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6.25 05:58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아파트 158㎡(48평) 주택형에 사는 A씨. 최근 주방과 작은방에 과감한 변화를 줬다. 창문 새시(sash·통칭 샷시)를 떼어내고 통유리창을 단 것.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 특성을 살려 이른바 ‘뷰’(조망)를 맘껏 누려보기 위한 방법이었다. 거실에서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단지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B아파트도 거실창을 통유리로 바꾸기 사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아파트 시장에 ‘통유리 리모델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주로 거실이나 침실 창문을 열리지 않는 픽스창(fixed window·고정창)으로 바꾸는 것. 주로 강이나 바다, 산 등이 인근에 있어 전망이 좋다고 소문난 아파트의 고층 거주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집에서 가장 큰 창문인 거실창을 픽스창으로 변경하면 채광이 좋아진다. 최한희 AT얼론투게더 대표는 “실내가 훨씬 넓어보여 평범했던 아파트가 호텔이나 고급 주상복합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재건축 막히자, “조망이라도 누리고 살자”
통유리 리모델링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도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자 기다리다 지친 입주자들이 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리모델링에 나서는 것. 압구정동 A아파트 주민은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면서 “집 내부라도 멋있게 고쳐서 평생 살겠다는 생각으로 통유리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통유리를 달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강변 등 조망이 집값을 좌우하는 지역에서는 주택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한강변 아파트의 경우 조망권에 따라 집값이 20~30%씩 차이난다.
반면, 통유리 리모델링이 오히려 집값에 악재가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창문이 쉽게 열리는 맞통풍 아파트에 익숙한 국내 수요자들은 창문을 못 열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유리 방식의 커튼월을 적용하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일반 창문보다 공사비 2배 비싸…부유층 선호”
통유리 리모델링은 아파트 고층부에 시공하는 경우가 많아 공사 과정이 다소 까다롭다. 일반 창문은 크기가 작아 엘리베이터로 새시를 운반할 수 있다. 하지만 크고 무거운 통유리 픽스창은 크레인을 불러 시공해야 한다. 이 때 단지 앞에 크레인을 주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없다면 통유리창 시공이 아예 불가능하다.
관리비 부담도 있다. 주택에서 에너지 손실이 가장 많은 곳이 창문이다. 따라서 통유리 시공시에는 단열 성능이 좋은 3중(三重) 유리를 쓰고, 단열성과 차음성 등이 탁월한 시스템 새시도 함께 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체 환기 시스템이 없는 오래된 아파트라면 공기 정화·환기 장치도 함께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시공비가 더 늘어난다. 송파구의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 A씨는 “잠실리센츠 48평 아파트의 경우 픽스창 시공비(장비 임대료 포함)로 주방 450만원, 작은방 390만원이 각각 들었다”고 말했다. 일반 창문 시공비에 비해 평균 2배쯤 비싸다.
A씨는 “통유리는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 창문에 비해 시공비도 비싸 보편적인 인테리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뷰’를 선호하는 부유층 문의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