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사랑하는 베트남인들의 독특한 부동산 거래법

베트남은 매년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높은 6~7%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나라다. 2015년 7월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에게 부동산 매입을 처음으로 허용한 이후 한국에서도 베트남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땅집고는 조선일보 베트남 특파원으로 호찌민시에 체류 중인 이미지 기자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베트남 부동산 체험기’를 연재한다.

[좌충우돌 베트남 부동산 체험기] ① 베트남 부동산은 ‘페이스북’에 다 있다?

한국에서도 베트남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베트남에서 한달살기’ ‘베트남에서 월세받기’ ‘베트남에 내 집 갖기’ 등의 소모임, 투자 클럽도 있다고 하죠. 실제로 베트남에 와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베트남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한국과 다른게 많습니다. 수년간 부동산 기자로 근무했던 기자도 매일 어리둥절하고, 좌충우돌 부딪히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기록해보려 합니다. 베트남에서 겪은 부동산 이야기. 첫번째는 ‘살 집 구하기’ 입니다.

#1. 베트남에서 제일 처음한 일이 바로 ‘집 구하기’였습니다. 베트남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한인 부동산을 이용하는겁니다. 호찌민만해도 외국인이 많이 사는 1군·2군·7군(우리나라 행정구역상 ‘구’에 해당)의 아파트 단지마다 여러 곳의 한인 부동산이 있습니다. 여기가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습니다.

한국 포털 사이트에 ‘베트남 부동산’만 쳐봐도 베트남에서 영업 중인 한인 부동산 중개 사무소 리스트가 주르륵 뜹니다. 저 역시 제일 처음 한인 부동산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한인부동산을 통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집을 구했습니다. 제가 집을 구할 때 활용한 방법은 ‘페이스북’입니다.


#2. 베트남으로 온 이후 주변 얘기를 꼼꼼히 챙겨 들어보니, 베트남에서 부동산 중개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무대는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입니다. 베트남은 페이스북, 잘로(zalo) 등 SNS를 매우 많이 쓰는 나라입니다. 외국인·언어 교환·상품 홍보 등 다양한 주제의 페이스북 공개 그룹(멤버로 가입된 이들끼리 글을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합니다.

저의 경우 호찌민에 사는 외국인 그룹 ‘Expats in Saigon’과 제가 관심이 있는 아파트 거주민 그룹에 가입했습니다. 외국인 그룹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정보가 많이 올라옵니다. 매물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물건을 가진 업자에게 곧바로 연락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거주하고 싶은 지역과 아파트 단지가 대략적으로 좁혀지면 해당 아파트 단지의 그룹을 찾아보도록 합니다. 한국인 거주민들이 가입하는 카카오톡 단체방도 유용합니다. 해당 그룹이나 채팅창에는 “며칠, 어디서 일어난 사고는 어떻게 된거냐” “벌레로 고생하는 집 없나요” “어느 동에 사는데 층간 소음이 심하다”는 등의 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도 있죠.

#3. 이제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을 차례입니다. SNS 매물도 기본적인 사진과 임대 조건을 상세하게 적어놓기 때문에 여러 집을 비교해보기 좋습니다.

베트남에서 월세가 비싼지, 싼지를 따질 때에는 ‘관리비’(management fee) 포함 여부를 따져봐야합니다. 월세와 비교하면 관리비 금액이 무시 못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호찌민 1군과 2군 대단지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월 750달러짜리 원베드룸(침실 하나와 거실 하나)에 관리비가 포함되지 않으면 매달 내야하는 돈은 800달러 이상입니다. 아파트 관리비가 월 50달러 안팎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수도세와 전기세를 따로 내야하기 때문에 다달이 나가는 돈은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집을 보러 다니다보면 일부 집주인이 “월세를 50달러 깎아줄 테니 지금 당장 계약하자”고 합니다. 신중하셔야합니다. “대신 관리비는 세입자가 부담해야 해”라는 경우가 많거든요. 도긴개긴이죠.

수도세와 전기세 지급 방식도 특이합니다. 관리실에서 우편함에 영수증을 꽂아두면 이를 들고 편의점에 가서 내야 합니다. 공과금이 일정 기간동안 밀릴 경우 임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으니 잘 챙겨 내야합니다. 공과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실제로 전기가 끊깁니다. 한국은 전기세가 연체되더라도 두달 정도는 문제 없지만, 베트남은 인정사정 없습니다. 저도 공과금을 내야 할 시기에 출장을 떠나는 바람에 납부 기한을 2주 정도 넘겼다가 집에 전기가 끊겨 고생했습니다.

이 외에 보증금과 각종 커뮤니티 시설 이용 범위 등을 체크하면 좋습니다. 보증금은 1년 계약의 경우 한달 혹은 두달치 월세입니다. 헬스장이 유료인지 무료인도 확인해야 합니다.

통상 주차장 이용료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선 아파트에 입주하면 주차장은 당연히 무료이고, 대형 아파트 단지에선 차량 2~3대의 공간을 사용해도 제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선 아파트 이용자가 주차장 이용료를 내는 것이 일상적입니다. 워낙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나라여서, 오토바이용 주차장만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자동차용인지도 중요합니다.

아파트 거주민이 주차장 이용료를 별도로 내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적인 일입니다. 일본 도쿄나 미국 뉴욕, 홍콩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선 아파트 소유자(세입)가 주차장 요금은 사용하는 주차 면적에 따라 요금을 내야 합니다. 땅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주차장 면적이 집값과 건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한국도 주차장 면적이 집값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더라도 차가 없는 경우도 있고, 2대 이상 자동차를 보유한 집도 있는데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좀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심각한 얘기는 아니고, 베트남에 살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2편에서 다시 베트남 부동산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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