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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층 넘기지 말라는 서울시…그런데 성수·여의도는 왜?

    입력 : 2019.06.18 05:37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신흥 부촌’으로 통한다. 연예인이나 유명 기업인 등 부유층이 성수동에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 ‘트리마제’는 작년 10월 최고 매매가격이 37억원(전용 152㎡)에 달해 강남의 웬만한 고급 아파트보다도 더 비싸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단지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한화건설 제공
    낡아가는 공장 지대였던 이 지역이 부촌으로 바뀐 이유 중 하나는 성수동 일대가 한강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트리마제(47층)’와 ‘갤러리아 포레(45층)’ 모두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라는 점을 포인트로 부유층에게 어필해 성공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이처럼 ‘한강변’과 ‘초고층’은 아파트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이런 공식은 좀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아파트 최고 높이를 제한하는 이른바 ‘35층 룰’을 고집하고 있어, 한강변이라는 조건과 초고층이라는 조건을 함께 갖춘 아파트 단지가 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초고가의 필요 요건인 ‘희소성’이라는 요건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 ‘35층 룰’에 도전, 번번이 막히는 아파트들

    한강변을 따라 자동차를 달리다 보면 자로 잰 듯 높이를 맞춘 아파트들이 마치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분양 공고를 봐도 마찬가지로 약속이나 한 듯 최고 층수가 35층으로 일정하다. 지은지 30년이 넘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나름의 기준에 같은 높이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3~4년 사이 준공한 새 아파트는 35층에 높이를 맞추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규제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35층 룰’은 서울시가 2014년 발표한 최상위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따른 것이다. 한강변을 비롯한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다. 한강 조망권이라는 공공성을 확보하고 ‘균형 잡힌 스카이라인’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를 두고 ‘획일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서울시는 ‘균형 잡혔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재건축 35층 제한과 재건축 조합의 입장./조선DB
    한강변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고급 단지들은 초고층의 이점을 꿈꾸며 35층룰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서초구 한강변에 위치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당초 42층 높이로 재건축을 계획했으나 서울시의 반대에 결국 35층으로 물러선 뒤에야 심의를 통과했다. 한강변인 반포경남, 신반포23차 등도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조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은마아파트·압구정 현대 아파트 등도 마찬가지다.

    ■ 그런데 35층을 넘는 아파트가 있다고?
    하지만, 성수동처럼 서울에서도 예외적으로 35층 룰을 돌파한 지역이 군데군데 있다. 앞서 언급한 성수동에 35층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가능한 것은 2009년 이 일대가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전략정비구역이란 당시 오세훈 서울 시장이 한강변 일부 지역에서 기부채납 비율을 기존 13%에서 25%로 높이는 대신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을 허용한 곳을 말한다. 당시 성수·이촌·여의도·합정·압구정동 등이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현재까지도 유지되는 곳은 성수동이 유일하다.
    35층 룰을 넘어선 서울의 초고층 아파트들./조선DB

    송파구 잠실동에서 재건축 중인 잠실 주공 5단지도 35층 룰을 벗어난 예외적인 단지다. 잠실역 일대는 서울시가 2030 서울플랜에서 정한 ‘7대 광역 중심(용산, 청량리·왕십리, 창동·상계, 상암·수색, 마곡, 가산·대림, 잠실)’에 속하는 바람에 35층 룰을 넘길 수 있었다. 광역 중심은 문화·업무·컨벤션 등 도심 기능을 갖춘 지역을 뜻한다. 광역 중심의 준 주거지역에서는 최고 50층 아파트를 세울 수 있다.

    용산구 이촌동의 ‘래미안 첼리투스’도 35층룰을 피해가면서 초고층 프리미엄을 얻어 초고가 아파트로 등극한 단지 중 하나다. 이 아파트 전용 124㎡는 지난 3월 55층 매물이 29억 9798만원에 매매됐다.

    ■ “서울시가 희소성 보장하는 셈”…일부 비판도

    고층 업무 빌딩들이 밀집한 여의도 역시 광화문·강남과 함께 ‘2030 플랜’의 3대 도심에 속해 상업지역에서는 50층까지 초고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지역이다. 이에 따라 1976년 준공된 여의도 공작 아파트는 현재 12층 높이 373가구를 최고 49층의 주상복합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의도 옛 MBC부지 일대를 복합 개발해 GS건설이 짓는 ‘브라이튼 여의도’도 최고 높이가 49층에 달한다. 이곳에는 아파트(454가구)와 오피스텔(849실) 오피스·상업시설 등이 함께 공급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병풍처럼 늘어선 아파트들./조선DB

    서울시의 35층 룰이 한강변의 스카이라인을 획일화하고, 오히려 병풍처럼 늘어선 아파트들 때문에 미관을 더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또 왜 34층·36층이 아닌 꼭 ‘35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는 “도시 전체적인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일관성 있게 높이 기준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택건설업계에선 서울시의 35층 룰 자체가 일부 아파트 단지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주택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35층 규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넘는 초고층 아파트는 서울시가 그 희소성을 보장해주는 셈”이라며 “그러나 한강변 초고층이라는 혜택을 일부 단지들만이 독점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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