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2.20 04:58
[땅집고] “평택이 언제 미분양 천지였나 싶어요. 요즘 미분양 아파트가 거짓말처럼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미분양 물량 중 괜찮은 걸 잡아달라는 요청이 제법 들어옵니다.”
지난 17일 경기도 평택 고덕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고덕 리슈빌 파크뷰’ 분양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만 해도 미분양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불과 1~2개월 사이에 거의 다 팔려나갔다”며 “정부가 올 하반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발표한 이후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10월쯤부터 모델하우스 방문객과 분양 문의가 5배 이상 늘었다”면서 “상담해보면 80% 이상이 외지인 같다”고 했다.
고덕신도시는 지난 몇 년 동안 수도권에서 보기 드물게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지역으로 꼽힌다. 2017년 첫 분양 당시에는 경기도 내 청약경쟁률 1~3위를 휩쓸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부지 남쪽에 삼성전자 산업단지를 품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2년 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 5~8월 2단계 부지에 분양한 아파트 4곳이 줄줄이 미분양됐다. 지난해 12월부터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1년에서 3년으로 늘리면서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버린 것. 여기에 분양 물량은 늘어나면서 단기적인 공급과잉 현상까지 겹쳤다.
최근 상황이 또 다시 변했다. 요즘 고덕신도시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급반전했다. 정부의 규제 대상에서 빠진데다 집값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소위 ‘풍선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고덕신도시 일대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에는 수 천만원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 미분양 쓸어가는 원정 투자자들
올해 고덕신도시에서 분양한 민영아파트는 모두 5곳. 이 중 아직 청약을 받지 않은 ‘대광로제비앙’을 제외한 모든 단지가 미분양 오명을 썼다. 올 7월 ‘평택 고덕 하늘채시그니처’는 409가구 모집에 단 87명이 청약했다. 지난 8월엔 ‘고덕 호반써밋’이 분양에 나섰지만 6개 주택형 중 84A㎡(이하 전용면적)를 제외한 모든 주택형이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앞서 올5월에 분양했던 ‘고덕파라곤 2차’는 2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지만 미계약 물량이 쏟아져나와 선착순 분양을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 8월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예고한 이후 규제가 없던 고덕신도시 새 아파트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고덕신도시 바로 옆에 분양했던 ‘지제역 더샵 센트럴 시티’가 기폭제가 됐다. 총 1821가구 분양에 6111명이 청약한 것.
무더기로 쌓여있던 미분양 아파트도 소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690가구에 달했던 평택 미분양 아파트는 10월엔 2227가구로 한 달만에 17% 줄었다. 대부분 고덕신도시 물량이었다. 실제 지난 7월 분양을 시작한 ‘고덕 리슈빌 파크뷰’는 현재 미분양 물량을 거의 털어냈다. 삼성반도체 평택캠퍼스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직주근접 단지여서 미분양 소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분양이 많았던 ‘고덕 호반써밋’도 지난달 완판(完販)에 성공했다.
‘고덕 리슈빌 파크뷰’ 분양을 담당하고 있는 최동욱 씨아이앤디 플러스 이사는 “최근 ‘고덕 리슈빌 파크뷰’ 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서울은 물론 천안 아산과 대전 등지에서 온 외지인이 대부분이었다”며 “동탄·불당·세종 처럼 신도시 조성 초기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봤던 투자자들이 고덕신도시에 다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분양권 프리미엄도 수천만원 붙어
새 아파트에는 웃돈이 붙기 시작했다. 최근 늘어난 투자 수요 영향도 있지만, 첫 입주 이후 6개월쯤 지나면서 인프라도 조금씩 갖춰져 실수요가 따라붙는 모습이다. 고덕신도시의 P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입주한 아파트 거래 흐름을 보면 실수요가 투자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몇 달 전만 해도 집값이 주춤했는데, 10월 이후 서서히 오르고 있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평택 고덕파라곤’ 84㎡ 분양권이 지난 9월 최고가인 4억6730만원에 거래됐다. 2017년 3억8980만원에 분양했는데, 웃돈이 7750만원 붙었다. ‘고덕국제신도시 제일풍경채’ 84.95㎡도 이달 역대 최고가인 4억229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7000만원 정도 붙었다. ‘고덕신도시 자연앤자이’ 84.687㎡도 지난 10월 4억1679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썼다.
업계에서는 돌발 악재만 터지지 않는다면 고덕신도시 신규 분양 시장이 순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낮다는 점에서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 올해 고덕신도시 일대에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는 3.3㎡(1평)당 1198만원으로, 경기도 평균(1467만원)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서울 주택 시장을 틀어쥘수록 고덕신도시를 비롯해 입지가 탁월한 경기권이나 일부 지방 대도시 집값이 투자 수요를 흡수하면서 점점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