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1.14 06:41
“1기 신도시 초기에 지은 아파트가 연식이 좀 됐잖습니까. 재건축이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세입자들도 여유가 좀 있으면 신도시 주변 택지지구에 지은 새 아파트로 빠져나갑니다. 그래서인지 신도시의 오래된 아파트 전세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산본신도시 L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경기 군포시 산본동 산본신도시에 1994년 입주한 ‘주공9단지 금강’ 아파트. 이곳 58㎡는 지난 달 1억8000만원(16층)에 거래됐다. 작년 이 주택형은 최고 2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올해 들어 6000만원까지 전세금이 떨어졌다. 거래량도 반토막 수준이다. 올해 전세 거래량은 작년 27 건의 절반을 조금 넘는 15건에 불과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산본신도시에 1994년 입주한 ‘주공9단지 금강’ 아파트. 이곳 58㎡는 지난 달 1억8000만원(16층)에 거래됐다. 작년 이 주택형은 최고 2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올해 들어 6000만원까지 전세금이 떨어졌다. 거래량도 반토막 수준이다. 올해 전세 거래량은 작년 27 건의 절반을 조금 넘는 15건에 불과했다.
1994년 입주한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백석동 ‘백송대우 벽산’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에서 올 초까지만해도 이곳 58㎡ 전세는 2억2000만원대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 3월이후 전세금이 1억7000만원대로 떨어진 뒤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본·일산 등 1기 신도시의 20~30년 사이 아파트의 전세금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기 신도시나 수도권 택지지구 등에 새 아파트들이 대거 공급되면서 1기 신도시의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 영향이 크다. 수도권에서도 서울이나 신규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인구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1기 신도시 옛 아파트들의 전세금 급락이 조만간 매매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노후단지 전세금 일제 하락
일산신도시 중심부에 해당하는 마두동과 백석동에는 총 38개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지만, 2016년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가 입주한 것을 제외하면 1998년 이후 새 아파트가 들어선 적이 없다. 산본동 역시 42개 아파트 중 80% 이상이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노후단지들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25년 이상 된 노후주택 비율은 전체 27만 311가구 중 평균 89.1%인 24만870가구였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살펴보면 지난1년 간 부천 중동신도시를 제외하고는 전세금 중위값(높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일산신도시 일산동구는 작년 9월 2억6900만원에서 올해 같은 달 2억5900만원으로 내렸고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 동안구는 작년 3억3950만원에서 올해 3억3100만원으로,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2억8300만원→2억8000만원)로 떨어졌다.
■ 인근 새 택지지구 전세금은 고공행진
반면 1기신도시 주변에 들어선 새 아파트 단지 전세금은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1기신도시 근처에 새 택지지구가 있는 경우 기존 주민들의 수요까지 대거 흡수해 가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군포 송정지구를 비롯해 일산신도시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깝게 붙어 있는 고양 삼송지구에 들어선 신축단지들은 전세금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해 9월 입주를 마친 군포 송정지구 군포송정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3차’ 84㎡ 전세금은 입주 초반 2억8000만원(24층)에서 두 달 새 3억1000만원(21층)으로 올랐다. 작년 입주한 고양 덕양구 삼송지구 ‘삼송원흥역센트럴푸르지오’ 84㎡ 역시 1년 전 3억8000만원(7층)이었던 전세금이 올해 4억4500만원(7층)으로 6500만원 상승했다.
■ 조만간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수도
주택 전세금 하락은 해당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3기 신도시가 개발되고 2·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광역 교통망 확충도 계획되고 있어 전세금 하락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달 31일 발표된 ‘광역교통 2030비전’ 역시 1기신도시보다는 2기신도시 교통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중심부와 달리 1기 신도시에서는 노후화한 아파트를 재건축하기도 쉽지 않아 일단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하락세가 대세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금·집값이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하면 무주택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겠지만, 전재산의 70~80%가 부동산인 가구들에게는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경제 전반에도 집값 급등 이상의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여 수석연구원은 “1기 신도시 노후화가 제법 진행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