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09 04:53
“지난해 어렵사리 첫 삽을 떴는데 미분양 사태가 나는 상황에서 인접 지역에 3기 신도시 계획을 내놓다니….”
지난 7일 정부가 경기 부천 대장동, 고양 창릉동 등에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자, 인천 검단신도시 일대 주민들은 사실상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전상덕 검단주민총연합회 부회장은 “검단신도시가 미분양 늪으로 빠져 헤어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 같아 실망이 크다”며 허탈해 했다.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은 서울과 붙어있고 공급 규모도 큰 편이어서 서울 주택 수요 분산에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과 파주 운정 주민들 사이엔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입지가 더 좋은 곳에 줄줄이 ‘공급 폭탄’이 터지면서 결국 집값 하락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판교·동탄·위례 등 개발이 거의 마무리 된 다른 2기 신도시와 달리 검단·파주 운정 3지구는 이제 막 분양을 시작하는 단계다. 전문가들은 검단·운정3지구 분양 아파트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3기 신도시에 ‘2연타’ 얻어맞은 검단신도시
인천시와 김포시 사이에 위치한 검단신도시는 신도시 지정 11년 만인 지난해 10월에야 첫 아파트 분양에 나섰다. 하지만 청약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3개 단지 중 ‘유승한내들에듀파크(919가구, 특별공급 제외)’ 157가구(17%)가 미분양됐다. 청약 성적이 좋지 않자 지난해 12월 분양을 계획했던 건설사들이 줄줄이 분양 일정을 올해로 연기했다.
그런데 지난 1월 대형 악재가 터졌다. 국토교통부가 검단신도시에서 불과 5㎞ 떨어진 계양테크노밸리(335만㎡) 를 3기 신도시로 발표한 것. 계양은 검단보다 서울과 더 가깝고 자족(自足) 기능이 없는 검단과 달리 산업단지가 있어 주거 경쟁력이 더 높다.
실제로 3기 신도시 발표 직후인 올 1~4월 분양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청약 성적은 참담했다. 지난 4월 2일 대방건설이 분양한 ‘인천검단 대방노블랜드는’ 1순위 청약에서 전 주택형이 미달됐다. 75㎡A형 1명, 84㎡A형 8명, 108㎡A형 2명 등 청약자가 한자릿수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넉달여만에 또 다시 부천 대장지구가 3기 신도시로 발표되면서 검단신도시 주택 시장엔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대장지구 역시 검단신도시에서 서울 방향으로 불과 8㎞ 떨어져 있다. 검단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인천 북부에는 검단신도시 이외에도 검암역세권 개발과 민간 주도 도시개발 사업 등이 잇따라 진행돼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하다”며 “3기 신도시 개발로 3만7000여가구가 공급될 경우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11년만에 첫 분양하는 운정3지구도 걱정
파주 운정3지구도 검단신도시와 비슷한 처지다. 지구 지정 11년만인 이달에야 ‘운정신도시 파크푸르지오(710가구)’, ‘운정 중흥S-클래스(1262가구)’ 등이 첫 분양에 나서기로 한 상황에서 서울과 훨씬 가까운 고양 창릉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돼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창릉지구는 운정3지구에서 서울 방향으로 직선거리 14㎞ 떨어졌다.
운정3지구는 최근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 건설이 확정되면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회복됐던 것. 실제 운정3지구 내에 서울 삼성역까지 20분 정도면 도착하는 GTX-A 운정역이 신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창릉지구라는 돌발 변수 등장으로 주택 시장 기상도가 다시 흐릿해졌다. 소비자들이 굳이 가까운 창릉지구 대신 운정3지구를 선택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창릉지구는 북쪽으로 지하철 3호선 원흥역·삼송역·지축역 등을 끼고 있어 서울 접근성이 좋다. 여기에 지하철 6호선 새절역과 고양시청을 연결하는 ‘고양선’ 신설 계획까지 나왔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당초 5월 말이나 6월 초 운정 3지구에 분양할 계획이었는데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2기 신도시에 약속했던 교통망 확충이 지연되는 가운데 더 좋은 입지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하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지역 수요 등을 감안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도시 공급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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