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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도 대책 의미없다?…전문가 대다수가 "서울 집값 오른다"

    입력 : 2020.01.07 05:18 | 수정 : 2020.01.10 12:46

    [땅집고] 정부가 위헌소송까지 걸릴 정도의 초강력 부동산 규제 대책(12·16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 중 70%가 내년에도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땅집고가 부동산 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새해 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전문가 중 9명은 새해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보다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연말 기습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한 서울 아파트 거래가 중단된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도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유동성과 신규 주택 부족이라는 원인을 꺾을 수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문가 13명 중 새해 서울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6명으로 집계됐다. '강보합'을 예상한 전문가도 3명이었다. 특히 상당수 전문가가 지난해 하락 예상에서 올해 상승 전망으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값이 보합·약보합할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3명이었고 '하락'은 1명에 그쳤다.

    전문가 13인이 예상한 새해 서울 아파트 값 전망./땅집고

    전문가들이 서울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근거는 저금리와 서울 중심의 공급 부족이다. 홍춘욱 EAR대표는 “지난해 강보합 정도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상승세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며 “상승 여건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선거를 전후한 대규모 재정 지출, 개발 호재까지 겹쳐 상승세가 여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대부분12·16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를 집중적으로 받는 서울 강남권의 주요 아파트의 상승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보유세 부담으로 강남권 추격매수 주춤하는 대신 수도권 및 서울 외곽 갭메우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전문가 대다수 “12·16대책, 서울 집값 못 잡아”
    12·16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조선DB

    대부분의 전문가는 정부가 내놓은 12·16대책으로 서울 집값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비관론을 내놓은 경우가 많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인호 박사(경제전략연구부장)도 이번 정부 대책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송 박사는 “최근 집값 급등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른 부작용과 유동성의 부동산 유입인데 정부가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라며 “12·16 대책으로 15억 이상 현금부자의 경우 오히려 좋은 주택을 선택해서 구입가능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우리 나라에는 집주인이 무이자로 주택자금을 대출하는 전세 제도가 있어 아무리 강한 대출 규제라도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내년 6월 말까지 시행하는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에다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이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반기까지 매물이 나오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이나 약보합을 예상하는 전문가들 역시 규제로 인한 효과보다는 경기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을 이유로 들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최근까지의 상승에 따른 부담감과 거시 경제의 불안에 따라 조정이 예상된다”고 했다. 단, 이광수 미래에셋대우연구위원은 “최근 발표된 12 16 부동산 안정화 방안으로 투기수요는 감소하고 매도물량 증가에 따라 서울 집값도 2% 하락할 것”이라고 상반된 예상을 내놨다.

    서울과 전국의 연도별 아파트값 상승률(%)./자료=한국감정원

    서울을 제외한 전국 집값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공급물량 안정화에 따라 보합·약보합 수준을 예상했다. 다만 대전·대구·광주 등 일부 지역은 올해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34만7000여가구로 올해(약 40만가구)보다 5만가구 가량 줄어든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방은 몇년간 우려되던 과잉공급 이슈가 조금씩 해소되면서 하락폭이 둔화되고 광역시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은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대출·세금 규제로 인한 매매 보류와 청약 대기 수요로 서울의 전세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데에도 대부분의 전문가 의견이 일치했다.

    ■ 새해 1분기 청약 열기 최고조…9억 이하 아파트 뜬다

    전문가들은 새해 유망 부동산 상품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를 첫손에 꼽았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4월 이전 막차 분양을 노리는 서울의 주요 재건축·재개발 분양 단지들로 인해 새해 1분기 청약 열기가 달아오를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주택도시금융공사(HUG)의 분양가 통제 탓에 이미 신규 분양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장은 “서초구 방배5구역·강동구 둔촌주공 등 강남권 단지들과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신규 청약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위한 철거를 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단지./조선DB

    특히 기존 주택 시장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12·16 대책의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청량리·신독산(신안산선)·망우·신내 등 신설 역세권이 들어서는 강북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센터장도 “9억원 이하의 아파트가 많은 서울 강북권, 강서권 일대 집값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했다.

    주택시장 대출규제 강화 및 저금리 기조 여파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추천했다. 안정적인 배당과 환금성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상가 시장은 고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가 여전하겠지만 내년에도 거시경제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만큼 공격적인 투자는 금물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송인호 KDI 부장은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거시 경제의 외부 충격과 함께 경기 전반에 걸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센터장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이 다주택자에게 맞춰져있는 만큼 추가적, 이미 주택이 있다면 공격적 매입보다는 당분간 시장 추이를 관망하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에 답해주신 분들(가나다순) :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권대중 명지대 교수,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심교언 건국대 교수,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한상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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