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결국 거품이었나…'속 빈 강정' 된 공룡 공유 오피스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19.10.15 04:29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공유 오피스 업계에 닥친 위기와 기회

    지난 2년간 미국 오피스 임대 시장의 가장 큰 손은 누구일까. 가장 많은 면적을 신규 임대한 산업을 묻는 말이다.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테크 회사들이다. 근데, 2위가 수상하다. 바로 공유 오피스(Co-Working) 산업. 그만큼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공유 오피스 회사들은 현재 미국 내 약 789만㎡를 임대하고 있다.

    위워크 삼성역점에서 입주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지하 5층, 지상 19층 규모의 이 빌딩은 위워크가 건물 전체를 임대하자'위워크빌딩'으로 이름을 바꿨다. /위워크 제공

    필자가 거주하는 달라스-포트워스도 다르지 않다. 약37만㎡를 공유 오피스가 임대하고 있다. 달라스 다운타운 30층 이상 초고층 빌딩 4개를 통으로 임대하는 것과 맞먹는다.

    그런데 이런 성장에 제동을 거는 뉴스가 최근 미국을 강타했다. 바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공유 오피스 상징으로 여겨지는 위워크(Weork)의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파문이다. 타임라인을 따라가면 이렇다. IPO를 위한 회사 장부 공개→시장 충격→투자자 관심 급감→IPO 연기→창업자이자 CEO 사임→공유 오피스 사업 자체에 대한 의구심 증폭의 순서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위워크 사태를 한 번 들여다보자.

    ■1년새 회사 가치 4분의 1 토막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소프트뱅크에서 6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회사 가치를 470억 달러로 책정받았다. 만약 이 가치로 IPO를 한다면, 위워크는 물론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도 그야말로 대박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지난 8월 IPO를 위해 장부를 공개하면서 급격히 싸늘해졌다. 위워크의 적자 폭이 시장이 예상한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공유 오피스 이외의 다른 사업들도 시원치 않다. 전 세계 111개 도시에 500개 넘는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면서도 지난해 적자 규모가 무려 16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기업 가치 평가 금액이 100억~150억 달러로 급감했다. 결국 9월 예정이었던 IPO를 내년으로 미뤘다. 이에 책임을 지고 창업자인 아담 노이만이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IPO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지만, 이것도 불투명하다.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대규모 구조조정, 수익성 낮은 공유 오피스 정리, 임금 동결, 회사 제트기도 시장에 내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체 인력의 3분의 1 가량을 해고할 가능성도 있다.

    위워크 매출과 손실 추이. /월스트리트저널

    ■수익 못 내는데 등치만 커져

    위워크의 문제는 무엇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워크가 왜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스토리를 파는데 실패했는지 4가지 요인을 꼽았다. 첫째는 매출. 매출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비용도 급격히 증가했다. 둘째는 영업 손실. 매출 성장에 보조를 맞춰 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다. 셋째는 수익성. 점점 더 많은 자본을 투자받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은 라이벌. 수익을 내는 상장 회사가 라이벌로 있는데, 그 회사의 시장 가치가 위워크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구태여 위워크에 투자하기보다 돈은 더 잘 벌고 가격은 낮은 라이벌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요약하면, 유망한 사업 모델로 엄청나게 투자받아 매출이 급성장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근데, 딴 놈은 더 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실제 수익을 내고 있다. 시가총액도 소프트뱅크가 올해 1월 위워크에 매긴 가치의 8%밖에 되지 않는다.

    위워크 창업자로 최근 ceo에서 물러난 아담 노이만. /AP
    ■변변치 않은 다른 사업들

    위워크는 코어 비즈니스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야심차게 내놓은 다른 비즈니스들도 시원치 않다. 위워크는 지난 1월 모회사의 이름을 더위컴퍼니(The We Company)로 변경했다. 그 아래 위워크(WeWork), 위그로우(WeGrow), 위리브(WeLive)를 두고 있다. 얼마 전 물러난 CEO 아담은 위워크의 비즈니스 기반인 오피스가 아마존닷컴의 책과 같다고 비유했다. 공유 오피스는 위대한 '위컴퍼니'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유 경제를 오피스뿐 아니라 교육, 아파트 임대 등에 확대했다. 결과는 아직 '글쎄'다. 2014년 아담은 투자자들에 아파트 임대 공유 사업인 위리브를 소개하면서 2018년이면 6억 달러의 연 매출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결과는 너무 초라하다. 5년이 지난 지금 위리브는 단 2개의 공유 아파트만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워크의 다른 사업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다.

    ■오픈형 오피스 자체에 한계

    위워크의 문제를 기반 비즈니스 아이디어 자체에서 찾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미국의 1인당 평균 오피스 공간은 18㎡다. 2009년 이후 8%나 감소했다. 위워크는 이런 트렌드를 가속하고 있다. 최근 신규 공급되는 위워크 오피스의 경우 1인당 약 4.6㎡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깊이 있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평이 나온다.

    몇몇 연구 결과들은 오픈 공간의 공유 오피스가 사람들을 더 외롭게 만든다고 밝히고 있다. 소음과 싸우고, 프라이버시를 침해받는다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 사람들은 헤드폰을 쓰고, 더 적게 말한다는 것이다. 최근 주변에 문을 연 다른 공유 오피스들을 가보면 개인의 독자적인 공간을 늘리고 있다.

    위워크는 다양한 커뮤니티시설과 고급스런 인테리어오 전 세계적으로 공유 오피스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위워크 제공

    ■“거품은 없다”(?)

    위워크 사태를 보며 불안에 떠는 사람이 있다. 위워크를 임차인으로 두고 있는 건물주가 대표적이다. 업계 선두를 바라보는 다른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위워크는 뉴욕 맨해튼에만 710만 제곱피트를 임대하고 있다. 뉴욕시에서 가장 큰 오피스 임차인이다. LA에도 200만 제곱피트, 시카고에서도 100만 제곱피트를 임대 중이다. 근데, 만약 위워크가 임대를 줄이기로 한다면 많은 빌딩이 신규 임차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반대로 당분간 건물주들도 위워크를 신규 임차인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전망이다.

    사실 경쟁업체에서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위워크에 맞서 좋은 위치의 오피스를 차지하기 버거웠던 경쟁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라스의 한 로컬 공유오피스 사업자는 "위워크는 항상 지역 시장에 많은 오피스 공간을 한꺼번에 공급해 경쟁자들을 힘들게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덧붙였다. “코워킹 산업 자체에는 거품이 없다.”

    개인적으로 "버블이 없다"는 말이 귀를 맴돈다. 이 말 자체에 말하는 이의 불안감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버블이 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위워크도 건재하다. 이번 일로 위워크가 좀 더 튼실해져 실제 수익을 발생시키는 우량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지도 모른다. 긍정적 영향으로 위워크뿐 아니라 산업 자체 알게 모르게 있는 버블이 걷히는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 위기와 함께 기회가 보인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