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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무서워서…" 완공 후 10년째 텅빈 용인 쥬네브 상가

    입력 : 2019.04.25 04:04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작년 말 전국의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곳곳에서 문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땅집고는 ‘벼랑 끝 상권’ 시리즈를 통해 몰락하는 내수 경기의 현실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전한다. 두 번째 현장은 경기 용인 동백지구의 ‘쥬네브’다.

    [벼랑 끝 상권] ②10년 넘게 흉물 신세…‘투자자들의 악몽’이 된 쥬네브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 '쥬네브' 상가. 이마트, CGV가 입점해있는 썬월드 내부. /이지은 기자

    이달 5일 오후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 주민들이 서울로 가려면 꼭 타야하는 ‘빨간버스’ 5000번이 정차하는 정류장에 내려 복합 쇼핑몰 ‘쥬네브 상가’로 향했다. 이 건물은 연면적 21만2445㎡(약 6만4200평) 규모로 서울 코엑스몰의 2배쯤 되는 초대형 상가다. 쥬네브를 이루는 3개동(棟) 중 버스 정류장과 가장 가까운 ‘썬월드’로 들어가봤다. 지하 1층~지상 1층 이마트, 7~8층 CGV가 입점해 있어 이른 오후에도 유동인구가 제법 있었다.

    문월드와 스타월드로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음산했다. /이지은 기자

    1층 상가인데도 텅텅 비어있는 문월드. /이지은 기자

    하지만 썬월드 뒤편에 있는 ‘문월드’와 ‘스타월드’로 건너가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상가의 얼굴이라고 여겨지는 1층 점포는 텅 비어있었고, 건물을 오가는 고객도 보이지 않았다. 2층 이상에 있는 점포에는 먼지가 뿌옇게 쌓였있었다. 통유리에 포장용 에어캡이 붙여진 채 공실로 남겨져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아예 가동 중단 상태였다.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은 썬월드 일부 층에서도 빈 점포가 많다. /이지은 기자

    쥬네브 상가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3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상가다. 2006년 7월 완공해 입주한지 13년이 넘었다. 입주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나갔고 수도권 부동산 경기의 초호황기도 지나갔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텅빈 채로 방치돼 있다. 지금도 수도권의 대표적인 ‘상가 투자 악몽’사례로 거론된다. 동백지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월세 수입은 포기하고 평당 8000원 정도인 관리비만이라도 받으려고 점포를 내놓아도 들어올 임차인이 없다”고 했다.

    ■ ‘동네 흉물’로 전락한 초대형 상가
    용인 동백지구 쥬네브 상가 미분양과 공실 추이. /LH

    쥬네브 상가는 2006년 분양할 때부터 인기가 없었다. 전체 점포 수는 1368개다. 썬월드 976실, 문월드 197실, 스타월드 195실 등이다. 미분양률은 30~70%에 달할 정도였다. 분양 후 10년이 지난 2016년까지도 선월드 257실(26%), 문월드 99실(49%), 스타월드 99실(49%)이 공실로 남아있었다.

    코엑스몰의 2배 규모의 초대형 건물 절반 이상이 10년 넘게 텅텅 비어있다보니 동백지구 주민들 사이에선 흉물로 통한다. 주민 최모(23)씨는 “상가 자체가 워낙 큰데다가 바로 옆에 호수(동백호수공원)까지 끼고 있어 밤에는 무서워서 근처에 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동백지구 주민들 사이에선 “동백지구 집값이 안 오르는 데에는 동네 한가운데 있는 쥬네브가 유령 상가로 방치된 탓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LH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당시 기준으로 쥬네브 상가 투자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현재 용인시와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속 끓이는 투자자…주변에 호재 있지만 나이지긴 힘들 것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있는 쥬네브 상가. /이지은 기자

    가장 속이 타는 건 쥬네브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이다. 쥬네브 상가 1층에 현재 매물로 나온 10평짜리 점포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 선이다. 2006년 분양했을 때 70만~90만원 정도 월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30만~40만원 정도 낮다.

    매매 가격도 절반 이상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임대 수익은 고사하고 투자금을 날렸다는 의미다. 쥬네브 상가는 법원 경매 시장에서 단골 매물이기도 하다. 최초감정가가 5600만원이었던 썬월드 4층 전용 17㎡ 점포는 최근 경매에서 두 번 유찰된 후 최저매각가가 2744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스타월드 지하 1층 전용 34㎡ 점포는 1차 경매에선 1억6800만원이었는데, 3차 경매에서는 8232만원까지 가격이 낮아졌다.

    '썬월드 본동 공실로 보안 및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출입 이용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지은 기자

    현재 쥬네브 상가 공실률은 12.8%다. 썬월드 12.4%(121실), 문월드 16.2%(32실), 스타월드 11.3%(22실) 등이다. 수치상으로는 초기 분양 당시보다 상태가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분양 받은 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점포가 부지기수다. LH가 용인시측에 청년 창업과 관련해 무상으로 제공한 점포 수도 공실 통계에서 빠져 실제와는 괴리가 있다. 현재 LH측이 보유한 445실 중 66실은 아직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지역 공인중개사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애초에 동백지구 규모에 비해 상가 규모가 너무 컸다”고 지적한다. 인구 10만명에 불과한 동백지구에 강남 코엑스몰 2배 정도 되는 건물을 지어 놓으니 수요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동백지구에 세브란스병원이 들어서면 쥬네브에도 유동 인구가 조금 늘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입지가 좋지 않고 상주 인구에 비해 규모도 너무 커 상가가 완전히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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