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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은 왜 강남 버리고 성수동을 택했을까

    입력 : 2019.05.21 05:37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호점을 낸 '블루보틀'. 빨간 벽돌 건물이 눈에 띈다. /이지은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지하철 2호선 뚝섬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3층짜리 빨간색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에 본사를 둔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의 한국 1호점이 입점한 곳이다. 개점 사흘째인 이날, 무더운 날씨에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몰려든 수 십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고객은 “오전부터 3시간 기다린 끝에 커피 한잔 마시고 나왔다”고 했다.

    블루보틀은 원래 '푸른색'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매장을 인테리어한다. /블루보틀

    ‘블루보틀’의 한국 상륙 소식이 발표됐을 때 크게 두 가지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첫째는 상징성이 큰 1호점 입지로 강남이나 홍대·명동이 아닌 성수동을 택했다는 것. 둘째는 1호점이 블루보틀의 정체성인 푸른색이 아닌, 온통 붉은색 벽돌로 치장한 건물에 입점했다는 것이다. ‘커피업계 애플’로 불리며 첨단 유행에 민감한 이른바 ‘힙스터’들을 새벽부터 줄서게 만든 블루보틀은 왜 유독 성수동, 그리고 붉은 벽돌을 선택했을까.

    ■ 성수동은 어떻게 ‘힙스터의 성지’가 됐나

    “안될 이유는 없죠(Why not?). 성수동은 색다르잖아요.”

    성수동 블루보틀 1호점을 찾은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최고경영자. /이재은 조선비즈 기자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최고경영자는 한국 1호점을 성수동에 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대로 성수동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색다른 카페 상권’이라고 불린다. ‘힙스터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보헤미안의 성지’ 같은 별명도 갖고 있다.

    성수동 카페거리에 있는 '대림창고' 건물. /이지은 기자

    블루보틀로부터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성수동 카페거리는 원래 1960년대에 지어진 인쇄소, 수제화 공방, 봉제 공장, 대형 창고 등이 밀집한 공장지대였다. 이곳에 ‘성수 카페거리’란 이름이 붙은 것은 2011년. 40여년 전부터 운영하던 정미소를 개조해 만든 카페 겸 갤러리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대림창고’란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는 이곳이 인기를 끌자, 그 주변에 특색 있는 가게들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성수동에는 빨간 벽돌로 지은 점포가 유독 많다. 상권 형성 초기 이곳에 입점한 점포들은 주로 가난한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이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낡은 벽돌 건물을 그대로 두었던 것이 특유의 ‘보헤미안(자유분방한 예술가) 감성’과 어우러져 성수동만의 정체성으로 굳어졌다. 전문가들은 블루보틀이 성수동 1호점 건물 외관을 붉은색 벽돌로 장식한 것도 성수동의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성수동 점포들은 모두 빨간 벽돌 건물에 입점해 있다. /이지은 기자

    현재 성수동 카페 거리에는 낡은 공장이나 벽돌 주택을 리모델링한 카페·식당·편집숍들이 수십 곳 늘어서 있다. 대림창고·장미맨숀·천상가옥·에롤파 등이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에서 뜨는 카페들이다. 이날 ‘대림창고’를 방문한 대학생 A씨(23)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볼거리가 많고, 찾아오는 길도 어렵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 2호선 황금 노선 낀 것이 가장 큰 장점

    성수동은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을 끼고 있다. /심기환 기자

    전문가들은 성수동 상권이 뜬 데에는 편리한 교통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성수동은 2호선 지하철역을 두 개(뚝섬역·성수역)나 끼고 있다. 2호선은 다른 노선에 비해 이용객이 많은 데다가 강남·북을 순환하기 때문에 신흥 상권임에도 사람들을 쉽게 끌어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성수동 일대 점포 수 증가 추이. /심기환 기자

    성수동 상권이 아직 한창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점포 수가 늘고, 임대료는 오름세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성수동에 영업 중인 점포는 2016년 1분기 3913곳에서 2018년 4분기 4334곳으로 늘었다.

    뚝섬역과 블루보틀 매장을 끼고 있는 성수1가 2동의 점포수 증가율이 15%로(873곳 → 1012곳) 가장 높았다. 성수 카페거리와 대규모 아파트를 포함한 성수2가 3동도 11%(1425곳 → 1587곳) 증가했다.

    성수동 일대 평당 상가 임대료 추이. /심기환 기자

    임대료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3년여 전인 2016년 1분기 성수동의 3.3㎡(1평)당 평균 임대료는 7만877원으로, 성동구 평균이나 서울 전체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임대료는 ▲성수2가3동 10만1367원 ▲성수1가2동 9만341원 등으로 올랐다. 아직 서울 평균(11만6324원)을 밑도는 수준이지만, 성동구(10만7443원) 임대료는 거의 따라잡았다.

    성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성수동 일대 건물들이 구둣방·정미소·철물점·창고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던만큼, 점포 크기에 따라 임대료도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현재 성수역 근처 27평짜리 점포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 18평 규모 상가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0만원 등에 매물로 나와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성수동은 기존 유명 상권인 해방촌이나 망원동에 비해 입지 경쟁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주변에 지식산업센터가 많아 배후수요도 충분하다”며 “앞으로 성수동 상권은 더 뜨면 떴지, 침체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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