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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상권? 쫄딱 망했다"…일산 대표 상권의 추락

    입력 : 2019.06.28 05:55

    [편집자 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작년 말 전국의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고(중·대형 기준 10.8%)로 치솟았다. 곳곳에서 문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땅집고는 ‘벼랑 끝 상권’ 시리즈를 통해 몰락하는 내수 경기의 현실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전한다. 이번 현장은 경기도 일산신도시에 있는 대표 상가 ‘라페스타’다.

    [벼랑 끝 상권] ④ 10여 년간 일산 이끌던 ‘라페스타’의 눈물

    경기 고양시 일산 장항동 라페스타 중앙 1층에 있는 점포에 임대 간판이 붙어 있다. 신 씨가 16년 간 임차인으로 있던 자리다. / 김리영 기자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 장항동 정발산역 인근의 스트리트형 상가 ‘라페스타’ 중앙 광장. 1층 광장을 지나는 쇼핑객 바로 옆 매장 유리창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큼직하게 걸려 있었다. ‘라페스타’ 최고의 상권 요지라고 할만한 이 점포에선 2003년부터 신현관(47)씨가 운영하는 유명 브랜드 스포츠의류 매장이 있었다.

    한창 때 전용 92㎡ 크기의 상가 임대료로 월 1000만원씩 내고, 아르바이트생을 4~5명까지 고용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하지만, 라페스타의 터줏대감 같았던 이 가게가 지난 5월에 문을 닫았다. 주변에서 함께 장사를 하던 상인들도 놀랐고, 중개업소에서도 놀랐다.

    신씨는 “장사를 시작할 때 권리금 3억원을 내고 들어와 이 돈을 지키려고 어떻게든 버텨보고 싶었는데, 장사는 안되고 인건비는 너무 올라 가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2년여 전부터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하루 100명씩 오던 손님이 30명으로 줄었다. 반면, 인건비는 급증했다. 1인당 월 150만원 이었던 인건비는 지난해 200만원 수준까지 크게 올랐다.

    그가 가게를 접은 이유는 ‘젠트리피케이션’과는 별 상관이 없다. 장사가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점포 주인도 임대료를 지난해에는 600만원까지 내려줬다. 신씨는 “직원들 모두 내 보내고 혼자 장사를 하면서 버텨봤는데 별수 없더라”며 “결국 보증금 1억원까지 날려먹고 장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평일 낮 라페스타 거리. / 김리영 기자

    ■ 일산의 황금상권이었는데…입구부터 텅 빈 ‘라페스타’

    일산을 대표하는 상가인 ‘라페스타(La Festa)’는 일산 호수공원과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사이에서 2003년 오픈했다. 상가 주변에 정발산역이 있고, 호수공원, 일산동구청,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등 행정기관과 쇼핑시설이 밀집해 있는 ‘황금상권’이었다. 일산의 청소년부터 20~30대까지 이곳으로 몰려 들었다.

    상가를 지을 당시 독특한 구조로 주목을 받았다. 200m정도의 스트리트에 중앙 광장이 있고, 광장을 둘러싸고 5층 규모로 6개동 건물이 서로 연결된 구조였다. 워낙 인기가 좋은 상가여서 공실이 거의 없었고, 빈 점포가 생기더라도 금새 다른 세입자가 들어 왔다.
    좋은 자리라 불렸던 A동 엘리베이터 앞 입구부터 공실이 났다. / 김리영 기자
    하지만, 개장 후 10여년 동안 호황을 누리던 라페스타에선 현재 예전 같은 활력을 찾아 보기 힘들다. 2년여 전부터 갑자기 빈상가가 급증하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공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라페스타 상가 사무국 관계자는 “전체 360여개 점포 중 이날까지 18개의 점포가 공실 상태”라고 했다. 이곳 공인중개사무소 등 업계에서는 40~50여 개 정도가 빈 상태로 방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땅집고 취재진이 찾아간 이날 라페스타 A동의 엘리베이터 입구부터 빈 점포가 나왔다. 약 8년 이상 이곳을 지켰던 피규어숍이 지난 3월 폐업한 이후 아직까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3개월 사이에 7000만원이었던 이 점포 보증금은 5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월 임대료도 340만원에서 300만원 낮췄지만 들어오겠다는 세입자는 없다. 권일 라페스타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라페스타에서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던 가게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임차인들이 쫄딱 망하고 권리금도 못챙겨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보증금과 임대료도 계속 내리막이다. ‘라페스타’의 임대료 시세는 작년 1층 로드숍 가게(약 전용 50㎡)를 기준으로 평균 보증금은 1억원, 월 임대료는 4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300만원으로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최근 1년 간 라페스타 상가 점포 보증금과 임대료 변화. /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종합

    ■ 2년 째 유령상가 된 ‘호수공원 가로수길’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없이 베드타운으로 정체돼 있는 일산 일대는 라페스타 뿐 아니라 다른 상권의 침체도 심각하다. 일산신도시에는 최근 5~6년 동안 라페스타처럼 약 300실 규모의 광장형 쇼핑몰이4개나 더 신설됐다. 주로 3호선 역을 따라 만들어진 이 상가들은 특별한 차이가 없이 똑같은 브랜드의 의류잡화점·카페들이 입점했다. 일산 지역 상인들은 “일산의 경제·인구 규모는 똑같은데, 비슷하게 생긴 상가만 계속 늘어나는 바람에 공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라페스타가 생긴 이후 지난 16년 간 일산에 만들어진 스트리트형 쇼핑몰. 각각 약 300실 규모로 의류, 잡화, 로드샵,액세서리,음식점, 카페, 게임, 영화관 등이 입점했다. / 김리영 기자
    ‘라페스타’로부터 2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상가 ‘웨스턴돔’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1층 주요 자리에 있던 가게들이 줄줄이 ‘임대’ 간판을 내걸고 임대료도 전성기에 비해 30%씩 떨어지고 있었다. 2017년 말 입점하기 시작한 ‘일산 호수공원 가로수길’은 킨텍스 주변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1년 넘게 대부분 점포가 비어 있다. 1층의 경우 총 182실 가운데 단 36개 점포만 운영되고 있다.

    일산 킨텍스 방면에 만들어진 '일산 호수공원 가로수길' 상가 1층 80%가 공실이다. / 김리영 기자


    ■ 임대료 내렸지만…경기침체, 최저임금 영향 크게 받아 핵심 상권 타격

    장사가 되지 않자, 점포 주인들도 어쩔 수 없이 임대료를 내려서라도 세입자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좀처럼 새로 장사를 하겠다는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라페스타 상가에 줄줄이 이어진 공실 점포. / 김리영 기자
    권강수 한국부동산창업연구원 이사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최저임금까지 급등하면서 일산의 핵심 상권까지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산에 특별한 인구 유입 요인이 없는 이상 상권들이 갑자기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거스른 90 창조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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