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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집이 부족해 집값이 비싸다? 멋모르는 소리

    입력 : 2019.09.19 06:00

    우리나라 주택 공급 시장은 선(先) 분양 제도 하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중심으로 빠르게 주택 수 증가를 가져오면서 주택보급률을 확대해왔다. 2008년에 이미 주택보급률(주택수÷가구수) 100%를 넘었다. 2018년엔 104.6%, 올해 106%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도별 전국 주택보급률 추이. /국토교통부, KDI

    최근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역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준이 됐다. 2018년 406가구, 2019년 412가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419가구)이나 호주(401가구)와 유사한 상황이다. 최근 주택 공급 증가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인구 비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구 3억2000만명의 미국에서 연 61만가구의 주택 공급이 이루어진다. 반면 인구 5000만명인 우리나라의 주택 공급은 2015년 77만가구, 2016년 73만가구, 2017년 65만가구에 달했다. 순인구 증가 1명당 신규 주택 공급도 미국은 0.6가구인 반면 우리나라는 4.9가구나 된다.

    한국과 주요 선진국 1000명당 주택 수. /OECD, KDI

    우리나라 주택 공급 시장은 선진국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주택 공급의 급증과 급감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 이로 인해 건설 산업과 주택 시장은 여러 부정적 영향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 주택 공급 급증 현상이 재현되면 우리나라 주택 시장이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과거 우리나라 주택 시장이 성장과 발전 단계였다면 지금은 성숙과 관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과거와 같은 대량 주택 공급은 소화 불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가구 수에 비해 주택 수가 많은데다 저출산 고령사회에 직면한만큼 현재 주택공급 제도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도별 전국 주택 인허가. /국토교통부

    일각에서는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주택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서울 지역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의미보다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의 집값이 비싸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서울은 이미 다(多) 주택자 비중이 높다. 강남 3구는 다주택자 비중이 20%를 넘는다. 어쩌면 서울 지역의 주택 수 증가는 다주택자의 소유를 더욱 늘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제 주택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만큼 투기적 기능보다 자율적 투자와 주거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도 평택 고덕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오종찬 기자

    종합적으로 보면 주택 공급 시장이 수요자 중심의 주택 관리 시장으로 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주택 공급 제도가 달라져야 한다. 건설사는 자기 자본 비중을 높여 수분양자 의존 현상을 탈피하고 자기 책임 아래 집을 지어야 한다. 주택금융기관은 전문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자질과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다주택자들이 시세 차익이 아닌 임대 수익이 목적이 될 수 있도록 임대주택 선진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 시장에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지금처럼 철근콘크리트 아파트가 20~30년만 지나도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은 주요 선진국의 목조주택이 70년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말이 안된다. 토지 소유자의 수익과 시공사의 수익이 리모델링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은 이제 신도시 개발로 구(舊) 도심 쇠퇴를 촉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도심 재생과 활력을 살리는데 기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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