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03 05:49
땅집고는 상업용 부동산(상가·빌딩) 전문 앱인 ‘상가의 신’ 권강수 대표가 집필하는 ‘상권 탐방’ 시리즈를 통해 불황의 시대 자영업자와 상가 투자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소개합니다. 권 대표는 부동산 전문가로는 드물게 상가와 상권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권강수의 상권탐방] 샤로수길 상권
[권강수의 상권탐방] 샤로수길 상권
최근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상권은 강남이나 명동 같은 도심이 아니라 구도심의 저층 주택가나 좁은 골목길에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이국적인 분위기로 유명세를 얻은 ‘가로수길’이 있다면, 관악구에는 ‘샤로수길’이 있다. 샤로수길은 약 600m 길이의 직선 골목이다. 서울대학교를 상징하는 글자 ‘샤’와 기존 유명 상권인 ‘가로수길’을 합성한 이름이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3~4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이면도로 입구에 가면 ‘샤로수길’이라고 써진 안내 표시판을 볼 수 있다.
■구(舊)상권과 신(新)상권이 어우러진 샤로수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샤로수길은 서울대 학생들과 인근 직장인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시장 골목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골목길을 따라 아담한 규모로 지어진 이국적이고 독특한 점포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현재 샤로수길에 입점해있는 가게는 약 40곳 정도다. 기존 골목을 지키던 구(舊)상권과 신(新)상권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 이 곳의 특징이다. 샤로수길 중간 지점에는 오래된 세탁소, 철물점, 슈퍼마켓 등이 남아있어 아직 재래시장 분위기가 강하게 난다. 대부분의 점포가 전용면적 33.3㎡(약 10평) 정도로 작기 때문에 골목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근처에 있는 상권인만큼 인근 대학생들이 샤로수길의 주요 수요층이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원룸촌에 거주하는 20~30대 자취족(族)과 혼밥족, 미혼 직장인들도 이 곳의 배후 수요다. 저녁 때가 되면 가게 앞에 4~5팀 정도가 삼삼오오 대기줄을 이루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층을 공략해 저렴한 가격으로 세련된 맛을 내는 메뉴를 제공하는 점포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음식 값이 저렴할 수 있었던 건 샤로수길 상권이 입지에 비해 임대료가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이 곳에 있는 1층 점포 시세는 33㎡당 보증금 3000만~5000만원, 임대료 150만~250만원, 권리금 5000만~6000만원 선이다. B급 점포는 보증금 2000만~4000만원, 월세 100만~200만원, 권리금 3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해당 임대료는 약 3~4년 전에 비해 70%~100%정도 상승한 금액이다. 창업하려는 청년들이 몰려들면서 샤로수길 임대료가 상승세를 탄 것. 이곳 상권 특성상 소규모 점포가 많다보니, 개성이 없는 가게들은 경쟁력을 잃고 금방 폐업해버리기도 한다.
샤로수길 골목 입구에서 5년 동안 정통 초밥 전문점 ‘소해’를 운영해온 박준호 사장은 “샤로수길이 3년 정도부터 많이 알려지면서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며 “지난해 11월부터 매출이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뉴롯데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샤로수길 권리금은 몇 년 사이 많이 오른데 비해 매출 상승폭은 더딘 편”이라며 “경기가 위축돼 있어 가게 대부분이 장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젊은층 마음 사로잡는 ‘심야식당’처럼 차별화된 점포 차려야
샤로수길에 있는 점포들처럼 규모가 작을수록 시간 활용도를 높이고 상품 특성을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공간을 고려해 좌석 회전율을 높이고, 테이크 아웃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샤로수길에선 한식집을 제외한 점포들은 이른 오후 시간까지 한산한 편이며,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영업하지 않는 곳들도 많다. 서울대와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어 학생들은 수업을 마친 후에 방문하고,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찾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게들은 점심 장사보다는 저녁 장사를 택하고 있다. 따라서 메뉴에는 없지만 손님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주는 ‘심야식당’처럼 젊은층이 선호하는 차별화된 맛집을 고안해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샤로수길이 명소로 자리 잡는 것은 좋으나 임대료 상승세가 가속화된다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상권을 띄웠던 원주민이 내몰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물주와 상인들이 함께 살겠다는 생각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샤로수길이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다.
/정리=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