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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룡의 현장通] "경기 안 좋아 장사 안된다" 오판은 그만

입력 : 2019.10.17 04:38

[정우룡의 현장通] 뜨는 상권, 지는 상권의 결정적인 차이

서울의 주요 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비어 있는 상가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노른자로 꼽히는 강남대로나 명동도 상황은 좋지 않다. 임차인을 구하는 광고가 여기저기 눈에 띄고 점포정리 현수막을 내건 가게도 많이 보인다. 강남대로는 임대료가 높아 평촌이나 판교신도시로 사무실을 옮기는 회사도 늘었다. 명동은 관광객이 줄면서 ‘관광지 상권’의 힘을 잃었고 심지어 ‘깔세’(보증금 없이 1년치 월세를 한 번에 내는 임대차계약)도 등장했다. 대형 의류브랜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한 소규모 자영업자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유명해진 상권도 마찬가지다. 경리단길을 포함한 이태원 상권은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을 겪고 있다. 경리단 골목이 손님들로 가득 찼던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썰렁해진 모습이다. 비어 있는 1층 상가도 많고 개성 강한 가게들이 모여 있던 거리는 익숙한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채워졌다.

이른바 ‘~리단길’로 불리는 경리단길, 망리단길은 물론 샤로수길, 연트럴파크, 성수역 카페 거리 등 신흥 상권도 젠트리피케이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면 반짝 떴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 결국, 이곳에서 저곳으로 신흥 시장이 옮겨가기만 할 뿐 신규 가게들이 모이는 대체지는 어디든 만들 수 있고 꼭 경리단길을 가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서울 경리단길. /조인원 기자

이런 상권의 하락은 경기 침체, 인건비 증가, 소득 주도 경제성장으로 인한 것일까. 아니면 소비트렌드 변화로 인한 상권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일까.

“변화하는 트렌드에서 답을 찾자”

상권은 우리의 삶과 뗄 수 없고 생명체와 같다. 태어나고, 자라고, 성하고, 늙고, 병들어 죽는다. 안타까운 사고로 이른 나이에 사라질 순 있지만, 대부분 수명을 다한다.

서울 상권을 좀 더 찬찬히 살펴보자.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상권 공실률이 모든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높아진 게 아니다. 지역별 입지 환경 변화, 중국인 관광객 감소 같은 정치적 이유로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명동의 경우 천정부지로 치솟은 권리금과 월세로 인한 '말도 안 되는 가격'이 원인이다. 최저 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을 죽이고 나아가 기존 상권마저 붕괴시킨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중대형 상가의 경우 평균 공실률이 2013년 6.0%에서 2018년 7.2%로 올랐다. 하지만 소형 상가는 반대다. 2015년 3.7%에서 2018년 3.1%로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고 아이디어 소호 창업에 적합한 소형 상가 인기는 높아졌다는 것이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속칭 '샤로수길' 상권. /김지호 기자

실제로 ‘샤로수길’로 유명해진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상권 공실률은 2017년 4분기부터 지금까지 ‘0%’에 가깝고 동북권의 핫플레이스인 수유역 상권은 11.1%에서 1.8%로 떨어졌다. 교통 중심지로 규모가 확장된 왕십리 상권은 8.7%에서 5.8%로 낮아졌다. 특히 대림역 차이나타운 임대료는 되레 강남 수준으로 치솟았다.

10년 전만 해도 커다란 매장, 역세권의 좋은 입지, 막강한 홍보력을 무기로 삼은 대형 상점이 상권을 주름잡았다. 그러나 획일화한 상품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번지면서 작은 매장, 물어물어 찾아가야 하는 위치, SNS입소문을 통한 홍보력을 가진 소형 상점들이 속속 등장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똑 같은 말씀을 하신다. “옛날에는 경기가 참 좋았다”고. 우스갯소리같지만 단군 고조선이 가장 호황이었다는 말일까.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서”라는 말은 팍팍한 현실에 위로는 될지언정 매출 증가엔 소용 없다. 어느 시대이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권이나 아이템은 사라졌다. 창업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누구나 생각이 비슷한 탓이다. 변화를 읽고 한박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이 절실한 이유다.

정우룡 부동산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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