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골목길 상가주택 세부담 커진다

정부가 ‘상가주택’(점포가 딸린 주택)에 대한 과세(課稅)를 강화해 2022년부터 양도하는 상가주택에 대해 주택과 상가를 구분해 주택 부분에 대해서만 1주택자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세법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에서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내용은 일명 '상가주택' 과세 강화다.

상가주택은 그동안 주택 면적이 상가보다 크면 전부 주택으로 간주해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과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2022년부터 양도하는 상가주택에 대해서는 주택과 상가를 구분해 주택 부분에 대해서만 1주택자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주고, 나머지 상가 부분은 비과세 혜택에서 배제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최근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 주요 상권내 상가주택 과세를 강화해 조세 형평을 맞추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

김종필 세무사는 “주택가에 위치한 다가구주택 등은 일부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상가 면적을 50% 미만으로 낮추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비싼 상가주택의 양도세 부담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1987년 4억원에 취득한 상가 주택(상가 비중 49%)을 올해 17억6000만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기준으로는 전체가 주택으로 인정돼 총 3354만원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1가구 1주택자라면 9억원 초과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과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이후에 똑같은 금액으로 매도할 때는 주택분 51%(8억9760만원)와 상가분 49%(8억6240만원)에 대한 과세가 별도로 이뤄진다. 이 경우 주택은 9억원 이하로 양도세가 비과세 처리되지만 상가 부분에서 총 1억7510만원의 양도세가 발생한다. 현재 전체를 주택으로 간주했을 때보다 양도세가 422%(1억4156만원) 증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권 활성화 지역의 대로변보다 이면도로변 주택 세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로변 상가주택은 주로 꼭대기 층만 주택으로 쓰고 나머지 층은 상가로 활용해 지금도 주택 따로, 상가 따로 양도세가 부과되고 있다. 반면 주택가 이면도로 등 상권이 덜 발달한 곳에서는 상가 면적이 절반 이하여서 전체를 주택으로 간주해 비과세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가의 경우 주택보다 기본 양도세율이 높은 데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최대 30%로 주택(최대 80%)보다 낮아 세부담이 크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점포주택도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는 곳이 많을 전망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금융센터 리테일지점장은 “신도시 점포주택은 1층이나 2층까지 상가로 쓰고 나머지 3~4층은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주택도 실거래가가 9억원이 넘는 곳들이 많아서 상가 부분이 별도로 과세되면 양도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상가주택으로 임대 사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은퇴자 등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가주택은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의 로망이었는데 이래저래 세부담이 늘면서 앞으로 노후 대비용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 같다”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상가 비중을 50% 미만으로 했던 집주인들이 임대료 수입과 미래 양도차익 등을 따져서 상가와 주택 비중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1주택자 비과세 적용 대상 부수 토지 범위를 수도권·도시지역 기준 건축면적의 3배로 축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지 면적이 넓은 수도권의 상가주택이나 음식점, 판교 등 일부 고급 단독주택의 양도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에서 부수 토지가 건축면적의 3배 이상이라면 주로 한남동·이태원동 등 호화 단독주택일 텐데 이런 주택 소유자는 대부분 다주택자일 가능성이 커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넓은 마당이나 정원을 가꾸고 살고 싶어한 1주택자들의 양도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