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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때려잡는 정부, 그 뒤엔 '뭔가 이상한 통계'

    입력 : 2019.12.20 05:06

    [땅집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자신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 등 주요 지역 집값은 이미 급등하던 시점이어서 ‘현실 인식이 잘못됐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이후 한 달이 채 안된 이달 16일 정부는 대출·세금·가격 규제를 총망라한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국지적 과열이 재연되고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집값 상승 자체를 부정하면서도 연이어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는 이른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졌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집값 안정 대책 성과를 평가할 때는 “집값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쪽에선 ‘분양가상한제’나 ‘시세 15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와 같은 초강력 대책을 연달아 내놓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을 ‘투기 수요에 따른 국지적 과열’로 잘못 인식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리 없다고 지적한다.

    ■ “집값 안정적”이라며 시장 때려잡는 대책 발표

    [땅집고] 12·16 부동산 대책 주요 내용. /조선DB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상반된 평가를 내놓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0월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 점검 및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서울은 강남권 재건축발(發) 상승세의 확산으로 13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며칠 뒤 문 대통령은 “집값이 안정됐다”고 주장했고, 국토부는 이 말을 뒤집듯이 지난 16일 ‘초강력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주택 시장은 어떨까. 올 하반기에는 가격이 줄곧 오름세다. 떨어진 적이 거의 없다. 부동산114가 아파트 실거래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격은 8억2376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6억9638만원)에 비해 18.3% 올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서울 주요 34개 아파트의 3.3㎡(1평)당 평균 시세가 작년 말 4574만원에서 올 11월 말 5051만원으로 10.4% 올랐다고 발표했다. 국민들도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년 전보다 수억원씩 오른 것을 체감하고 있다.

    [땅집고] 월해 월별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 /한국감정원

    그런데 정부가 ‘주택 시장 안정’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조사하는 주택가격 통계다. 감정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가격동향지수는 지난 10월말 108.8로, 지난해 말 108.9에 비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30개월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국토부와 감정원은 “아파트값이 수억원 올랐다는 주장은 일부 고가 주택과 인기 단지의 실거래가를 근거로 하고 있다”며 “감정원의 통계치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공급 부족 인정 안하면 결국 다시 오른다”

    정부가 ‘못믿을 통계’까지 동원해 집값 급등세를 애써 부정하고, ‘국지적 상승’ 같은 말을 써가면서 추가 대책을 연달아 내놓는 이유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탓이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근본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부는 “일각에서 분양가 상한제 등에 따른 공급 부족론을 제기하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며 오히려 언론 탓을 하는 상황이다.

    [땅집고] 서울과 경기도 주요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국토교통부

    그렇다고 정부 입장이 쉽게 바뀔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아파트 입주량이 2021년과 2022년에도 연간 4만3000가구 정도여서 공급 전망을 낙관적으로 본다. 그러나 민간업체인 부동산114는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4만2012가구로 올해(4만3006가구)보다 줄고 2021년엔 2만1939가구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땅집고] 연도별 서울 아파트 공급 추이. /조선DB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부동산114가 입주 시점이 확정된 아파트만 집계하는 반면 국토부는 행정절차상 2021~2022년쯤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를 모두 포함하는 탓이다. 문제는 서울의 경우 국토부 예상대로 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해 아파트가 주로 공급되는데,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최근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작되면서 사업성이 나빠진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분양을 미루고 ‘버티기’에 돌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2·16 부동산 대책이 고가 주택에 돈줄(대출)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억눌러 집값 상승 추세에 일부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서울 도심 내 공급 확대 방안이 확실치 않아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규제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집값 급등세를 잠시 정체시킬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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