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09 05:00 | 수정 : 2019.04.09 07:52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주택은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세계의 주택] 각자 생활을 존중하고 함께 하는 부부의 2층집
[세계의 주택] 각자 생활을 존중하고 함께 하는 부부의 2층집
결혼을 하더라도 개인의 영역을 중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태국 나콘빠톰주(州)에 사는 한 부부가 바로 그랬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에 집중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항상 느낄 수 있는 ‘따로 또 같이’하는 생활 공간을 원했다.
건축가는 건축주 부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두 사람의 주요 활동 공간을 1층과 2층으로 나눈 후 서로 통하게 만들었다. 2층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1층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유리로 경계를 마감한 것이다. 또 개폐가 가능한 목재 슬라이딩 도어로 때에 따라 열고 닫으며 서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외관은 마치 계단 처럼 보인다. 1층은 전면 창으로 개방감을 확보하고, 2층은 개폐가 가능한 목재 도어로 햇빛을 들이면서도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게 설계했다.
◆건축 개요
건축사무소 : IDIN 건축사무소 (IDIN Architects)
위치 : 태국 나콘빠톰주 나콘차이시
연면적 : 127m2
준공연도 : 2017년
사진작가 : 케시리에 왕관 (Ketsiree Wongwan)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JB 하우스’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부부를 위한 작은 주택 프로젝트다.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과 사생활을 갖고 있다. 때로는 동시에 너무도 다른 생활 방식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항상 상대방을 인식하며 바라보고 싶어한다는 점이 같았다. 부부의 이같은 욕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집을 설계했다.
남편은 빵 굽는 일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주로 부엌을 이용했고, 아내는 도서 분야에서 일하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부부는 새 집을 지으면 넓은 주방과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대형 작업 책상을 원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크게 나눈 뒤 이 두 공간을 연결할 수 있는 소소한 장치를 마련해 부부가 서로의 존재를 항상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넓은 주방, 2층과 연결되는 천장
1층과 2층으로 나눈 공간 중 아내는 2층을 이용하고 남편은 나머지 공간을 각각 사용하기로 했다. 대신 1층의 천장이자 2층 책상에 해당하는 면을 유리로 덮어 아내가 작업을 할 때도 부엌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거실은 주방과 이어진 구조로 TV와 소파가 놓인 면적보다 주방이 더 중심적인 공간이 됐다. 개수대가 달린 긴 아일랜드 테이블에서 식사 준비를 할 수 있고, 요리와 관련한 전문 작업도 가능하다. 바로 옆에는 목재로 된 다이닝 테이블을 놓았다.
■ 스크린 도어로 분리한 2층…침실과 작업공간
이 집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무로 된 가구와 자재가 많이 쓰였다. 특히 2층 모든 공간은 이중 목재 스크린 도어를 설치해 열고 닫을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작업 공간과 침실이 분리된다. 2층의 모든 벽은 책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커다란 목재 책장을 배치했다. 책장 위 천장은 책장을 따라 햇빛이 들어오도록 네모난 유리창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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