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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손해만 수천" 금천구 랜드마크 상가의 비명

    입력 : 2019.04.01 04:00

    [편집자 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작년 말 전국의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고(중·대형 기준 10.8%)로 치솟았다. 곳곳에서 문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땅집고는 ‘벼랑 끝 상권’ 시리즈를 통해 몰락하는 내수 경기의 현실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전한다. 첫번째 현장은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는 금천구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2차 아파트의 지하1층~지상 5층에 들어선 상가 '마르쉐도르'. /김리영 기자

    “임대문의, 주인 전화 010-XXXX-XXXX”

    지난 3월 19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 주상복합 아파트 2차 단지 내 복합상가인 ‘마르쉐 도르’안에는 이같은 문구가 곳곳에서 보였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부 임대 매물을 내놓았지만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 몇몇 상가 주인이 직접 문 앞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놓고 임차인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차의 상가층인 1층부터 5층 중 1~3층은 절반이 텅 빈 채로 있다. 단지 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전단만 문 앞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마르쉐도르 내부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김리영 기자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는 금천구 최고가 아파트다. 지난해 11월 이 이파트 전용 84㎡는 9억2000만원에 팔리며 금천구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단지 내 상가는 거의 몰락 수준이다.

    이곳에서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A씨는 “후회가 막심하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가 한창 상승세를 타던 2015년 전용 80㎡를 분양가 6억7000만원에 분양받았다. 적어도 월 임대료 250만원 정도는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2017년 9월 준공 이후 1년 5개월이 된 지금까지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그동안 A씨가 손해본 금액은 5000만원이 넘는다. A 씨는 “4400가구 대단지에 대기업 브랜드이고 역세권이어서 임대는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며 “싸게 내놓고 싶지만 내가 분양 받은 가격이 있어 더 이상 임대료를 낮추기도 어렵다”고 했다.

    땅집고가 취재한 결과 이 상가 157개 점포 중 75개가 비어 있었다. 점포 주인 중에는 임차인 구하기를 포기하고 직접 장사하는 이들도 많다.

    지상 1층과 4~5층에는 일부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빈 점포가 절반쯤 된다. /김리영 기자

    1년 전까지만 해도 임대료는10평대를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 월 450만원이었다. 지금은 월세가 250만원까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등부동산’ 김홍식 대표는 “금천구에 처음 들어서는 브랜드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인데다 거주자 소득 수준이 높아 임차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상권 형성 속도가 더디다”고 말했다.

    ■분양할 때는 로또였는데…절반이 공실

    지난해 10월 입주한 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인 '마르쉐도르 애비뉴'. 지하 1층에 롯데마트가 문을 열었다. /김리영 기자

    ‘금천 롯데캐슬골드파크’ 주상복합 상가는 청약 당시만 해도 ‘당첨되면 로또’라고 불렸다. 2015년 2차 단지 내 상가 청약에 3300여명이 참여해 평균 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층 점포에는 무려 595명이 몰리기도 했다. 2016년 분양한 3차 아파트 단지 내 ‘마르쉐도르 애비뉴’는 롯데마트 입점 소식과 함께 경쟁률이 평균 40대1로, 2017년 분양한 4차 ‘마르쉐도르960’은 평균 29.8대1로 치열했다.

    이렇게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는 이곳이 금천구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천구는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낮은 곳이다.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가 대부분이고, 도심에서는 흔한 주상복합 아파트도 없다. 이런 곳에 약 10년 만에 나온 새 아파트이자, 유일한 대규모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서자 크게 주목받은 것이다.

    마르쉐도르 상가 배치도. /롯데건설

    지금까지 1 ~3차 아파트(3449가구)가 입주했고, 올해 3월 입주하는 오피스텔(960가구)까지 합하면 4400여 가구가 상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입주 2~3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값은 올랐지만, 상가는 텅텅 비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3차 단지 내 복합상가 ‘마르쉐도르 애비뉴’는 아직 70%가 공실이다. 장기공실 우려도 나온다.

    ■ “임대료 높아 수익률 저조…월세 낮추기도 쉽지 않아”

    아직 빈 점포가 많은 마르쉐도르 애비뉴 내부. /김리영 기자

    높은 임대료도 상권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계약 면적이 약 67㎡인 1층 상가 임대료는 현재 보증금 1억원에 약 250만원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유동인구가 더 많은 영등포 일대 소규모 상가의 지난해 4분기 임대료를 같은 크기로 계산하면 월 평균 약 234만원으로 이곳 1층 임대료보다 더 저렴하다.

    가게 터를 알아보러 온 임차인들은 대부분 소상공인으로 롯데캐슬 주상복합 상가 임대료를 감당하기 버거운 경우가 많았다. 독산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층은 꽃집이나 옷가게 상인들이 문의를 하는데, 요즘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임대료와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실이 장기화하자 상가 주인들은 임대료 할인이나 무상 임대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상가주인들은 “분양가 대비 최소 3~4% 정도 임대 수익이 나야 수지타산이 맞고 한번 계약하면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료를 10년 간 5% 이상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무작정 싸게 해줄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2~3년 뒤 경기가 좋아진다고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입자를 내보기도 쉽지 않아 상가 주인들도 버틴다는 의미다.

    마르쉐도르 애비뉴 1층은 편의점, 카페, 분식점 등이 들어섰고 2층은 테라스가 있는 바깥 점포들까지도 아직까지 대부분이 비어있다. / 김리영 기자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주상복합 상가는 분양가가 비싸고 상권 형성 속도가 느려 상가 주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료에 대한 기대치가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일단 자리를 한번 잡고 나면 배후 수요가 많아 꾸준한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초반에는 다소 임대료를 낮추더라도 공실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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