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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뷰→콘크리트뷰' 된 해운대 아파트의 진실

    입력 : 2019.05.20 04:29

    창을 열기 힘들 정도로 바싹 붙어있는 해운대구의 두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최근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비치베르빌’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남향으로 난 거실창과 코 닿을 거리에 지상 23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인 ‘럭키 골든스위트’가 들어서면서 일조권(日照權)과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땅집고 2019년 5월 15일자 기사 “거실서 바다 보이던 아파트였는데…이런 날벼락이” 참조>

    이 같은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두 아파트가 상업 지역에 있기 때문에 벌어진 특수한 상황이다. 현행 건축법상 상업지역에 짓는 건물은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건물들과는 달리 일조권이나 조망권을 확보할 의무가 없다.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50cm 떨어진 곳에서라면 얼마든지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아무리 법이 그렇다 해도 건축 허가가 났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해운대구청이 ‘비치베르빌’ 주민의 일조권 보호를 이유로 ‘럭키 골든스위트’ 건축 허가를 반려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의문이 더 증폭됐다. 땅집고는 관할 구청과 골든스위트 시행사 측 취재를 통해 두 아파트 건축 허가 과정을 자세히 알아봤다.

    ■상업지역이라면 건물 ‘딱 붙여’ 지어도 문제 없다…애초에 ‘비치베르빌’ 거실창 방향이 문제

    /해운대구청 제공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두 아파트의 최초 건축 허가는 1년여 간격을 두고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해운대 비치베르빌은 2002년 4월, 럭키 골든스위트는 2003년 9월 부산광역시청으로부터 최초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건축 허가를 기준으로는 두 아파트 단지가 큰 차이가 없지만, 준공 시점은 해운대 비치베르빌이 10년 이상 빨랐다. 비치베르빌은 건축 허가 이후 공사도 무난히 진행돼 2005년 4월 준공 후 입주까지 이뤄졌다. 반면, 럭키 골든스위트는 건축 허가 후 제대로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업자가 부도 나 공사가 중단됐다. 건축허가도 취소돼 버렸다.

    /해운대구청 제공

    현재 ‘럭키 골든스위트’ 공사가 재개된 것은 10년이 흐른 2015년부터다. 럭키개발주식회사가 이 아파트 2015년 해당 사업을 인수했고,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미 10년 넘게 해운대 ‘오션뷰’를 누려왔던 ‘해운대 비치베르빌’ 아파트 주민들은 ‘럭키 골든스위트’ 공사 재개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해운대구청은 ‘럭키 골든스위트’의 건축 허가를 반려했다.

    '해운대 비치베르빌' 입주민들이 '럭키 골든스위트'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다음 로드뷰

    하지만 다른 아파트의 일조권 보호를 이유로 내린 해운대구의 건축 허가 반려는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럭키개발주식회사는 2016년 부산지방법원에 건축허가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럭키 골든스위트 측은 건축법상 상업지역에 짓는 건물은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건물들과는 달리 일조권이나 조망권을 확보할 의무가 없다는 근거를 들었다.

    법원은 럭키개발의 손을 들어줬다. 럭키개발은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데 이어 2017년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운대 비치베르빌 입주민들이 지금도 계속 항의하고 있지만 법원 판결까지 받았기 때문에 어쩔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두 아파트 사이의 분쟁이 심각해 지면서 해당 지역에선 “‘럭키 골든스위트’의 건축 허가가 더 앞섰는데 뒤늦게 허가를 받은 ‘해운대 비치베르빌’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땅집고의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2000년대 초 첫 건축허가 신청 때도 ‘해운대 비치베르빌’이 1년 반 정도 먼저 건축허가를 받았고, ‘럭키 골든스위트’는 공사가 중단됐다가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허가 기준으로는 ‘해운대 비치베르빌’이 먼저다.

    부산 해운대 비치베르빌 실거래가 추이. /국토교통부

    법적으로 두 아파트의 건축 허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상업지구라고 해도 극단적으로 일조권을 가리는 아파트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은 흔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해운대 비치베르빌’이 부지 바로 옆에 상업용지가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거실 창을 낸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운대 비치베르빌 건축 설계·분양 당시 바다 방향으로 메인 창을 내면 바로 앞에 건물이 들어서 심각한 조망권 침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행사가 분양 당시 바로 앞에 건축물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일단 보기 좋게 설계해 ‘오션뷰’라고 소비자를 설득해 아파트를 팔아버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2004년 4월 ‘해운대 비치베르빌’을 분양한 시행사 ㈜케이와이건설과 시공사 ㈜건설알포메는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사무소로부터 ‘앞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면 조망권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허위·과장광고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김형수 포스톤건설 대표는 “건축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해운대 비치베르빌과 같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현재로서는 딱히 없다”며 “아파트 매입 전에 부지 인근에 상업 용지가 붙어있는지를 확인하고, 건축물의 설계를 꼼꼼히 확인해 조망권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나 법한 건물이 경남 남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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