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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0가구' 고덕그라시움 입주 코앞…강동구 뒤흔들까

    입력 : 2019.09.23 06:00

    '고덕 그라시움' 전경. /최준석 인턴기자
     
    '고덕 그라시움' 바로 옆에 위치한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1-1번 출구. /최준석 인턴기자

    지난 16일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광화문역에서 상일동역으로 향했다. 30분쯤 지나 지하철이 강동역에 도착할 때 쯤 ‘상일동행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환승해야 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환승 플랫폼에서 10분 넘게 기다린 후에야 지하철을 갈아탈 수 있었다. 상일동역에 내리니 ‘새로 만든 1-1번 출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안내에 따라 1-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바로 앞에 ‘고덕 그라시움’ 단지가 나왔다. 오는 30일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라 아파트 주변은 아직 보도블록 같은 건자재들이 널려 있어 아직 공사장 분위기가 났다. 아파트 경비실에선 단지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단지 개요. /땅집고

    ‘고덕 그라시움’은 기존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최고 35층, 총 53개동, 4932가구 규모로 짓는 매머드급 단지다. 3인 가구를 기준으로 잡으면 1만5000여명이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농촌 지역의 군(郡)단위 인구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규모다. 작년 말에 입주한 아파트단지 헬리오시티(9510가구·송파구)에 이어 최근에 입주한 초대형 아파트 단지다.

    강동구 내에서도 고덕 그라시움의 입주는 의미가 있다. 강동구에선 내년까지 새아파트 1만4000여가구가 입주하는데, 강동구 대규모 입주의 첫 번째 단지가 고덕 그라시움이어서 수요자와 주택 시장 전문가들의 관심도 집중돼 있다. 입주를 코 앞에 둔 ‘고덕 그라시움’ 단지를 분석해본다.

    ■명품 강동학군 누리는 초역세권 입지…5호선 배차간격 긴 점은 아쉬워

    고덕 그라시움 단지와 맞닿아있는 강덕초등학교 입구. /최준석 인턴기자

    ‘고덕 그라시움’의 입지적 장점은 학군이다. 학군을 놓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강동구 내에선 학군이 우수한 단지로 평가받는다. 강동구 고덕동은 1980년대부터 아파트촌으로 개발된 동네라 주변에 유흥업소가 거의 없어 면학 분위기가 좋은 지역으로 평가 받아 왔다. ‘고덕 그라시움’은 고덕초·고덕중·광문고·한영고 등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초·중·고등학교가 주변에 모두 포진해 있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과 바로 붙어있는 것도 ‘고덕 그라시움’의 장점이다. 하지만 초역세권 단지인데도 교통이 편리하다고 말하기는 다소 어렵다. 게다가 고덕 그라시움은 워낙 대규모 단지여서 동(棟)에 따라 전철역까지 거리가 걷는 시간이 10분 이상 차이가 난다. 전철역과 가까운 106동·107동에선 집에서 나오자 마자 전철역이 있지만, 가장 먼 135동·1236동에서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상일동이 서울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동네여서 서울 업무 중심지구까지는 전철 이동 시간 자체가 제법 걸린다. 전철 이동 시간만 광화문까지 40분, 강남역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또 상일동역은 강동역에서 갈라지는 두 개 지선(地線) 중 하나에 속해있기 때문에 지하철 배차간격이 평균 12분 정도로 길다. 결과적으로 집에서 나와 사무실(Door to Door)까지 들어가는 시간을 따지면 1시간~1시간 10분은 걸린다. 강동구 자체가 서울의 동쪽 끝에 자리잡은 동네여서 한계가 있는 셈이다. 전철역이 있어도 현재로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다만, 대규모 입주가 진행돼 인구가 늘어나면 배차 간격을 줄어들 수도 있다.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노선. /땅집고

    다만 앞으로 대중 교통 여건이 개선 될 예정이라는 점에는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고덕지구를 포함한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노선이 작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진행에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만약 공사가 끝나면 ‘고덕 그라시움’ 입주민들은 고덕역에서 9호선을 타고 강남업무지구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제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상황이어서 실제 전철을 이용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59~127㎡까지 주택형 다양해

    50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만큼 주택형이 다양하다. 우선 59㎡(이하 전용면적·1964가구)와 84㎡(1836가구) 중소형이 가구 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59㎡는 전형적인 서울 새아파트들처럼 3베이(bay)구조를 가진 A·B형과 안방이 거실과 분리돼있는 2베이 구조로 된 C·D형으로 나뉜다. 84㎡도 마찬가지로 네 가지 평면 중 선택할 수 있다. 그밖에는 73㎡·97㎡·113㎡·127㎡ 등이 있다. 상일동역이 있는 대로변에 중대형 아파트를 배치했고, 반대편인 단지 북쪽에는 소형 평수를 배치했다.

    고덕 그라시움 프랑스·이태리 식 정원. /푸르지오 제공

    중앙 커뮤니티센터는 단지를 가로지르는 고덕로 79길 좌우로 각각 1개씩 지어졌다. 피트니스 클럽과 골프클럽 등 체육시설을 포함한다. 이 외에 어린이집(119동), 시니어클럽(124동), 도서관(109동) 등은 여러 동(棟)에 나뉘어서 배치했다.

    ■강동구에 공급 쏟아지지만…‘고덕 그라시움’은 대장주 자리 지킬 것

    고덕 그라시움 상가와 아파트 단지. /최준석 인턴기자

    이달 30일 ‘고덕 그라시움’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고덕 센트럴아이파크(12월 입주, 1745가구)’, ‘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12월 입주, 1859가구)’ 등이 강동구에 줄줄이 입주할 예정이다. 총 9239가구로, 올해 하반기 서울 전체 입주물량의 40%가 강동구에 몰려 있다.

    공급과잉 우려도 나왔지만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책을 내놓은 뒤 오히려 집값이 오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가 공급을 줄이는 황당한 정책으로 강동구 집값을 올려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에 새 아파트 품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고덕 그라시움’ 분양권 가격은 치솟고 있다. 지난 6월 8억 6000만원(11층)에 팔리던 59A㎡는 이번달 10억 3000만원(10층)에 거래돼 석 달만에 1억7000만원 올랐다. 분양가(약 6억3300만원)와 비교하면 프리미엄만 4억원 가까이 붙은 금액이다. 84A㎡ 역시 지난 6월 11억 4000만원(9층)에 팔리다가 이달 12억 9000만원(6층)으로 올랐다.

    고덕 그라시움 전문 중개업소 대표 A씨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분양권 매물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다 팔렸다”라며 “집주인들이 호가 이상으로는 금액을 낮추려고 하지 않아 거래도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조선DB

    입주가 임박하면서 최근 전세 가격은 2000만~3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59㎡의 경우 지난 6월 4억~4억2000만원 정도에 전세 계약됐는데, 이달 들어서는 3억7000만~4억원 선에 계약되고 있다. 84㎡의 전세보증금 시세는 5억~6억원 수준이다. 이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송파구 ‘헬리오시티(2018년 입주, 9510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전세보증금 시세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 다시 오른 것처럼, ‘고덕 그라시움’도 곧 이전 전세 가격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덕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같은 고덕지구에 있는 ‘고덕 자이’의 경우 지하철역과 멀기 때문에 내년에 5호선 연장선이 개통하면 인근 미사지구에 수요를 뺏길 가능성이 있지만, ‘고덕 그라시움’은 고덕지구 안에서도 입지 선호도가 높은 편인데다가 5호선 상일동역, 9호선 고덕역(예정)과 가까워 투자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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