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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 뺏기고 온라인에 밀리고…신촌·홍대의 설움

    입력 : 2019.09.12 05:23

    지난 달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도로를 따라 홍익대 사거리까지 내려가봤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텅 빈 건물이 보였다. 햄버거 전문점 ‘롯데리아’가 있던 자리였다. 약 1 년 전 폐업한 이후 이자리는 지금까지 비어있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애플스토어 옆 48평짜리 1층 점포는 점포가 철수했고, 유리창에는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곳은 화장품 가게 ‘부츠’가 있던 자리였다.
    홍익대학교 앞에 있던 '롯데리아' 점포가 자리를 비우고 나갔다. / 김리영 기자
    인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 신촌역 일대로 이동했다. 신촌역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홍익문고 옆으로 상가 3곳이 줄줄이 공실이었다. 휴대폰 액세서리점 ‘디자인 스킨’, 화장품 브랜드 ‘더 샘’, 의류점 ‘리바이스 바디웨어’가 있던 곳이다.
    신촌역 3번출구 앞 1층 상가 3곳이 연달아 비어있다. / 김리영 기자
    지난 10여년간 활활 타올랐던 홍대와 신촌 상권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홍대와 신촌 상권은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으로 주요 소비층인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 상권이었다. 이 지역은 대학 상권이면서도 대형 브랜드·프렌차이즈와 대학생을 상대로한 저렴한 가격을 내건 상가들이 어울려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상권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불황의 여파가 홍대와 신촌 상권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홍대 인근에 자리잡은 부동산톡 공인중개사무소 심상희 대표는 “최근들어 브랜드 점포들도 가게를 빼는 추세”라며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가 줄어든데다가, 인건비도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상인들이 힘들어 한다”며 “지금 버티는 가게들도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1~2시간씩 줄여가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 브랜드 경쟁 출혈…물가 오르고, 매출 줄고

    신촌 연세로. 대기업 점포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 김리영 기자

    홍대·신촌 상권은 대학가 상권이지만, 지난 10여년 사이 유명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도 대거 들어서 있는 지역이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대학가로 밀려들면서 현재 홍대·신촌 상권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끼리 과도한 경쟁을 벌이다, 폐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지역 상가의 매출은 지난 2년 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에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홍익대 상권의 소득수익률은 3.55%로 2017년 1분기 4.28%보다 17% 포인트나 줄었다.

    2019년 대학 및 직장가 평균 점심값. / 나이스비즈맵 상권분석서비스

    ■ 경쟁 상권 늘어난데다 대학생들 온라인 구매↑

    비슷한 대기업 점포가 경쟁적으로 몰리자, 최근에는 경쟁력을 상실한 브랜드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있었던 화장품 가게 ‘더 샘’의 경우 이 공실 점포를 따라 일직선으로 약 200m 거리에 비슷한 화장품 점포만 약 6~7개가 포진해 있었다. 화장품 가게가 두 집 건너 한 집 수준이었다. 홍대 앞도 마찬가지였다. 애플스토어 옆에 임차했다가 문을 닫은 종합 화장품 브랜드 ‘부츠’ 점포 반경 300m 골목에는 비슷한 화장품 가게가 10개 넘겨 몰려 있다.

    비슷한 가게들이 한곳에 몰려 경쟁을 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해 지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다. 홍대 한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모(26)씨는 “5년간 이 일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최근들어 주변에 장사가 잘 안돼서 가게를 접고 나가는 매장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연남동이나 상수동 등 홍대·신촌 대학가 주변으로 상권이 많이 만들어진 것도 기존 대학가 상권을 더욱 흔들어놓는 요인이 됐다. 이화여대 졸업생 이모(27)씨는 “예전에는 학교 주변에 분위기 있는 맛집과 카페가 주로 몰려있었지만 최근에는 연남동, 상수동, 망원동 등에 훨씬 더 분위기 있는 가게와 맛집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세대에 걸쳐 온라인 활용이 가장 활발한 대학생들이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가장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으로 몰려가는 것도 홍대·신촌 상권이 무너지는 이유다. 대학생들이 경기침체 여파를 가장 크게 받으면서 더 저렴한 온라인 유통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대학가에서 운영되던 의류·소매업종 등의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 김리영 기자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한번 위축된 대학가 상권이 다시 살아 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홍대·신촌 상권은 이미 십여년 전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지나갔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자리잡은 곳인데, 경기 침체의 여파로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며 “옷가게, 화장품 가게 위주의 상권 구조로는 버티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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