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3.11 06:00
[발품리포트] 철거 앞둔 집창촌 ‘옐로하우스’에 대단지 아파트 짓는다는데…
“지하철역 출구 바로 앞에 집창촌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인천 숭의동 이미지가 얼마나 안좋았는데요. 여기에 새아파트가 들어서기만 한다면 동네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긴 하겠지요. 하지만, 철거를 시작했는데도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지 모르겠네요.(인천 미추홀구 성진부동산 장훈 대표).”
지난 4일 지하철 수인선 숭의역 4번 출구로 나와 10m 정도 걸어가니 ‘청소년 통행 금지구역’ 문구가 써진 빨간 안내판이 나왔다. 이곳은 인천의 마지막 집창촌인 ‘옐로하우스’다. 부지 가장자리에 둘러진 공사 펜스 너머로 건물 벽돌을 부수고, 철근을 잘라내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옐로하우스 부지 중심부에 있던 건물들은 대부분 철거돼 있었고, 콘크리트와 철근 등 건축 폐기물이 쌓여 있다. 부지 가장자리에는 낡은 다가구·다세대 주택들이 아직 남아있는데, 건물 1층에 난 출입문·유리창마다 노란색 시트지가 붙어있었다. 이 곳을 옐로하우스라고 불렀던 이유다.
인천 미추홀구(옛 남구) 숭의동은 지하철 1호선 제물포역·도원역과 수인선 숭의역, 미추홀구청을 끼고 있는 지역이다. 서쪽으로는 인천항이 있고 북쪽으로는 현대제철·두산인프라코어 등 공장이 밀집한 산업단지가 있어 주택 수요가 풍부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인천 개발 호재들이 서울 접근성이 좋은 부평이나 신도시인 청라·송도 위주로 몰려 있던 탓에 인천 구도심인 숭의동 주택가는 낡은 채 방치돼 있었다.
개발 소외 지역이었던 숭의동에도 최근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숭의동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던 ‘옐로하우스’를 포함하고 있는 숭의1구역이 본격 철거 작업에 들어가면서다. 1구역 주변 지역도 함께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선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 지역과는 달리 재개발이 되면 주거환경은 개선되겠지만, 집값 자체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거 들어갔지만…버티는 토지주, 성매매 업소가 난관
현재 숭의동 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10여 곳 중 실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눈으로 보이는 곳은 숭의1구역(1만5611㎡) 뿐이다. 지난 2006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6월 정비사업조합을 지역주택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숭의1구역 옐로하우스 철거는 60~70%정도 진행됐다. 이 곳에는 758가구 규모 ‘숭의동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다.
숭의1구역 지역주택조합사무실 관계자는 “숭의동 힐스테이트 분양가는 조합원 분양가 기준으로 59㎡ 1억8500만~2억원, 74㎡ 2억2000만~2억7000만원 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업 진척에 걸림돌이 생겼다. 토지주 2명이 토지를 팔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 두 토지주가 소유한 토지는 약 120평으로, 전체 주택건설대지 면적 중 2.5%를 차지한다. 지역주택조합이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주택건설대지 면적 중 95%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야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숭의1구역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토지점유율 기준을 맞추긴 했지만 남은 두 토지주들과 협의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구역 내에서 이주비를 요구하며 성매매 업소를 계속 운영하고 있는 업소 5~6곳도 있다. 숭의1구역 철거 담당자는 “조합측이 이들에게 이주비를 지불할 의무가 없고, 미추홀구청도 성매매 여성 지원금을 마련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고 말했다.
■뉴스테이 대규모 공급 집값엔 영향 없고, 전월세 시세는 떨어질 듯
숭의1구역 주변에서 재개발 사업 규모가 크고 진행 속도가 비교적 빠른 곳은 전도관구역과 숭의3구역이다. 전도관구역(6만9428㎡)에는 ‘e편한세상도원역(1734가구)’가 들어선다. 숭의3구역(3만2950㎡)에는 ‘숭의3 e편한세상(1055가구)’가 생긴다. 두 단지 모두 조합원 분양가가 3.3㎡ (1평)당 59㎡ 800만원, 84㎡ 750만원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아파트 단지 모두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단지라는 점이 한계다. 숭의동의 H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이지만, 조합원 분양 물량을 제외하면 모두 임대 물량이어서 집값이 확 오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테이 사업은 ‘반전세’ 물량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어서, 지역 임대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역 중개업소에선 “대규모 단지로 지어지는 뉴스테이 단지가 숭의동 집값 상승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기존 아파트들의 전·월세 가격만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숭의동, 집값 상승보다는 주거 환경 개선 효과가 더 클 것
10년 넘게 멈춰 있던 재개발 사업들이 다시 속도를 내면서 최근 숭의동 아파트 시세가 소폭 상승하기는 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숭의동 집값은 지난해 7월 3.3㎡ (1평)당 646만원에서 11월 650만원으로 올랐다. 숭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숭의동은 워낙 시세 변동이 없던 지역이라 이 정도 상승한 것도 반가울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추홀구 숭의동 일대의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도 집값 상승 기대감보다는 주거 환경 개선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천은 서울과 가까운 쪽 집값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숭의동 일대가 재개발된다고 해서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실수요자에게 내집 마련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 의미를 두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