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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차익 난 집 LH에 강제 매각" 분양 제도 도입 가능할까

    입력 : 2019.09.02 04:44

    “판교신도시에서 3억원에 분양한 아파트가 지금 12억원이 됐다. 개발 당시 환매(還買) 조건부 주택 방식을 적용했다면 9억원의 차익은 특정 민간인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이 됐을 것이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환매조건부 분양’ 도입을 주장해 주목된다. ‘환매조건부 분양’은 분양계약자가 소유권을 갖되 매각할 때에는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공공기관에만 팔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춰도 입주 후에는 결국 주변 시세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단점을 보완하자는 게 목적이다.

    변창흠 LH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환매조건부 분양 제도 도입을 고려할 시점이 됐다"고 했다. /조선DB

    LH는 “변 사장이 간담회 중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르면 3기 신도시부터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환매조건부 분양은 변 사장이 세종대 교수 시절인 10여년 전부터 주택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꾸준히 주장했기 때문에 변 사장의 구상대로 언제든 LH가 제도 도입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변 사장 과거 논문서 “공급 확대는 오히려 집값 상승”

    변 사장은 2006년 발표한 ‘환매조건부 주택분양 제도의 도입 타당성과 제도화 방안(변창흠·안균오)’ 논문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정책 기조를 비판하며 ‘환매조건부 분양’의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논문에서 “신도시를 비롯한 택지개발은 개발 계획의 발표 및 수립단계, 보상단계, 신도시 건설 단계 등에서 주변 지역의 거품가격을 고착화시키거나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 인상을 견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해 최초 분양자에게 개발 이익을 귀결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주택공급 제도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환매조건부 분양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변 사장이 과거 논문에서 주장한 환매조건부 분양제도 주요 내용. /'환매조건부 주택분양제도의 도입 타당성과 제도화 방안'에서 발췌

    변 사장은 논문에서 환매조건부 분양 제도에 대해 “토지주택공사나 SH공사 등의 공공기관이 토지를 개발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분양해 소유권자는 자기주택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행사하되, 매각시에만 반드시 공공기관에 다시 매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이 방식은 공공기관이 토지를 개발하고 주택을 건설한 후 민간에게 분양하는 점에서는 공영 개발방식과 동일하지만, 공공기관이 환매권을 갖는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환매조건부 분양에서는 최초 분양할 때 분양 가격을 조성원가 수준으로 낮게 책정한다. 주택을 분양받은 수분양자가 공공기관에 아파트를 매각하는 가격은 분양할 때 미리 정하거나 최초분양가에 정상이자율(국고채 수익률 등)만을 가산한 가격으로 결정해 주택보유 과정에서 자본이익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 전세금 수준에 내집마련…집값 잡기엔 한계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조선DB

    변 사장은 환매조건부 분양 제도는 장점이 많지만 시행시에는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했다. 우선, 환매조건부 분양 주택이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주택 구입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환매조건부 분양 주택이 일반 분양주택에 비해 50~7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경우 전세금 수준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한 반면 전세에 비해 주택 소유에 따른 주택자금 대출, 재산권 행사 등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둘째, 환매조건부 분양을 위해 분양가격을 시세보다 훨씬 책정하려면 사업 시행자의 부담금이 증가하는만큼 공급 물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변 사장은 “개발이익을 공공 사업 시행자가 전액환수 가능하다면 국가에 의한 기반시설 지원비용 부담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기반시설 지원액을 확대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셋째, 환매조건부 분양 주택은 일반적인 자가(自家) 주택 수요자보다 한정적이어서 기존 주택 가격 안정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변 사장은 “환매조건부 분양 주택을 모든 분양 주택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재고 주택 시장 가격을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 제도를 통해 일반 분양주택이나 재고주택을 구입하기 힘든 계층에게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고 주택을 투기나 투자 대상이 아닌 주거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 “개발이익 특정인 독점 안돼…국회 설득할 것”

    정부가 3기 신도시 입지로 확정한 경기도 고양시 창릉지구. 변 사장은 "3기 신도시부터 환매조건부 분양을 도입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DB

    환매조건부 분양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LH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1~2개월만에 실시하기도 어렵다. 당장 국토교통부의 정책 입안은 물론 주택법, 택지개발촉진법, 도시개발법 등 관련 법률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 입법 절차를 모두 거치는데만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변 사장이 취임 석달만에 ‘환매조건부 주택’을 언급한 것은 언제든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변 사장은 “신도시 개발에 따른 토지 개발 이익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환매조건부 분양 제도를 도입하려고 국회와 국토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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