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9.11 05:43
지난 5일 서울과 부천시의 경계 지점에 있는 지하철 1호선 역곡역. 지하철을 내려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니 부천시 옥길지구가 나왔다. 옥길지구에 도착하자 ‘옥길호반베르디움(2017년 입주·1420가구)’, ‘옥길센트리뷰(2017년 입주· 1318가구)’, ‘옥길브리즈힐(2016년 입주·1304가구)’등 입주한지 5년이 채 안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새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었다.
강력한 태풍 예보와 폭우가 쏟아졌던 이날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시티 부천점’이 이 지역에 문을 열었다. 비가 쏟아졌지만, 옥길지구에는 스타필드를 찾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2~3년 전 사이 본격적인 입주가 진행된 옥길지구는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에 조성한 약 133만㎡ 규모 공공택지지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옥길지구 3.3㎡(1평)당 집값은 2018년 1379만원에서 올해1574만원으로 1년여 만에 14%나 올랐다. 이 기간 부천시 평균 아파트 값이 7.5%(1092만원→1174만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2배 정도 크다. 같은 기간 인근의 서울 지역 택지지구인 구로구 항동지구(11%)나 천왕지구(10%)보다도 집값이 더 올랐다.
부천시는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의 아파트 촌이지만, 주택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경기도 지역에선 드물게 8·2대책과 9·13대책의 규제 지역에서도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옥길지구를 비롯해 새 아파트 밀집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 2년새 3억 오른 옥길지구 집값…청약경쟁률도 껑충
옥길지구의 집값 강세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옥길지구 ‘호반베르디움’ 단지 내에 있는 봄날부동산 김금순 대표는 “9월 들어서는 매물이 나오면 바로바로 팔려나갈 정도로 매수세가 강하다”며 “30평 매물을 기준으로 한 달 사이 호가가 3000만~4000만원 뛰었다”고 했다. 이 아파트 전용 72㎡, 84㎡, 97㎡는 각각 3억1570만원, 3억5690만원, 4억580만원에 분양됐다. 입주 2년이 된 현재 각 주택형의 현재 호가는 72㎡가 5억6000만원~6억원, 84㎡가 6억원~6억5000만원, 97㎡는 7억원이다. 2년간 70~80%가 가격이 급등했다. 다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인근의 ‘LH옥길센트리뷰’ 아파트 전용 74㎡도 2억5000만원~2억7000만원에 분양했는데, 지난 5월 4억7400만원(10층)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옥길지구가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새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10~15분만 버스를 타면 강북·강남권의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갈 수 있는 지하철 1호선 역곡역이나 7호선 천왕역이 있다. 역곡역에서 서울 시청역까지는 34분, 천왕역에서 강남구청역까지는 40분이 걸린다.
자동차 교통도 편리한 편이다. 시흥~구로를 잇는 서해안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시흥IC, 제2경인고속도로 광명IC를 통과하면 서울 구로구까지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그동안 부천시의 약점은 개발된 지 오래돼 주변의 신도시들에 비해 노후 주택이 많다는 점이었다. 부천시의 노후주택 비율은 73%로 경기도 최고 수준이다.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이 옥길지구가 들어서자 몰려들었고, 부천 계수·범박동 등 남부 구도심에서 재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전반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천 지역의 청약 경쟁률도 강세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부천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2014년에는 0.21 대 1, 2016년에는 1.47 대 1, 2017년에는 1.15 대 1이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21.37 대 1로 청약 경쟁률이 급등했다. 작년 말 송내동에서 분양한 ‘부천 래미안 어반비스타’는 313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만 명에 가까운 청약자가 몰리며 평균 31.7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규제 피하고, 교통 호재도 이어져
부천시는 집값이 급등세지만, 정부의 규제는 피했다. 현재 과천시, 성남시, 하남시, 광명시, 구리시,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등 경기도 내 서울 접경 지역이 조정지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지만 부천시는 서울과 경계를 맞대고 있음에도 조정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그 결과 청약과 대출 규제에서 벗어났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조정지역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중소형 기준 6억원 이하여서 양도세 중과나 종합부동산세 등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에 투자가 몰리는 것이 최근 경향”이라고 말했다.
주민 편의시설과 교통 호재도 옥길지구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옥길지구 입주가 완료되는 시점인 최근에 스타필드가 개장했다. 원래는 스타필드 부지에 이마트를 지으려고 했지만, 상권의 잠재력을 보고 신세계 측에서 대형 복합쇼핑몰 브랜드인 스타필드를 넣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부천 주민 김모(41)씨는 “스타필드 시티로 인해 서울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문화·여가 생활 여건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 최근 제 2경인선(인천~구로, 2024년 착공 예정) 노선에 옥길역이 추가된 것도 호재다.
최근 옥길지구의 집값이 강세이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지구를 지나는 전철역이 없다는 점이다. 역곡역이 가깝기는 하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옥길지구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접경지’의 메리트를 보여 준 사례”라며 “다만 최근 2~3년간 옥길지구 집값 상승폭이 너무 커 앞으로 더 오르기 보다는, 현재 경신한 최고가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