잘 나갔던 방배 카페골목, 요즘 뜨는 서래마을

    카페골목의 메인상권 평균 시세는 A급 1층 점포기준 33~40㎡가 보증금 3000만~4000만 원선, 월세 200만∼250만 원, 권리금 4000만∼5000만 원선이다. 골목안쪽 B급 점포는 보증금 2000만∼3000만 원, 월세 150만∼180만 원, 권리금 2000만∼3000만 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1990년대까지 인기 있는 상권이었던 방배동 카페골목은 내방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사실 카페골목이라기보다 식당과 술집 등이 늘어선 여느 먹자골목 모습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과 중소기업 근로자 등 고정 수요는 비교적 탄탄하나, 외부 인구 유입이 무척 큰 동네는 아니다.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수년간 식당을 운영한 주인은 “2~3년 전부터 장사가 조금씩 안 되기 시작해 지금은 상권이 많이 죽었다”며 “카페골목이 어려워져 가게를 내놓은 곳도 많다”고 했다. 이는 방배역 주변 사정과 유사하다.

    [땅집고] 방배동 상권은 인근 아파트와 빌라촌 등 배후 소비세력이 탄탄하다. /상가의신

    방배동하면 곧 서래마을로 인식되지만, 사실 서래마을은 행정구역상 반포4동부터 방배동에 걸쳐있다. 원래 강남의 부촌으로 고급빌라, 단독주택이 밀집된 곳이었는데 매스컴을 타며 상권이 형성됐다. 한국 체류 프랑스인 절반 정도가 이곳 거주민이고 서울프랑스학교도 여기 있다. 불란서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서래마을은 프랑스인이 많기 때문인지 카페거리의 약 580m 상권에 프랑스 레스토랑이나 와인바, 고급음식점, 카페가 널렸다. 다만 이전보다 외부 인구 유입이 많아지면서 레스토랑과 카페가 생활 편의시설을 대신해 생기고 있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서래마을이 다른 상권에 비해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고 상권 범위가 좁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 인구만을 위한 업종 보다는 인근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업종이 유리하겠다.

    ■탄탄한 중산층 배후수요 받쳐주는 방배동 상권

    [땅집고] 방배동 상권 월 평균 매출 톱 5 업종. /상가의신

    [땅집고] 방배동 상권 상가 평균 시세와 지하철 승하차 인구. /상가의신

    방배동은 상권 자체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배후세대, 즉 인근 빌라와 아파트를 비롯한 중산층 주거지역이 자리잡은 이점이 있다. 백석예술대학 등이 인근에 위치해 학생 유동인구도 상당하다. 상권 내 주요 매장 매출이 높은데, 이는 상권을 지탱하는 배후 수요가 받쳐준다는 방증이다. 중산층 소비가 탄탄한 만큼 고품질 및 서비스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 유기농 웰빙 농·수산물 전문점, 애견센터, 디자인 소품 전문매장 등 이 지역 소비 특징에 맞는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는 유기농 음료와 신선한 야채 등을 판매하면서 주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서래마을 카페거리에는 주택형상가가 많고 임대료가 높아 실제 수익을 많이 내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곳에서 창업을 할 경우 지역 상권에 밝은 전문가 조언을 얻는 것을 권한다. 서래마을 사정에 밝은 ‘그랑씨엘공인중개사무소’ 이성진 대표는 “그동안 단독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요즘 공동주택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되는 추세”라며 “주변 상권에 새롭게 짓는 건물이 많은데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내년 시작되는 신반포와 구반포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완공되면 새로운 부촌이 형성돼 지금보다 고객층의 소비력이 더욱 커지고 상권의규모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리=이지은 기자, 이나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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