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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땅값 2배"…조용하던 원삼면이 야단법석

    입력 : 2019.03.01 04:00

    “아주머니, 주인이 안 판다네요. 이제 매물 없어요.”

    지난 2월 2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은 40대 여성은 “매물 찾기가 너무 힘들다”며 발길을 돌렸다.

    소위 ‘아파트 천국’으로 불리는 용인시에서도 처인구 원삼면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번듯한 아파트도 없고 마트나 편의시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논, 밭, 산으로 둘러싸인 원삼면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드들에는 “땅을 사고 싶다”며 찾아온 매수자들로 앉아 있을 공간조차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공인중개사사무소 앞 주차장에는 아우디·BMW 같은 수입차들이 수시로 들고 나갔다.

    용인 원삼면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땅을 보러온 투자자들의 차량이 빽빽하게 주차돼있다. /김리영 기자

    ■전문가들 “땅값 급등 없을 것”…이미 호가는 두 배로 올라

    지난 2월 20일 SK하이닉스가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투자의향서를 공식 제출하면서 후보지로 선정된 용인시 원삼면 일대가 부동산 시장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 공장이 들어선다고 처인구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현장 분위기는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원삼면 일대 토지 가격은 이미 작년 말보다 두 배로 올랐다. 현재 원삼면에서 가장 비싼 고당리 토지는 SK하이닉스 공장 건설 계획이 발표되기 전 3.3㎡당(1평) 200만~300만원 정도 호가했지만, 지금은 500만원 안팎까지 올랐다. 평당 80만~90만원하던 주변 농지도 20~30%씩 급등했다. 일부 농지는 150만원까지 치솟았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공장. /조선DB

    호가일뿐이라지만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와 투자자들은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원삼시온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하루에 스무 팀 넘게 땅 투자를 문의하러 오고 있다”며 “매도자들이 팔 의사가 없다며 매물을 거둬들여 실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아 시세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했다. 원삼면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계약금까지 냈는데 땅 주인이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계약을 파기한 것도 4건쯤 된다”고 했다.

    ■ 들뜬 주민들 “평택처럼 상전벽해될 것”

    용인 원삼면 일대 약 448만㎡(135만평)에 들어서는 SK하이닉스 공장은 120조원 규모의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다. 축구장 10개 크기의 반도체 팹(Fab·반도체 생산설비) 4개와 50여개 중소 협력사,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경기도청 투자진흥과의 유원석 주무관은 “2020년까지 인허가 작업과 행정 절차를 완료하고 2021년에 부지 조성을 시작해 2022년 첫 번째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원삼면은 용인에서 가장 낙후한 처인구에 있고, 처인구에서도 가장 남쪽인 안성시 보개면과 맞닿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이곳 주민들은 원삼면이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바뀔 것이라고 들떠 있다. 원삼면 주민 김모(45)씨는 “원삼은 용인에서 가장 낙후한 동네인데, SK하이닉스 같은 큰 공장이 들어서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파트나 전철, 생활 편의시설이 거의 없이 논밭과 산으로 이뤄진 원삼면. /김리영 기자

    올 1월 기준 원삼면 주민등록 인구는 8035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 공장이 가동되면 SK 정규직 근로자만 1만5000여명이 새로 고용될 예정이다. 협력 업체까지 포함하면 근로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조사한 SK하이닉스의 직·간접적인 고용 유발 효과는 37만명이다.

    대규모 생산라인이 들어서면 현재 공사 중이거나 계획 단계인 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한다. 현재 서울과 세종을 연결하는 연장 129㎞, 왕복 6차로 서울~세종 고속도로(제2경부고속도로)가 건설 중이다. 국토부는 이 고속도로에 남용인IC를 만들어 원삼면으로 진입이 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동탄2신도시에서 원삼면을 잇는 국지도 84호선 신설, 양지~원삼을 연결하는 국도 17호선 차로 확대 등 도로망 확충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도. /국토교통부

    ■ 동탄2·기흥역세권 아파트도 ‘기대감’

    SK하이닉스 공장 건설은 용인 처인구 뿐 아니라 주변 신도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삼면사무소에서 동탄신도시와 기흥역까지 직선 거리로 15~18㎞ 정도다. 자동차로 40~50분 정도 걸린다. 도로 확장이나 추가 개설되면 이보다 빨라진다. 동탄2신도시 청계동의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원삼면과 가장 가까운 신도시가 동탄 2신도시”라며 “당장은 SK하이닉스 공장에 따른 영향은 없지만 공장이 완공되고 도로가 확장되면 확실히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기흥역세권지구와 동백지구 주택 시장도 원삼면 반도체 공장 신설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원삼면에서 용인 기흥역세권지구와 동탄2신도시까지 이동 거리. /네이버지도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K하이닉스 공장 입주가 인근 지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의외로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경기 이천이나 기흥 등에 대기업 반도체 공장이 들어섰지만 인근 부동산 시장이 항상 강세였던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미 반도체 공장이 있는 이천도 부동산 가격이 고만고만하다”며 “자금력 있는 근로자들은 강남 등 서울 도심으로 빠지고, 직주근접을 원하는 수요자들만 처인구 안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이천과 달리 용인 반도체 공장은 경부선 라인 주변에 들어서는 것이어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로자 1만5000명이 상주한다는 것은 5만명 정도의 인구 증가와 약 100만평의 택지개발 수요가 발생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며 "동탄2신도시의 남은 땅이나 용인시 등 주변 지역으로 주택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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