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19 09:38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까지 직접 규제하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선언했지만, 일반 분양 직전까지 사업이 진행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한제를 소급(遡及) 적용한다는 규정이 조합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면에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익은 기대 이익일 뿐 재산권이 아니고,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며 위헌 논란을 일축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위헌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 부진정 소급입법…'공익 vs 침해 기본권' 이익 비교로 위헌 판단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민간택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단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시점(단계)을 기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서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늦춘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은 정비구역지정-추진위 구성-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착공 등의 단계를 거치는데,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얻어 기존 거주자 이주와 철거까지 진행된 단지조차 분양가 규제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가 떨어지면, 앞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조합원 입장에서는 관리처분 인가 당시보다 기대이익은 줄고 내야 할 부담금은 늘어나기 때문에 소급 입법(법률 효력이 과거 사안까지 영향을 미침)과 재산권·평등권 침해라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단 소급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부진정(不眞正) 소급입법(遡及立法)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소급 입법에는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진정(眞正) 소급'과 완성되지 않고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법률관계에 대한 '부진정 소급'이 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규율 대상이 '일반 분양 완료' 단지가 아니기 때문에 헌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진정 소급' 입법 사례는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부진정 소급 입법'의 위헌 등 법률적 결함 여부는 결국 해당 입법으로 침해된 개인의 권리(재산권·평등권 등)와 입법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공익(公益)을 비교, 이익 형량(衡量·충돌하는 권리의 법적 이익 크기를 재는 일)을 통해 판단된다.
쉽게 말해 이번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으로 달성될 수 있는 주거 안정 등 공익이 침해되는 조합원 등 개인의 기본권보다 큰지를 따져 위헌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적어도 정부가 앞세우는 '공익' 명분만으로 모든 법적 다툼의 소지가 깨끗이 부정될만한 사안은 결코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 2008년 재건축 임대주택 의무공급 헌법소원과 판박이…5대4로 '기각'
법조계는 이번 분양가 상한제의 소급, 기본권 침해 등 위헌 논란과 가장 비슷한 사례로 2008년 헌법재판소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관련 결정(2005헌마222)을 꼽는다.
당시 정부는 재건축 사업 이익 환수와 공공 임대주택 공급의 목적으로 재건축 사업 시 증가하는 용적률의 25% 범위 안에서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법과 관련 시행령을 고쳤다.
하지만 재건축 단계상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까지 이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일부 재건축 조합 등이 소급과 재산권·평등권 등 기본권 침해를 문제 삼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정부가 법령으로 바꾼 정책만 '임대주택 의무 공급', '분양가 상한제'로 다를 뿐, 관리처분계획 인가 재건축 단지까지 소급 적용해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익을 줄였고, 이 때문에 결국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거의 똑같은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 의견을 내 청구는 기각됐지만, 재판관 중 4명은 재건축 조합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위헌' 의견을 제기했다.
합헌 의견은 해당 부진정 소급에 따른 이익 비교(형량)와 관련, "일반분양을 완료하고 청산 절차를 종료하기 전까지는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나 수익 규모가 확정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조합의 기대이익 또는 신뢰 이익(기존 제도의 유지를 믿고 추산한 이익)을 절대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헌 측은 "이에 비해 재건축 임대주택 공급 의무제도는 투기적 수요 억제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주택 부족 문제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달성하려는 공익이 이해 관계자의 신뢰 이익에 비해 매우 큰 만큼 신뢰 보호 원칙을 위반한 재산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 발표(12일) 이후 국토부 김현미 장관, 박선호 차관, 주택정책과 실무진 등이 줄곧 주장하는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김 장관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을 때 예상 분양가격은 확정된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가를) 변경하는 것을 두고 소급 적용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 해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 "차등 규정, 확실한 집값 안정 효과 없어 2008년보다 위헌요소 더 많아"
하지만 2008년 헌법소원 심판에서 위헌 의견을 낸 4명의 헌법재판관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만큼 소급에 따른 공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
우선 위헌 의견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 조합원의 재산권에 대해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있으면, 해당 재건축사업의 조합원 부담금액이 정해진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리처분계획이 크게 변경되지 않고 이 계획 인가·고시에 의해 기존 토지·건물 소유권이 대지·건물 분양권으로 변환된다. 이 권리는 원칙적으로 사적 유용성 및 처분권을 내포하는 구체적 권리로서 헌법상 보장하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신뢰 보호' 측면에서도 "더구나 관리처분계획 인가라는 '행정행위'에 따라 (조합원과 사업시행자는) 분양 예정 대지·건물에 대한 소유권에 신뢰를 갖게 된 것이므로 신뢰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크다"며 기존 정부 정책과 법률을 믿고 사업을 추진한 관계자들의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밖에 위헌 의견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로 철거가 시작되는 만큼 정책·법률 변경에 따라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도 의견을 바꿔 재건축에 반대하거나 사업을 철회할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4명의 헌법재판관은 종합적으로 이익을 비교(형량)해 "세입자 주거 안정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임대주택공급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로서, 이 사건 규정(재건축 시 임대주택 의무 공급)만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로 이미 조합원으로서의 재산권 내용이 거의 확정된 경우까지 조합원들의 신뢰를 무시하면서 추구해야 할 긴밀하거나 중대한 공익 목적을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2008년 헌법재판 사례로 미뤄, 오히려 이번 분양가 상한제의 위헌 요소가 더 많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일반분양이 임박한 단지에 대한 배려 정책이 전무(全無)한 데다, 분양가 상한제로 정부가 소급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 목표가 달성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장일홍 변호사는 "2008년 헌법소원 건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단지에는 임대주택 공급 비율을 10%로 낮춰주는 등 '피해 최소화' 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합헌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됐지만, 이번 분양가 상한제에는 그런 차등적 배려 장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2008년 건의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공익은 당시 규정(재건축 단지 임대주택 의무 공급)으로 달성될 것이 명확했지만, 이번 개정령이 추구하는 공익인 '집값 안정'은 분양가 상한제로 달성될지 확실하지 않을뿐더러 분양가 상한제만으로 달성될 공익이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만약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결과를 예단하기 더욱더 힘든 사안"이라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민간택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단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시점(단계)을 기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서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늦춘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은 정비구역지정-추진위 구성-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착공 등의 단계를 거치는데,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얻어 기존 거주자 이주와 철거까지 진행된 단지조차 분양가 규제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가 떨어지면, 앞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조합원 입장에서는 관리처분 인가 당시보다 기대이익은 줄고 내야 할 부담금은 늘어나기 때문에 소급 입법(법률 효력이 과거 사안까지 영향을 미침)과 재산권·평등권 침해라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단 소급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부진정(不眞正) 소급입법(遡及立法)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소급 입법에는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진정(眞正) 소급'과 완성되지 않고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법률관계에 대한 '부진정 소급'이 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규율 대상이 '일반 분양 완료' 단지가 아니기 때문에 헌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진정 소급' 입법 사례는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부진정 소급 입법'의 위헌 등 법률적 결함 여부는 결국 해당 입법으로 침해된 개인의 권리(재산권·평등권 등)와 입법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공익(公益)을 비교, 이익 형량(衡量·충돌하는 권리의 법적 이익 크기를 재는 일)을 통해 판단된다.
쉽게 말해 이번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으로 달성될 수 있는 주거 안정 등 공익이 침해되는 조합원 등 개인의 기본권보다 큰지를 따져 위헌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적어도 정부가 앞세우는 '공익' 명분만으로 모든 법적 다툼의 소지가 깨끗이 부정될만한 사안은 결코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 2008년 재건축 임대주택 의무공급 헌법소원과 판박이…5대4로 '기각'
법조계는 이번 분양가 상한제의 소급, 기본권 침해 등 위헌 논란과 가장 비슷한 사례로 2008년 헌법재판소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관련 결정(2005헌마222)을 꼽는다.
당시 정부는 재건축 사업 이익 환수와 공공 임대주택 공급의 목적으로 재건축 사업 시 증가하는 용적률의 25% 범위 안에서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법과 관련 시행령을 고쳤다.
하지만 재건축 단계상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까지 이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일부 재건축 조합 등이 소급과 재산권·평등권 등 기본권 침해를 문제 삼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정부가 법령으로 바꾼 정책만 '임대주택 의무 공급', '분양가 상한제'로 다를 뿐, 관리처분계획 인가 재건축 단지까지 소급 적용해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익을 줄였고, 이 때문에 결국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거의 똑같은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 의견을 내 청구는 기각됐지만, 재판관 중 4명은 재건축 조합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위헌' 의견을 제기했다.
합헌 의견은 해당 부진정 소급에 따른 이익 비교(형량)와 관련, "일반분양을 완료하고 청산 절차를 종료하기 전까지는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나 수익 규모가 확정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조합의 기대이익 또는 신뢰 이익(기존 제도의 유지를 믿고 추산한 이익)을 절대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헌 측은 "이에 비해 재건축 임대주택 공급 의무제도는 투기적 수요 억제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주택 부족 문제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달성하려는 공익이 이해 관계자의 신뢰 이익에 비해 매우 큰 만큼 신뢰 보호 원칙을 위반한 재산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 발표(12일) 이후 국토부 김현미 장관, 박선호 차관, 주택정책과 실무진 등이 줄곧 주장하는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김 장관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을 때 예상 분양가격은 확정된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가를) 변경하는 것을 두고 소급 적용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 해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 "차등 규정, 확실한 집값 안정 효과 없어 2008년보다 위헌요소 더 많아"
하지만 2008년 헌법소원 심판에서 위헌 의견을 낸 4명의 헌법재판관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만큼 소급에 따른 공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
우선 위헌 의견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 조합원의 재산권에 대해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있으면, 해당 재건축사업의 조합원 부담금액이 정해진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리처분계획이 크게 변경되지 않고 이 계획 인가·고시에 의해 기존 토지·건물 소유권이 대지·건물 분양권으로 변환된다. 이 권리는 원칙적으로 사적 유용성 및 처분권을 내포하는 구체적 권리로서 헌법상 보장하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신뢰 보호' 측면에서도 "더구나 관리처분계획 인가라는 '행정행위'에 따라 (조합원과 사업시행자는) 분양 예정 대지·건물에 대한 소유권에 신뢰를 갖게 된 것이므로 신뢰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크다"며 기존 정부 정책과 법률을 믿고 사업을 추진한 관계자들의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밖에 위헌 의견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로 철거가 시작되는 만큼 정책·법률 변경에 따라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도 의견을 바꿔 재건축에 반대하거나 사업을 철회할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4명의 헌법재판관은 종합적으로 이익을 비교(형량)해 "세입자 주거 안정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임대주택공급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로서, 이 사건 규정(재건축 시 임대주택 의무 공급)만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로 이미 조합원으로서의 재산권 내용이 거의 확정된 경우까지 조합원들의 신뢰를 무시하면서 추구해야 할 긴밀하거나 중대한 공익 목적을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2008년 헌법재판 사례로 미뤄, 오히려 이번 분양가 상한제의 위헌 요소가 더 많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일반분양이 임박한 단지에 대한 배려 정책이 전무(全無)한 데다, 분양가 상한제로 정부가 소급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 목표가 달성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장일홍 변호사는 "2008년 헌법소원 건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단지에는 임대주택 공급 비율을 10%로 낮춰주는 등 '피해 최소화' 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합헌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됐지만, 이번 분양가 상한제에는 그런 차등적 배려 장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2008년 건의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공익은 당시 규정(재건축 단지 임대주택 의무 공급)으로 달성될 것이 명확했지만, 이번 개정령이 추구하는 공익인 '집값 안정'은 분양가 상한제로 달성될지 확실하지 않을뿐더러 분양가 상한제만으로 달성될 공익이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만약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결과를 예단하기 더욱더 힘든 사안"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