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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뜯어보니 '총체적 난국'

    입력 : 2019.05.02 15:54 | 수정 : 2019.05.02 15:58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등이 운영 중인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가 총체적인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체들은 완충재 품질 성적서를 조작해 성능인정서를 발급받는가 하면 시공절차를 어겨 견본가구에서 층간소음 차단 구조의 성능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본시공을 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2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책 1건, 주의요구 7건, 통보 11건 등 총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 국가기술표준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됐다.
    장주흠 감사원 국토해양감사국 제2과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브리핑실에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제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감사원은 감사 기간 LH·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가구와 민간회사가 시공한 6개 민간아파트 65가구 등 총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전체의 96%에 달하는 184가구는 사전에 인정받은 성능등급(1∼3등급)보다 실측 등급(2등급∼등급 외)이 하락했고, 60%에 해당하는 114가구는 최소성능기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런 결과를 두고 “층간소음 저감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감사한 결과 사전인정·시공·사후평가 등 제도운영 전 과정에 걸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감사원 “사전인정 제도가 가장 큰 원인”
    감사원에 따르면 LH, 건설기술연구원 등은 층간소음 차단구조를 신청받아 사전 인정업무를 수행한다. 아파트 등 층간바닥에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인정기관(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사전에 성능을 시험해 인정받은 바닥구조로 시공해야 한다.

    감사 결과 인정기관은 관련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층간소음 차단구조 인정업무를 수행했다. 2019년 2월까지 인정받은 바닥구조 154개 중 95%인 146개가 그 차단 성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인정시험 시험체를 제작하는 한 업체는 그동안 46개의 시험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정시험 신청업체의 요청에 따라 도면에 표시된 것보다 평균 5∼10㎜ 두껍게 마감 모르타르를 시공해 온 것으로 진술했다.

    2017∼2018년에 한 업체가 성능인정을 신청한 8건의 차단구조는 업체가 완충재에 대한 시료를 조작해 품질시험 성적서가 제출됐는데도 인정기관이 이를 그대로 인정해 성능인정서를 발급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가장 큰 문제는 사전인정 제도였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2017년 1월∼2018년 2월 국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으로부터 인정제도 운용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나 건의를 받고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현재의 사전인정 제도를 보완해 제도 운용을 내실화하되,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시공 후에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LH 사장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에게 차단 성능을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 146건에 대해 인정을 취소하거나 성능인정서를 보완하라고 하는 한편, 인정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 시방서와 다르게 시공…품질시험 없이 본 시공 착공도
    감사원이 LH·SH가 공사를 진행 중인 126개 현장을 확인한 결과 111개 현장(88%)이 시방서 등과 다르게 바닥구조를 시공했다. LH는 성능을 인정받은 바닥구조라도 견본가구에서 성능을 확인한 후 본 시공을 하도록 했는데 일부 현장에서는 시공상 편의, 공기단축 등을 이유로 견본가구에서 성능을 확인하지 않거나 본 공사에 착수한 뒤 성능을 측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장에 반입되는 완충재는 품질검사를 거쳐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한 후 시공해야 하는데도 감사 기간에 확인한 57개 현장에서는 품질시험 성적서가 발부되기 전 시공에 착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57개 현장 대부분에 품질시험 성적서를 발부해 준 2개 공인시험기관은 시험기준과 다르게 품질시험을 하거나 시험을 하지 않고 성적서를 내주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LH·SH 사장에게 품질기준과 다르게 시공된 현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적정한 보완조치를 취하거나 대책을 마련하게 하고, 현장 시공자·감독자 등에 대해 벌점 부과 등의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현장 설계조건에 맞는 성능인정서가 없는 바닥구조를 시공업체에 쓰게 한 LH공사 직원 2명에 대해서는 정직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토부 장관에게는 부당한 방법으로 품질시험성적서를 발급한 2개 공인시험기관의 영업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 준공 시점 성능 측정도 부실…측정 위치 임의로 바꾸고 데이터도 조작
    감사원 감사 결과 건물 준공 시점에 지자체 요구 등으로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한 공인측정기관은 측정 결과를 최소성능 기준에 맞추기 위해 측정 위치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해 성적서를 부당하게 발급하고 있었다.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13개 공인측정기관이 제출한 205건의 성능측정성적서 중 단 28건(13%)만이 측정기준에 따라 측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인정을 받은 바닥구조 생산업체는 인정시험을 받을 때보다 품질이 낮은 완충재를 시공 현장에 납품하는 등 감사원은 사후평가에 있어서도 많은 부실이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기술연구원은 매년 한 번 이상 층간소음 차단구조 생산업체에 대한 현장 품질관리를 실시해야 하는데도 2015∼2017년 점검대상 46건 중 5건에 대해서만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층간소음 공인측정기관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기술표준원장에게 측정기관에 대한 종합점검을 실시하고, 이들 기관에 대한 효율적 점검에 필요한 지침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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