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집값 2배 이상 뛰었는데…동탄역 상가들은 곡소리

    입력 : 2019.10.03 05:30

    지난달 23일 오전 10시30분쯤 도착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수서발 고속철도(SRT) 동탄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2021년 5월 개장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인 ‘롯데백화점 동탄점’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동탄2신도시의 대표적 대형 상가인 '동탄 라스플로레스' 1층. /최준석 인턴기자

    롯데백화점 착공 현장에서 북쪽으로 난 횡단보도를 건너자 대형 상가 ‘동탄 라스플로레스(2018년 1월 완공)’가 나왔다. 1층 점포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다. 곳곳에는 ‘임대’라고 써붙인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 상가는 건물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산책로가 있는 스트리트인데, 오가는 손님은 없고 점주들만 나와 담배를 피고 있었다. ‘폐업’ 표지를 붙인 식당도 있었다. 5 층에는 영화관 CGV가 입점했지만,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동탄2신도시 토지이용계획도. /경기도시공사 제공

    동탄2신도시는 2008년부터 조성한 2기 신도시다. 총 면적 24.01㎢로 계획 인구는 28만5000명(2021년 12월)이다. 면적 기준으로 분당신도시의 약 1.8배다. ‘동탄역 롯데캐슬(2021년 입주 예정)’만 제외하면 동탄역 근처 아파트는 대부분 입주를 마쳤다. 이 일대 대장주로 꼽히는 ‘동탄역 더샵센트럴시티’를 비롯해 ‘동탄 우남퍼스트빌’ 등은 올해 입주 5년 째다.

    인구가 늘면서 3억~4억원 정도에 분양했던 아파트값은 8억~9억원까지 올라 분양가 대비 시세가 2배를 넘어섰다. 그러나 동탄2 신도시에 분양한 상가들은 입주가 끝났지만, 여전히 텅텅 비어 있다. 1층 공실률을 보면 ‘동탄 라스플로렌스’가 51.6%(총 120실 중 62실), 동탄 테크노밸리 인근 ‘더 퍼스트 타워’가 51.6%(총 62실 중 공실 32실)에 달한다. 아파트값은 뛰는데 상가들만 텅텅 비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SRT·GTX 호재 끼고 동탄역 상가 분양가도 뛰어

    우선 동탄역이 끼고 있는 SRT,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등 교통 호재를 내세우면 당초 상가 분양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분양 가격이 높다보니 상가를 분양 받은 주인들은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고, 높은 임대료 탓에 임차인이 외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동탄역 일대 상가 분양가와 임대료는 서울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 아니다. 동탄역 일대 상가의 경우 3.3㎡(1평)당 매매 가격이 평균 5000만~6000만원이고, 7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동탄 라스플로레스’ 1층 상가 전용 52.66㎡는 10억3000만원에 분양되기도 했다. 동탄역 일대 1층 점포 월세는 3.3㎡당 23만2980원이다.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한 서울 평균(19만3380원)이나 광화문 상권(22만8030원) 평균 임대료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상권 형성은 계획처럼 되지 않고 있다. 상가 분양 때는 분양회사들이 ‘동탄에는 GTX, SRT, 노면전차(트램)가 있어 경기남부 전역을 아우르는 광역 상권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SRT외에는 더디다. 오피스 상권 형성도 늦은 편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B씨는 “업무지구에 오피스텔과 오피스도 아직 들어서지 않아 손님 수도 적다”고 말했다.

    ■동탄 테크노밸리, 대기업 유치 실패

    '더 퍼스트 타워' 1층 상가. /최준석 인턴기자

    동탄 테크노밸리에 계획처럼 대기업이 입주하지 않는 점도 상가 형성에 악재다. 현재 동탄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대기업은 현대다이모스와 한미약품 2곳 뿐이다. 중소기업이 빈 자리를 채웠지만 대기업만큼 유입효과는 없다.

    ■동탄역 롯데백화점 개점이 관건…‘빨대 효과’ 불러올까

    동탄역 일대 점주들과 공인중개사들은 ‘롯데백화점 동탄점(2021년 5월 개점 예정)’이 들어서면 화성·용인·수원 남부 지역 고객까지 동탄2 신도시로 유입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상인들의 기대일 뿐 보장이 없다.

    통상 신도시의 경우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려면 아파트 입주 완료 이후 3~5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동탄2신도시의 상권 침체는 심각하다. 상가 전문 플랫폼 ‘상가의 신’ 권강수 대표는 “현재 실물 경기가 워낙 위축돼 상권이 쉽게 살아나기는 힘들다”며 “임대료를 낮추고, 렌트 프리(임차인이 입점한 초기 몇 달 동안 임차료를 받지 않는 것) 같은 공격적 마케팅을 동원하더라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