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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진짜 수혜지는 여기" 집값 껑충 뛴 구리

    입력 : 2019.07.09 04:02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자동차로 올림픽대로에서 구리암사대교를 건너 5분 정도 더 달리자 장자호수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으로 장자마을 아파트들이 보였다. 2000년대 초반에 지었지만 ‘구리의 강남’이라고 불리며 선호도가 높다. 자동차로 서울 진입이 편리하고 호수공원이 있어 환경도 괜찮은데다 학군도 좋기 때문이다.

    경기도 구리시 남쪽 장자마을 아파트 인근에 지하철 8호선(별내선) 연장선 역사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 김리영 기자

    다만 변변한 지하철이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었다. 그런데 최근 구리시에도 지하철 개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장자마을 한복판 장자사거리 일대 곳곳엔 높은 펜스가 쳐져 있다. 서울 잠실로 이어지는 지하철 8호선 연장선, 이른바 ‘별내선’ 토평역(가칭) 공사 현장이다. 구리시 수택동 ‘시티부동산’ 지상기 대표는 “지하철 빼고 다 갖췄던 이곳에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민들 기대가 무척 높다”고 말했다. 장자마을 동양아파트 전용 118㎡는 올 5월 8억3000만원(18층)에 거래돼 작년 2월과 비교해 2억3000만원 급등했다.

    2018년 12월~2019년 6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상위 5곳. /한국감정원

    올 들어 수도권 주택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가운데 유독 구리시 집값이 나홀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구리시 집값은 작년 말 대비 0.9% 올랐다. 오름 폭이 크지 않지만 이 기간 경기도 내 31개 지자체 중 아파트값이 오른 곳은 구리시가 유일하다. 땅집고가 현장을 찾아가 그 이유를 알아봤다.

    ■ “지하철 뚫린다” 소식에 집값 상승

    구리시는 경기도 동부권에서 지리적으로 서울 강남과 가장 가깝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부족해 강남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하철은 구리시 중앙부에 있는 경의중앙선 ‘구리역’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버스를 한번쯤 갈아타야 이용할 수 있다. 구리시에서 출발해 서울 강남 업무지구까지 50분~1시간 정도 걸린다.

    아파트도 대부분 낡았다. 구리시 북서쪽 ‘갈매신도시’를 제외하면 기존 도심에는 신축 아파트가 거의 없다. 기존 아파트의 80% 이상이 준공 20년 넘은 노후 단지다.

    구리시 한복판에 있는 경의중앙선 구리역. /김리영 기자

    이런 상황에서 8호선 연장선(이하 별내선)이 2015년 말 착공하면서 구리시의 열악한 입지 여건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별내선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8호선 암사역에서 구리시와 남양주 다산신도시를 경유해 남양주 별내신도시로 이어진다. 총 길이는 12.9㎞다. 별내선이 개통하면 구리역에서 잠실역까지 20분이면 닿는다.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별내선은 2022년 12월 완공 목표다. 현재 경기도 공구(3~6공구) 공정률은 41.8%, 서울시 공구(1~2공구) 공정률은 20.8% 수준이다.

    지하철 8호선 연장과 6호선 연장 사업 노선. 구리시에는 8호선 3개역이 신설된다. /김리영 기자

    다른 호재들도 있다. 지하철 6호선을 구리역 바로 옆까지 연장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되면 구리역은 속칭 트리플 역세권이 된다. 6호선 연장 노선은 서울 신내차량기지에서 구리역 북측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사거리까지 4.04㎞를 잇는 광역철도다. 2025년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남양주 별내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건설이 예정돼 있는데 구리역에서 지하철로 두 세 정거장만 이동하면 이용할 수 있다.

    ■ “별내선 수혜지는 남양주보다 구리”

    구리역 옆에 별내선 신설 역사가 공사 중이다. 인근에 새 아파트인 'e편한세상 인창 어반포레'도 올라가고 있다. /김리영 기자

    별내선은 서울과 남양주를 잇는 전철이다. 그러나 남양주보다 서울과 더 가까운 구리시에 더 큰 교통개선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신설되는 5개 역 중 3개 역이 구리시 중심부 곳곳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구리시 아파트와 분양권 거래가격 추이. /한국감정원

    이는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구리시보다 새 아파트가 많은 남양주시는 작년 12월~올 6월 매매가격 변동률(누적)이 -0.14%였다. 같은 기간 구리시는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올랐다.

    구리역 주변에 짓는 새 아파트 인기도 치솟았다. 지난해부터 구리시에 분양한 아파트는 모두 1순위 청약 마감했다. ‘e편한세상 인창 어반포레’와 ‘한양수자인 구리역’은 청약 경쟁률이 평균 27대1, 14대1 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4월 분양한 ‘한양수자인 구리역’ 84㎡ 입주권은 이달 초 6억4416만원(9층)에 팔려 분양가보다 4500만원 뛰었다.

    ■구리시의 나홀로 상승세 이어질 수 있나

    구리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별내선 개통까지 3년 정도 더 남아있고, 6호선 연장 노선은 논의 단계에 있는 만큼 구리시의 교통 호재가 당분간 집값에 꾸준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구리시에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주변 지역에 공급 물량이 많다. 갈매지구, 별내신도시, 다산신도시뿐 아니라 새로 발표한 왕숙신도시도 있다. 실제 구리시 전세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주재범 삼성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구리시가 작년 8월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돼 규제를 받은 이후로 투자 문의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구리시내 노후 아파트. /김리영 기자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구리시가 별내선 호재로 작년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동안 저렴했던 아파트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면서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별내선 효과만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건물 한번 올리고 나면 10년은 늙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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