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1.28 06:22
[땅집고] “내 땅을 지나가려면 도로 사용료를 내세요.”
충남 아산에서 공장 진입로 소유주가 공장 소유주에게 거액의 사용료를 요구하며 도로를 막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산시에 따르면 음봉면의 A씨가 10여일 전부터 자신이 소유한 왕복 2차로 도로에 출입문을 만들고 걸어 잠그는 바람에 이 도로를 이용 중이던 레이저 가공업체 등 3곳의 업체가 자재와 제품 운송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 원자재를 진입로 초입부터 공장까지 대형 크레인으로 옮기는 상황이라고 한다.
충남 아산에서 공장 진입로 소유주가 공장 소유주에게 거액의 사용료를 요구하며 도로를 막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산시에 따르면 음봉면의 A씨가 10여일 전부터 자신이 소유한 왕복 2차로 도로에 출입문을 만들고 걸어 잠그는 바람에 이 도로를 이용 중이던 레이저 가공업체 등 3곳의 업체가 자재와 제품 운송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 원자재를 진입로 초입부터 공장까지 대형 크레인으로 옮기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도로의 전체 면적은 2200㎡. A씨는 지난 3월 3분의 2를 이전 소유자로부터 8400만원에 매입했다. 나머지 3분의 1은 길이 막힌 4개 업체 중 한 곳인 B사가 17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A씨는 지난 7월 B사를 제외한 업체 3곳에 내용증명을 보내 도로 사용료로 월 340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해당 업체들은 반발했다. “사용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 이 업체들은 차라리 A씨 소유 도로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번에는 매도가격에 입이 떡 벌어졌다. A씨가 8400만원에 산 지분을 51억원에 팔겠다고 한 것. A씨는 “B사도 앞선 소유자로부터 3분의 1 지분을 17억원에 사지 않았느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들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도로 소유주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아산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해당 도로는 공장 진출입에만 쓰고 있어 자기 땅을 막는 소유주의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 땅의 사용료는 양 측이 합의해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면(面) 단위 지역에서는 이처럼 도로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도로를 사용하는 측과 소유주가 사용료를 두고 다툼이 종종 발생한다. 토지 전문가인 서상하 블루인사이트 이사는 “공장이나 주택을 지을 때에는 그 땅에 도로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도로 소유자가 있다면 사용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해당 공장 소유주들은 이전 도로 소유주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건축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도로 소유주가 바뀌는 경우다. 이전 소유주에게 받은 사용 허가가 새 소유주에게 반드시 승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로의 이전 소유자로부터 ‘토지사용승낙’만 받은 경우 소유자가 바뀌면 사용승낙이 승계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도로 소유주 A씨로부터 다시 사용승낙을 받아야 한다. 이전 도로 소유주와 맺은 지료(地料) 지급 계약은 효력이 사라진다.
그러나 공장 소유주와 도로 소유주가 ‘지역권’ 설정 계약을 맺고 이를 등기했다면 상관없다. 지역권은 요역지(공장부지)와 승역지(도로 부지) 소유주가 도로 사용 등에 합의해 설정하는 것인데 소유주가 바뀌더라도 승계된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공장 소유주들은 꼼짝없이 도로 사용료 3400만원을 내고 도로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8400만원에 매입한 도로를 17억원에 사라고 하는 것이나 매월 3400만원씩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로 보인다고 말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공장 소유주가 법원에 조정 신청을 하면 법원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사용료를 책정하는 선에서 조정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