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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무더기 취소에…"강남 집값 폭등은 시간문제"

    입력 : 2019.07.18 05:44

    “자사고가 사라지면 기존 강남 8학군의 고등학교들이 부활할 것이다. 결국 강남 집값 올라가는 건 시간 문제다.”

    10일 서울교육청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8곳을 무더기로 지정취소하자, 부동산 재테크 관련 한 인터넷 카페에는 이런 글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이날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은 학부모들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도 최대 이슈였다. 학군이 집값을 결정하는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서울 강동구 배재고와 서초구 세화고 교문 앞을 학생들이 지나고 있다./조선DB

    자사고는 전국 어디서든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 그동안 강남 등 학군 인기 지역의 수요를 서울 곳곳으로 분산하는 역할을 해왔다. 자사고·특목고로 인해 강남8학군 명문고의 선호도도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자사고가 무더기로 지정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 강남 8학군이 부활하고, 학군 인기 지역의 주택 수요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탈락한 8개 학교 중 6개가 강북에

    서울에서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된 고등학교는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이대부고·중앙·한대부고 등 8곳이다. 평가에서 탈락한 8개 학교 가운데 세화고(서초구)와 배재고(강동구)를 제외한 6곳이 강북지역에 있다.

    서울 지역 22개 자사고 중 8곳의 재지정이 취소됐고, 그 중 6곳이 강북에 있다./조선DB

    학교 수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강북의 각 지역에서 유일한 자사고들이 지정취소됐다는 것이다. 마포구(숭문고) · 서대문구(이대부고)· 동대문구(경희고) · 성동구(한대부고) · 강북구(신일고) 등은 이번 자사고 지정 취소가 교육부 동의를 거쳐 확정될 경우 지역 내에 자사고가 한 곳도 없게 된다. 마포구에서 8세 아이를 키우는 강모(36)씨는 “숭문고가 현 시점에서 강남 학군만큼 명문학교는 아닐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 분위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아이가 크면 어떻게든 목동이나 강남으로 이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북지역의 자사고들은 강남에 비해 교육환경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는 강북 지역에서 그나마 학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2010년 자사고를 지정할 때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강북 지역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사고가 없어지면 문과 성향 학생들은 외고, 이과 성향 학생들은 과학고를 준비할 수 있지만 내년에는 외고·국제고도 평가 대상이 되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면 이들 학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자사고와 함께 특목고 중에서도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국정 과제이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휘문고 등 자사고 9곳과 외국어고 6곳, 과학고 2곳, 국제고 1곳 등이 내년에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11일 세종시 교육청 청사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신현종 기자

    교육부는 내년까지는 올해처럼 평가를 통해 탈락한 곳만 일반고로 전환하고, 내년 하반기엔 대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고교 체제 자체를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진행한 여론 조사에선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높게 나왔다. 이 같은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현 정부가 국정 과제인 자사고 폐지를 실현하기 위해 여론을 이용하는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 정부와 좌파 성향의 교육감들은 크게 게의치 않는 분위기다.

    ■ 자사고 폐지·분양가 상한제…“강남 집값 잡을 의지 있나”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현 정부의 정책과 자사고·외고 등을 폐지하겠다는 정책이 상충하고 있지만 딱히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없다는 점이다. 자사고·외고 등의 폐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수록 강남 학군을 부활 시킬 가능성은 계속 높아진다는 의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학령인구가 과거보다 줄어 학군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자사고 폐지로 평준화되면 강남 등 전통학군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18개 정부 부처 장관 가운데 12명(66%)이 자녀를 유학 또는 자사고, 외고, 강남 8학군에 있는 학교에 보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교육의 획일화, 하향 평준화를 추진하면서 내 자식은 자사고와 특목고에 진학시키고 유학을 보내는 것은 진학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위선적 정부의 위선적 교육정책”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18개 부처 가운데 12명의 현직 장관이 자녀를 유학 또는 자사고, 외고, 강남 8학군에 있는 학교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전희경 의원실

    자사고·외고 폐지와 함께 국토부가 추진하는 정책 역시 서울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역시 정부는 집값을 잡는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강남 주택 시장은 장관의 발언이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며 정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말로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하지만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 해결책보다는 당장의 인기와 눈앞의 표만을 위한 정책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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