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이름만 거창한 '신도시'…사람도 아파트도 팍삭 늙은 1기신도시

    입력 : 2019.11.29 06:34

    [땅집고]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7월 1일(주민등록 내국인 기준) 현재 경기도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15.1%다. 전국 평균(18.8%)이나 서울(17.6%)보다 고령화 비율이 낮다. 주로 서울에 직장을 둔 젊은 직장인들이 출퇴근 여건이 유리한 경기도 지역으로 이주한 영향이 크다. 경기도의 고령인구 비율은 전국평균보다 낮기는 하지만, 경기도 역시 유엔(UN)의 기준(14% 이상이면 고령사회)에 따르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특히 1998년 5.98%에 불과했던 경기도의 고령 인구 비율은 2008년 9.7%, 2018년 15.1%로 급격히 상승해 결코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땅집고] 경기도의 대표적인 1기 신도시 분당 신도시의 모습./조선DB
    특히 젊은층이 대거 이주해 형성됐던 경기도 1기 신도시 지역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주택의 고령화와 인구의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1기 신도시 인구의 고령화 비율이 대부분 14%를 넘어 섰고, 주택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25년 이상 된 노후주택 비율은 전체 27만 311가구 중 평균 89.1%인 24만870가구였다. 여전히 ‘신도시’라고 부르지만, 1기 신도시는 주택 시장에서 오래된 아파트 밀집 지역인 셈이다. 1기 신도시의 낡은 아파트는 가격도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평촌, 산본, 일산 신도시 지역의 아파트값은 작년 말부터 올해 8월까지 9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 2기 신도시 지역이 가장 젊어
    [땅집고] 경기도에서 고령 인구 비율 높은 10개 지역./자료=통계청
    경기도 전체로 보면, 작년 7월 기준 경기도의 48개 시·군·구(행정구 포함) 지역 중 고령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연천군(31.6%), 가평군(31.1%), 양평군(30.1%) 등 군 지역이었다. 반면 고령화율이 가장 낮은 젊은 지역은 수원 영통구(8.1%)로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10% 미만의 고령화율을 나타냈다. 이어 오산(10.5%), 시흥(10.8%), 화성(10.9%), 안산 단원구(11.3%) 등 산업단지 인근이 젊은 층의 인구 비중이 높았다. 지난 5년새 경기 화성시는 고령화 비율이 0.7%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쳐 고령화 속도가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젊은 인구 유입이 많은 하남(1.3%), 김포(1.7%) 등도 고령화 진행 속도가 늦었다. 각각 동탄과 미사·한강 신도시 등 2기 신도시 사업이 진행된 곳으로 젊은 인구 유입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땅집고] 경기도에서 지난 5년간 고령화 속도가 가장 느린 지역은 화성시, 하남시, 김포시 순이었다./자료=통계청
    ■ 1기 신도시에 밀집된 노후 아파트값 하락세 이끌어

    입주 30여년이 흐르면서 도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1기 신도시 지역은 어떨까? 2018년 7월 기준 고령화율은 일산 서구(일산신도시·14.98%), 성남 분당구(분당신도시·14,8%), 군포시(산본신도시·14.79%), 부천시(중동신도시·14.39%), 안양 동안구(평촌신도시·13.08%) 등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나 아직 경기도 평균(15.1%)이나 서울(17.6%)보다는 고령화율이 낮다.
    [땅집고] 같은 시기에 조성된 경기 일산과 분당신도시는 지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연도별 고령 인구 비율이 거의 유사한 값을 나타내고 있다./자료=통계청
    그러나 1기 신도시를 대표하는 분당·일산의 고령화 진행 속도를 보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일산의 경우 2003년 7.6%, 2008년 9.47%에 이어 2013년 11.83%, 2018년 14.98%로 급격하게 고령화율이 높아지고 있다. 분당은 2003년 7.6%, 2008년 9.7%, 2013년 11.7%, 2018년 14.8%로 역시 상승세가 가파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산과 분당이 2003년 이래 매년 거의 비슷한 속도와 수치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수도권 신도시는 급격히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넓은 지역에 한꺼번에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함에 따라 연령대가 유사한 거주자들이 동시 입주했다. 같은 또래의 주민들이 동시 유입해 살다보니 고령화 속도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최근들어 산본·일산 등 1기 신도시의 20~30년 사이 아파트의 전세금과 매매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기 신도시나 수도권 택지지구 등에 새 아파트들이 대거 공급되면서 1기 신도시의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고, 9개월째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평촌·산본·일산) 집값 하락세의 첫번째 요인으로 1기 신도시의 노후화돼 가는 기존 아파트 단지를 꼽는다.

    경기 군포시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와 변동률 그래프./한국감정원
    1기 신도시 중 분당은 판교테크노밸리 개발로 인구 유입 요소가 있지만 나머지 신도시들은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젊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도심 지역과 달리 경기 외곽이나 신도시는 고령화가 시작되면 돌이키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새로 건설하는 신도시들이 자족 기능을 갖추도록 기업들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