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05 06:06

지난해 A씨는 16년 동안 모아둔 노후자금 3억1000만원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받았다. “최근 정부가 태양광 사업을 밀어주고 있다”며 “만약 분양받은 발전소가 완공하면 한국전력공사에 전기를 팔아 매달 250만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태양광 분양 업체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계약 후 1년이 넘도록 분양 업체는 A씨에게 공사 진행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다. 불안해진 A씨가 해당 부지에 가보니 공사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부지는 나무가 우거지고 길조차 나지 않은 산자락 임야로, 태양광 발전소 시공이 불가능한 땅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개발이 어려운 땅을 발전소 부지로 쓸 수 있다는 허위·과장 광고가 많아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 개발 허가 안나오고, 지분 쪼개기 등으로 투자자 울려
개인이 태양광 발전소를 보유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개인이 보유하던 토지에 태양광 패널을 직접 설치하는 것. 둘째는 땅을 미리 확보한 태양광발전소 분양 업체가 투자자들을 모집하면 일정 크기의 땅과 태양광 패널을 개별 분양받는 방식이다. 분양 업체가 토지 확보·패널 시공·한전 연계·사후 관리 등 사업 전반을 대행하는만큼 투자자들이 사기 당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발전소 사업 절차는 부지 확보→투자자 모집→계약 후 투자자 토지 등기 및 개인사업자 등록→착공→한전과 전기 수급 계약 체결→완공 후 사업 개시 순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투자자들과 분양 계약을 맺은 후 착공 전 계약금과 중도금(분양가의 10~40%)만 받고 잠적하는 기획부동산 업체가 비일비재하다.

태양광 발전소와 관련한 기획부동산 사기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개발 인허가가 나지도 않은 땅을 파는 수법이다.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해당 시·군·구청에 발전사업허가와 개발행위허가를 모두 받아야 한다. 이 중 발전사업허가는 비교적 취득이 쉽다. 반면 개발행위허가는 최소 6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걸린다. 발전소 설치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평가하기 때문에 심의가 까다롭다.
하지만 일부 태양광 분양 업체에서 발전사업허가만 받은 땅을 개발행위허가까지 받은 것처럼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많다. 개발행위허가를 받지 않은 토지나 그린벨트 등 애초에 개발이 불가능한 땅에는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없다. 분양받기 전 해당 부지가 두 가지 인허가를 모두 받아둔 곳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로 토지 소유권을 투자자들과 지분 등기하도록 권유하는 업체도 피하는 것이 좋다. 지분 등기란 하나의 부동산을 여럿이 나눠 소유하는 형태다. 소액으로 땅을 살 수 있지만 소유자가 여럿인 탓에 추후 부동산 활용·매매가 어렵다. 기획부동산 업체는 넓은 땅 한 곳에 태양광 발전소 패널 여러개를 짓는 점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투자를 받은 후 지분 등기하는 수법을 쓴다. 이 경우 막상 땅 용도를 확인하면 개발이 불가능한 그린벨트이거나 애초에 개발 관련 심의조차 받지 않은 곳이 많다.

땅에 태양광 패널을 무사히 설치했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변전소 등으로 옮기는 한국전력 측의 선로가 연결된 땅이 아니면 전기를 많이 생산해봤자 돈을 한 푼도 벌 수 없다. 태양광발전소 분양업체 관계자는 “선로가 설치되지 않은 땅인데도 태양광 패널을 시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를 속이는 업체가 많다”며 “볕이 잘 안드는 땅인데도 무작정 패널을 설치해 애초 보장했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에 속아서 피해를 입었어도 투자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 대전에 있는 H 태양광 발전소 분양 업체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받기 전, 해당 회사가 팔았던 발전소가 현재 제대로 가동돼 수익을 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전력시장처 관계자는 “공기업과 계약했으니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당초 분양 업체가 홍보했던 수익은 정부나 한전이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본인 명의의 태양광발전소가 해당 지역 사업장과 계통 연계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