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아파트인데 호텔이라고?…미국에 등장한 신종 부동산업

  • 함현일 美시비타스그룹 애널리스트

    입력 : 2019.11.16 05:46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에어비앤비 위협하는 신개념 숙박 공유업

    최근 우리 동네, 달라스 다운타운에 낯선 임차인이 나타났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건물을 통째로 임대했는데, 호텔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빌려 호텔로 운영한다. 언뜻 들으면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 같다.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미국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 신종 부동산 사업을 들여다본다. 조만간 한국에 진출할 지도 모를 일이다.

    [땅집고]미국에서 아파트 호텔업 선두주자로 꼽히는 손더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예약 가능한 방. /손더 홈페이지

    ■숙박 공유 업체와 차별화

    지난 10월 중순 한 아파트 호텔 회사가 달라스에 신규로 개발하는 지상 26층 270가구의 아파트 전체를 임대한다고 발표했다. 주인공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회사 ‘손더’(Sonder Corp). 고급 아파트 유닛을 똑같은 모양의 특색 없는 호텔 객실의 대안을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보통 아파트 호텔 회사들은 콘도미니엄이나 아파트 빌딩의 몇 개 층을 임대하는 사업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투자를 받아 두둑해진 주머니로 전체 빌딩을 임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아파트 업체로 손더, 도미어(Domio Inc), 릴릭하스피텔리티(Lyric Hospitality Inc) 등이 있다.

    전 세계 숙박 공유 바람을 불고 온 에어비앤비와 무엇이 다를까. 우선 비슷한 점은 전통적인 호텔이 아니라는 것. 집을 단기 임대로 내놓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점은 에어비앤비가 제공하지 못하는 24/7(24시간, 1주일 내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호텔에 가까운 고객 서비스와 피트니스센터 같은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호텔에 머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지만, 건물 자체가 아파트여서 공간이 넉넉하고 집처럼 아득한 느낌도 가질 수 있다.

    [땅집고]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에어비앤비 앱을 켜고 집 안을 둘러보고 있다. /호텔매거진

    ■벤처 캐피탈에서 투자금 몰려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는 나도 이 사업 자체가 낯설다. 지난주에 기사를 접하기 전까지는 ‘아파트 호텔 회사’라는 명칭도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 업계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2012년 시작한 손더는 2018년 20만명의 손님이 찾았고 약 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자 벤처 캐피탈의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3억6000만 달러의 투자를 끌어냈다. 이제 이 돈으로 아파트 전체를 임대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6개월간 400개 유닛 이상을 신규로 임대했다.

    아파트 호텔 회사나 에어비앤비가 추구하는 단기 임대 사업은 ‘공유’라는 사회 트렌드에 발맞춰 성장하고 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약 700만 개의 단기 임대 리스팅이 올라와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메이저 호텔업체들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도전장을 던진 메리어트도 현재 2500개의 리스팅을 보유하고 있다.

    [땅집고] 도미오가 운영하는 아파트 호텔 내부. /도미오 홈페이지

    ■개인고객 위주에서 기업고객 유치로 확장 중

    아파트 호텔 회사들은 콘도미니엄이나 아파트 건물의 일부를 임대해 주방, 세탁기 등을 제공하고 주변 4성급 호텔 브랜드보다 20~30% 낮은 가격을 제공한다. 현재 아파트 호텔 회사의 주 고객은 일반 여행객인데, 최근에는 호텔에 근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업 고객 유치로 눈길을 돌리는 전략이다. 손더의 경쟁사인 도미오도 최근 기업 고객 유치를 전담하는 직원을 고용했다. 평균 고객층 연령이 40대인 릴릭도 신규 팀을 꾸려 기업 고객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빌딩 주인이나 개발 회사도 아파트 호텔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임대율이 낮은 아파트나 콘도미니엄, 아니면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 빌딩을 리모델링할 때, 이런 아파트 호텔 회사들과 손잡는 것이 옵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손더가 전체를 임대하기로 한 달라스 아파트는 당초 럭셔리 콘도미니엄으로 개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손더가 전체 빌딩을 임대하기로 하면서 계획을 수정했다. 건설 자금을 빌리려면 전체 유닛의50% 이상을 사전 분양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손더가 10년을 임대하기로 하면서 대출 조건이 더 좋아졌다. 개발회사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10년 장기임대로 개발 리스크가 크게 줄었고, 그 결과 대출 조건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첫해부터 임대율 100%라고 강조했다.

    [땅집고] 세계 최대 호텔 체인 중 하나인 메리호텔이 푸에르토리코에서 운영하는 로스카보스 비치 리조트&스파. /메리어트 홈페이지

    ■기존 호텔에게는 위협

    아파트 호텔 사업의 등장은 기존 호텔에게는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호텔 사업의 장점은 매일 공실률에 따라 숙박료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 그만큼 가격 조정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만약 크리스마스 같은 휴일이나 스포츠 이벤트 등으로 호텔에 빈방이 없으면 객실 요금을 크게 올린다. 뉴욕 맨해튼에서 200달러짜리 호텔 룸이 연말이면 500달러까지 올라가는 이유다. 그런데 여행객에게 에어비앤비나 아파트 호텔 회사가 제공하는 대체 숙박시설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기면서 기존 호텔이 객실 가격을 올릴 여지가 줄었다.

    앞으로 아파트 호텔 회사가 에어비앤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전체 고객 대비 비즈니스 목적의 투숙객 비율이다. 건물 전체를 임대하기 시작한 아파트 호텔 회사들이 메이저 호텔 브랜드가 지배하고 있는 기업 고객층까지 잡을 수 있다면 이 사업의 확장성과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