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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14.5% 서울 -5.8%… 글로벌 도시 집값 주춤

    입력 : 2019.05.20 11:03 | 수정 : 2019.07.29 18:52

    美·中 무역전쟁과 각국 주택시장 규제 영향 조정 흐름 계속돼
    1년새 뉴욕·런던도 -5%… 거래 절벽으로 당분간 반등 힘들 듯


    영국 런던에서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사우스 켄싱턴 지역의 방 2개짜리 한 아파트는 이달 150만파운드(약 23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2년 전보다 30% 넘게 가격을 낮췄지만, 주택 시장이 냉각되면서 거래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런던 중심부 주택 가격은 지난 1년간 평균 3.7% 하락했고, 집값이 정점을 찍었던 2014년과 비교하면 평균 19% 떨어졌다.

    런던 집값은 저금리에 따른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2017년까지 5년 동안 40%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연간 집값 증감률이 -3.8%를 기록해 최근 10년 새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영국 국가통계국(ONS)이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 도시 집값 증감률.

    ◇세계 주요 집값,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적게 올라

    주택 시장이 조정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은 런던뿐만이 아니다. 2년 전만 해도 집값이 폭등했던 미국 뉴욕, 캐나다 밴쿠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지난해부터 집값이 떨어지면서 거래 절벽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17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세계 주요 도시 45곳의 고급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평균 1.3%(올 1분기 기준)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에 휘청이던 2009년 4분기 이후 연간 증가율로는 가장 작은 상승 폭이다. 집값이 여전히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2년 전 연 평균 증가율이 4.3%였던 점을 감안하면 오름폭이 절반 이하로 꺾였다. 나이트 프랭크는 미·중 무역 갈등,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낮게 잡힌 올해 전 세계 경제 전망치, 각국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 등을 주택 시장의 주요 하방 원인으로 지목하며 "(세계 주택 시장의) 거대한 조정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집값 폭등하던 밴쿠버, 이젠 집값 최대 하락 도시로

    밴쿠버는 지난 1년간 집값이 14.5% 하락하며 조사 대상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졌다. 2년여 전만 해도 상승 폭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집값 거품 지역으로 손꼽히던 지역이었다. 지난해부터 브리티시컬럼비아주가 외국인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세금을 인상하고, 캐나다 정부가 대출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주택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2017년 5월 그레이터(광역) 밴쿠버 지역의 평균 주택 가격은 183만 캐나다달러(약 16억원)에서 지난 2월에는 147만 캐나다달러(약 13억원)로 떨어졌다. 밴쿠버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에서는 집값이 정점인 2017년 중반보다 30% 떨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뉴욕에서도 집값 하락 폭이 커졌다. 연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4분기에는 -2.5%였지만 올 1분기 기준 -5%가 돼 배로 커졌다. 현지 부동산 정보 업체인 '스트리트이지'에 따르면, 올 1분기 맨해튼 주택 매매 가격은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고, 거래된 집 가운데 4분의 1은 호가보다 실제 가격이 낮았다.

    ◇서울 아파트 값 26주 연속 내리막길

    서울 주택 시장 상황도 세계 주요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9·13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6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나이트 프랭크 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 가격은 지난 1년간 5.8% 하락했다. 한국 감정원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값은 올 들어서만 1.5% 빠졌다. 최근 강남 재건축 급매물이 소화되며 강남권 집값이 반짝 오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지만, 거래 절벽과 정부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시장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난 수년 동안은 저금리를 등에 업고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미국을 포함해 곳곳에서 금리가 인상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대도시는 집값 급락 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상, 경제 저성장 등에 따른 부동산발(發) 위험 요인에 각국 정부가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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