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6.26 05:35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 방배동(지하철 내방역)에서 서초대로를 지나 테헤란로로 이어지는 왕복 6차로 서리풀터널이 올 4월 개통해 자동차들이 막힘 없이 오가고 있었다. 터널이 뚫린 얕은 구릉지에는 나무가 무성했다. 서리풀공원 한복판에 남북으로 연결된 이 구릉지가 1971년부터 국군 정보사령부가 들어서 있던 이른바 ‘옛 정보사 부지’다.
정보사가 2010년 경기 안양으로 이전하고 남은 기존 부지는 금싸라기 땅으로 꼽혔다. 면적이 축구장 13개에 맞먹는 9만1597㎡로 강남에서 보기 드문 큰 땅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모두가 군침을 흘렸다. 그런데 최근 국내 대표 디벨로퍼인 엠디엠이 이 땅을 사들였다. 매입가격은 1조956억원.
엠디엠은 이 곳에 2023년까지 2조30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업무복합단지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오피스 타운은 대개 도심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걸 감안하면 공원 한복판 업무단지는 파격적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국내 디벨로퍼 1세대로 꼽히는 문주현 엠디엠 회장은 이 땅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아파트 못 짓는 땅” 외면에 공매 8번 유찰
문 회장이 1조원을 투자해 서초동 정보사 부지를 매입한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땅은 2013년 이후 8번이나 공매에 나왔지만 번번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땅에 지을 수 있는 건물 용도가 제한돼 있었던 것. 국방부는 당초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계획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이 2016년 ‘서리풀지구단위계획구역’을 발표하면서 공동주택 대신 대규모 공연장과 전시장을 갖춘 복합문화센터나 오피스텔을 제외한 업무시설만 지을 수 있게 됐다.
아파트를 지으면 개발 이익은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대부분 디벨로퍼가 “어떻게 하면 아파트를 지을까”를 고민하던 그 때, 문 회장은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바로 대학교 캠퍼스같은 ‘수평형 오피스 타운’이었다.
■ 애플 사옥 같은 ‘공원 속 오피스’로 역발상
발상을 전환하니 친환경 오피스 타운으로 정보사 땅만한 곳이 없었다. 실제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대법원 등 법조타운이 코앞인데다 서리풀터널 개통으로 강남 업무지구와 곧장 이어지는 입지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땅에 지을 수 있는 건물 용도가 제한돼 있었던 것. 국방부는 당초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계획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이 2016년 ‘서리풀지구단위계획구역’을 발표하면서 공동주택 대신 대규모 공연장과 전시장을 갖춘 복합문화센터나 오피스텔을 제외한 업무시설만 지을 수 있게 됐다.
아파트를 지으면 개발 이익은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대부분 디벨로퍼가 “어떻게 하면 아파트를 지을까”를 고민하던 그 때, 문 회장은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바로 대학교 캠퍼스같은 ‘수평형 오피스 타운’이었다.
■ 애플 사옥 같은 ‘공원 속 오피스’로 역발상
발상을 전환하니 친환경 오피스 타운으로 정보사 땅만한 곳이 없었다. 실제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대법원 등 법조타운이 코앞인데다 서리풀터널 개통으로 강남 업무지구와 곧장 이어지는 입지다.
문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54만㎡ 규모의 서리풀공원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외국에서는 제약·바이오, IT(정보기술) 업체처럼 창의력이 필요한 기업들이 이른바 ‘공원 속 오피스’를 선호한다.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은 “구글이나 애플 같은 세계적인 IT기업 사옥은 녹지 공간 한복판에 있다”며 “돈을 아무리 준다 해도 얻을 수 없는 공원이란 입지를 살려 강남에서 유일한 공원 속 오피스를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 “GBC와 함께 테헤란로에 새 활력 일으킬 것”
저렴한 땅값도 매력적이다.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 부지 시세는 대개 3.3㎡(1평)당 3억원 안팎이다. 정보사 부지 매입 가격은 평당 4000만원대에 불과하다. 물론 테헤란로 상업지역보다 용적률(약 240%)이 3분의 1수준으로 낮다. 하지만 엠디엠 측은 “경사진 지형을 감안해 지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 테헤란로 상업지역 용적률(600%)의 절반 정도에 버금가는 연면적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시세 대비 절반 이하에 오피스 부지를 매입한 셈이 된다.
오피스 연면적은 11만평 정도로 예상된다. 웬만한 대기업 본사와 일부 계열사가 한번에 입주할 수 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ICT(정보통신기술)·바이오 등 중소 업체 집적 단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엠디엠 측은 내년쯤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2023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엠디엠의 구상이 드러난 이후 ICT와 바이오 업계로부터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는 “테헤란로 서쪽과 동쪽 끝에서 정보사 부지 오피스 단지와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비슷한 시기에 준공될 전망”이라며 “테헤란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상과 지하에서 동시에…방배동에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