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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카페, 태극당이 책방 옆에 가게 낸 이유

    입력 : 2019.07.26 04:00

    최근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크앤북 서점. /김리영 기자

    서울 을지로역 부영빌딩 지하1층에 있는 서점 ‘아크앤북(ARC.N. BOOK)’.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쪽은 안내데스크 옆 서가로 들어가는 아치형 통로였다. 약 8000권의 책이 둥근 천장에 겹겹이 쌓여있는 이 공간은 SNS(소셜미디어)에서 더 유명하다. 아크앤북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을 남기는 장소다. 이 통로에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됐기 때문이다.

    아크앤북의 아치형 통로에는 책 8000여 권이 겹겹이 쌓여있다. /김리영 기자

    둥근 통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책장이 아닌 카페가 나왔다.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 중에는 서가에서 뽑아든 책을 계산하지 않고 읽는 사람도 많았다. 이곳에서는 책을 들고 서점 안에 있는 식당이나 카페를 마음껏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장도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심지어 카페나 음식점 안에도 서가가 있었다. 어디가 서점이고, 어디가 식당인지 경계가 불분명했다.

    책장과 책장 사이에 들어선 카페. /김리영 기자

    아크앤북이 들어선 부영빌딩 지하1층은 부영그룹이 2017년 초 삼성화재로부터 매입하기 전인 2015년부터 공실로 방치됐던 곳이다. 이곳에 아크앤북스가 들어서면서 도심 속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 책 주제에 따라 색다른 공간 나오는 서점

    이 서점의 운영 방식은 기존과는 다르다. 책은 음식이나 다른 소품을 팔기 위한 ‘미끼’ 역할을 한다. 서점에 와 있다는 것만으로 독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소비자의 ‘지적인 허영심’을 채워주고 책 대신 다른 물건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매장에서 책은 파는 물건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에 가깝다.

    경제·사회·외국어·수험서 등의 기존 책방에서 볼 수 있는 책 분류 간판도 없다. 아크앤북은 일상(DAILY)·주말(WEEKEND)·영감(INSPIRATION)·스타일(STYLE) 등 특정한 주제로 공간을 나눴다. 예컨대 고양이가 주제라면 고양이와 관련된 서적과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파우치와 에코백, 그림 등이 옆에 진열된 식이다. 손님들은 책을 힐끗 한번 꺼내 보고, 그 책과 관련한 음식이나 음악, 물품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사는데 돈을 쓴다.

    고양이 관련 서적과 물품이 진열된 모습. /김리영 기자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도 볼거리다. 아크앤북 관계자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 된 1920~30년대 재즈 시대를 콘셉트로 했다고 설명했다. 안내데스크 앞에는 마치 오래된 유럽의 길가에서 볼법한 벤치와 가로등이 설치됐다. 그 옆에 빨간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띄었는데, 전화부스 안에는 전화가 아닌 도서 검색대가 있었다.

    1920~30년대 유럽풍 거리를 모티브로 아날로그한 감성을 살린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 오티디(OTD)코퍼레이션

    ■ 맛집 편집숍, 책방으로 옮겨놓아

    아크앤북은 공간기획 서비스 회사 오티디(OTD)코퍼레이션이 만들었다. 이들은 오버더디쉬, 파워플랜트, 마켓로거스 등 유명 맛집을 한 곳에 들인 ‘맛집 편집숍’을 선보이며 유명세를 탔다. 이 편집숍들은 광화문 D타워·하남 스타필드·마리오아울렛 등 대형몰에 대거 입점했다. 이 ‘맛집 편집숍’의 구상을 책방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크앤북의 출발이었다.

    이들이 맛집 편집숍에서 제시한 ‘셀렉 다이닝(Select dining)’이란 개념은 유명 프랜차이즈나 맛집을 한 공간에 모아놓은 것을 의미한다. 백화점이나 마트의 푸드코트가 다양한 메뉴를 두고 식탁만 공동으로 사용한다면, 셀렉다이닝은 각기 다른 음식점이 한 건물에서 운영되는 형태다.

    소규모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지역의 특색있는 가게들이 입점했다. /김리영 기자
    아크앤북 책장 옆 곳곳에서 운영중인 레스토랑과 카페 점포는 아크앤북이 부영빌딩 지하 1층 공간을 임대한 뒤 다시 이들에게 재임대(전대)한 공간이다. 이곳 출입구 옆에는1976년 개업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태극당’이 장충동 본점 외에 처음으로 만든 외부 매장이 있다. 그 옆에는 SNS에서 유명한 ‘띵굴시장’이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가수 헨리가 운영하는 대만 음식점이 이곳에 점포를 냈고, 가로수길에서 핫한 식물 카페, 서촌에서 이름을 날린 프렌치 레스토랑 등 서울 곳곳 숨은 맛집이 이곳에 들어섰다.

    김지인 오티디(OTD)코퍼레이션 마케팅센터 과장은 “입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한 지역의 특색있는 가게들을 선별해 도심 한복판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하고, 서점을 찾은 고객에게 책을 매개로 색다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 복합공간, 풍부한 유동인구 덕분에 점포 모두 ‘윈윈’

    최근 아크앤북과 같이 점포를 한 가지 용도로 쓰지 않고 다양한 업종이 공유하는 형태의 공간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점포 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용 와이어를 제조하는 회사인 고려제강(Kiswire)은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옛 공장 부지를 개조해 2016년 ‘F1963’이라는 상업 공간을 만들어 오픈했다. 이곳에는 기존 카페와 수제맥주 가게·원예점·전시관·대규모 광장 등으로 구성된 공간에 1652㎡(500평) 규모의 ‘Yes24 중고서점’을 입점시켰다. 서점은 내부에 있는 카페 ‘테라로사’와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한 달 평균 5만여명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 YES24 중고서점 맞은편에 있는 테라로사 카페. / F1963 홈페이지

    작년 12월에는 영풍문고 종각종로 본점 지하1층과 2층 1606㎡(502평)에 라이프스타일숍 무지(MUJI)가 국내 최대 규모로 문을 열었다. 영풍문고와 무지코리아(MUJI Korea)는 지난해 2월 ‘무지 신촌점’ 오픈 때도 무지 북스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숍인숍(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매장)형태로 협업하고 있다.

    성수동의 자동차 공장을 개조해 만든 복합공간 ‘레 필로소피’는 바리스타·작가·음악가·경영인 등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안에는 카페와 전시공간 등을 비롯해 숍인숍 형태의 꽃집이 들어와 있다. 신지혜 STS개발 상무는 “각각의 가게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장점 때문에 다양한 업종이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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