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9.09 06:09
부동산 분야의 책 중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책을 선별해 핵심적인 내용을 추려 독자들에게 ‘땅집고 북스’로 소개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책은 ‘증권가의 부동산 분석 전문가’로 유명한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펴낸 ‘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라이프런)’입니다. 아래는 독특한 시각으로 서울 주택 거래에서 투자 수요의 비중을 측정하고, 집값 변동률과 투자 수요의 관계를 분석한 글입니다.
필자는 그동안 “서울 주택 시장의 수요 중 절반이 투자 수요이고,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 주택 가격은 약세 전환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자가점유율(자기 소유의 주택에 자기가 사는 비율) 등으로 대략 추정할 때 주택 구입에서 실수요와 투자 수요의 비중이 반반쯤 된다는 평소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다. 2018년 10월 초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됐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모두 분석한 자료였다.
■ “서울 주택 수요의 절반은 투자다”
필자는 그동안 “서울 주택 시장의 수요 중 절반이 투자 수요이고,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 주택 가격은 약세 전환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자가점유율(자기 소유의 주택에 자기가 사는 비율) 등으로 대략 추정할 때 주택 구입에서 실수요와 투자 수요의 비중이 반반쯤 된다는 평소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다. 2018년 10월 초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됐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모두 분석한 자료였다.
■ “서울 주택 수요의 절반은 투자다”
이 자료에서 맨 왼쪽의 ‘보증금 승계’라고 표시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현재 매매가가 10억 원이고 전세금이 6억 원으로 임차인이 있는 아파트를 매수할 때, 이 갭(10억 원-6억 원=4억 원)만큼만 매수자가 자본 조달을 하고, 전세 6억 원을 그대로 승계했다는 말이다. 즉, 매수자는 ‘갭투자’를 한 것이고, 이것이 곧 ‘투자 수요’로 인한 매수다. 따라서 자금조달계획서상 ‘보증금 승계’로 잡힌 수치를 투자 수요라고 봐도 무방하다.
먼저, 전체 거래를 기준으로 보면 보증금을 승계한 거래, 즉 투자 수요가 전체(12만 4684건)의 51% 에 해당한다. 보증금을 미승계한 거래(실수요)는 49%다. 지난 1년간 정말 서울의 투자 수요와 실수요의 비중이 반반이었음이 수치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시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월별로 투자수요의 흐름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10월에는 '갭투자(보증금 승계) 비중이 37%에 불과했는데, 2018년 1월에는 64.4%로 급증한다. 1~3월에는 갭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그리고 4월부터는 잠시 내려가다가 2018년 7월 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서 7월 54.8%, 8월 67.5%, 9월 75.6%에 이른다.
■ 집값 변동률은 투자 수요가 결정한다
주목할 시점은 2018년 1~3월과 7~9월이다. 이 기간에 서울시의 투자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전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투자수요가 집중되던 2018년 1~3월과 7~9월에 주택 가격 추이를 같이 살펴보자.
언뜻봐도 부동산 가격이 주간 기준 0.4~0.8%로 급등했던 기간이 투자수요의 비중이 높아지던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리고 1~3 월, 7~9월처럼 투자 수요의 비중이 높았던 기간에 주택 가격 상승률도 가장 높았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투자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시장에 실수요만 존재한다면 이처럼 가격이 특정 기간에만 집중해서 상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서로 다른 이유(실수요)로 주택을 구입한다면 어떻게 쏠림 현상이 있겠는가. 그러나 투자수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리적 제한 없이, 오로지 투자 성과가 높은 곳에 쏠리는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 살기 좋은 곳이 투자 수요도 많다
앞서 살펴봤듯이 서울시의 투자수요 흐름이 2017~2018년의 시세 변화를 주도했다. 투자수요의 변화만으로 가격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기간에 투자수요의 변화가 서울시 주택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거래량과 투자수요의 비중, 그리고 가격 흐름에서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시에는 총 25개 구가 있으니 구별로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표에서 매수 시점에 보증금을 승계하지 않은 경우 실수요로 볼 수 있는데 그 비중을 살펴보자. 강남 3구를 보면 강남구 45.4%, 서초구 41.1%, 송파구 36.7%로 강남 3구의 경우 실수요가 확연히 낮게 나타난다. 강남 3구가 실수요 비중이 중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수요 비중이 낮다. 살기 좋은 동네여서 실수요 비중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살기 좋은 곳은 그만큼 투자수요의 유입도 높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전국 평균 대도시의 자가점유율이 더 낮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은 각국의 대도시는 투자수요가 더 높다는 말이다.
■ 결국 투자 수요가 많은 곳이 인기 지역이다
이를 더욱 세분화할수록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투자수요가 높은 곳이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투자수요인 보증금 승계 비중이 강남구 54.6%, 서초구 58.9%, 송파구 63.3%로 강남 3구 모두 서울의 전체 평균 51%를 상회한다. 즉, 대부분 강남 3구의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남 54.6%, 강서 59.6%, 광진 58.3%, 동작 56.3%, 서초 58.9%, 성동 67.8%, 송파 63.3%, 용산 56.9%, 중구 59.9% 등이 서울에서도 투자수요 비중이 높은 지역들이다. 송파와 성동이 압도적이다. 여기에는 지방의 원정 투자수요도 한몫한 탓이라고 해석한다. 반대로 투기과열지구에 해당되지만 노원은 52.6%, 마포는 51%, 영등포는 34.1%다. 이 중 영등포는 신길뉴타운이 있는 지역에 투자 자들의 쏠림이 높다고는 하지만 구 전체로 보면 서울 최저 수준의 투자 수요(27.8%의 금천구 바로 다음)를 보여준다. 영등포구는 34.1%, 강동구는 40.9%다. 낮아도 너무 낮다. 영등포구의 투자수요 비중은 영남이나 호남에서 볼 수 있는 투자 수준이다. 이렇게 투자수요가 낮은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사상 최고 수준의 강도로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은 정부의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