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고속도로 언제 뚫리나" 태백 20년째 눈물

    입력 : 2019.08.28 03:12

    [땅집GO]
    '내륙의 외딴섬'… 한시간 달려도 고속道 안 보이는 유일한 市
    - 빛바랜 '제1의 광업도시'
    석탄공사 아파트 줄줄이 철거… 공장용 부지, 관광객 위한 자연 다 갖췄지만 교통 탓 외면받아
    - 평택~삼척 고속道 계획만 20년
    제천까지만 2015년 개통하고 태백 지나는 구간은 아직 검토중
    개통땐 이동시간 30분 이상 단축… 폐광 관광지 개발로 8조 효과

    지난 22일 오후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화광아파트. 지상 3층 25개 동(棟)이 들어선 이곳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1시간여 동안 단지에서 만난 건 빈집 관리차 방문한 태백시 공무원과 도둑고양이뿐이었다. 빈 아파트에는 못 쓰는 연탄보일러가 나뒹굴었다.

    지난 22일 오후 찾은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화광 아파트.
    지난 22일 오후 찾은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화광 아파트. 대한석탄공사 산하 장성광업소 직원용으로 지었지만 17가구를 빼고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오는 10월 철거 예정이다. /한상혁 기자
    이 아파트는 1978년 대한석탄공사 산하 장성광업소 직원용으로 지었다. 하지만 전체 250여 가구 중 17가구만 살고 있다. 직원이 다 떠난 탓이다. 한때 5000명 넘게 근무했던 태백시내 30여개 광업소 중 이제 남은 건 장성광업소 직원 900여명이 전부다. 그나마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경영난이 심각하다. 화광아파트는 결국 오는 10월 철거한다. 태백시 곳곳에 자리 잡은 이른바 '석공(석탄공사) 아파트'는 이미 철거했거나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태백시는 1980년대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석탄을 생산한 광업도시였다. 그러나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연 640만t에 달하던 석탄 생산량은 지난해 25만t으로 급감했다. 한때 13만명이던 인구도 4만5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광업을 대체할 관광업 등 다른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해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평택~삼척 동서고속도로 구간별 현황
    2016년 기준 태백시 지역내 총생산액은 9625억원. 강원도 7개 시 가운데 꼴찌다. 18개 시·군 전체로는 양구·양양·고성군에 이어 넷째로 적다. 태백시 1인당 지역내 총생산도 2033만원으로, 속초(1924만원)에 이어 둘째로 낮다.

    태백시가 다른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이유는 뭘까. 이곳이 전국에서 소문난 교통 오지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내륙의 섬'이란 말이 나온다. 실제 태백시로 이어지는 도로는 최악이다. 서울에서 태백시내까지 가려면 충북 제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이후 100㎞가 넘는 구불구불한 편도 2차로를 달려야 한다. 철도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제강점기부터 석탄 수송을 위해 건설한 철로가 많지만 정작 여객용으로 운영되는 건 거의 없다. 서울까지 하루 6차례 운행하는 무궁화호가 전부다.

    ◇"고속도로 없는 유일한 시(市)"

    태백시의 가장 큰 문제는 고속도로다. 유병욱 태백시 기획평가담당은 "차로 1시간 내에 고속도로에 닿을 수 없는 시 단위 지자체는 전국에서 태백이 유일하다"며 "공장을 놓을 땅도, 관광객을 유치할 자연환경도 갖추고 있지만 오는 길이 멀고 불편해 외면받고 있다"고 했다. 태백뿐만이 아니다. 인접한 영월과 정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지역들 역시 고속도로가 닿지 않아 지역 개발과 산업 육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국토교통부는 1996년 국가 간선도로망 계획으로 남북 7개 축, 동서 9개 축의 고속도로를 놓는 계획을 세웠다. 이 중 경기도 평택시와 강원도 삼척시를 동서로 잇는 평택~삼척 고속도로(동서6축)가 태백시를 경유한다.

    하지만 이 고속도로는 평택~제천 구간만 2015년 개통했다. 나머지 제천~삼척 구간은 20년 넘게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제천~삼척 구간은 산간 지형이라 사업비(약 4조원)가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데 수요가 확실치 않다는 것. 결국 전국 고속도로망에서 태백·영월·정선 등 강원 남부 지역만 쏙 빠지게 됐다.

    ◇"균형발전 위해 고속道 조기 개통을"

    그나마 다행인 건 평택~삼척 고속도로 사업 추진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정부가 지방 사회기반 시설의 경우 경제성 평가만이 아닌 균형 발전 평가 비중을 높이기로 하면서 제천~영월 구간이 지난 5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영월~삼척 구간은 여전히 추가 사업 검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태백·영월·정선 등 해당 지자체는 교통 소외 지역인 강원 남부 지역의 발전뿐만 아니라 국토를 균형 있게 활용한다는 당초 취지에 맞춰 평택~삼척 고속도로의 조기 개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도로가 뚫리면 제천에서 태백까지 이동 시간이 2시간 20분에서 1시간 20분으로 1시간 정도 줄고, 강원도 내 다른 지역 이동 시간도 30분 이상 단축된다. 류종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로 건설을 위한 직접적인 지출, 태백·정선 등 폐광 지역을 관광산업 중심지로 개발하는 직·간접적 경제 효과를 합치면 8조5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류한우 평택~삼척 동서고속도로 추진협의회장(충북 단양군수)은 "국토 중앙의 동서를 잇는 최단 교통망으로 국가 전체의 물류 능력 향상을 위해 서둘러 개통해야 한다"고 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